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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이 글은 5월 30일 케이투코리아 투쟁 문화제에서 케이투노동자의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대해 주시러 오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K2코리아에서 근무하는 지은옥입니다.

계절의 여왕인 장미꽃을 보면서 살아있기에 행복을 느끼는 것도 잠시.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하루 아침에 ‘명퇴’를 당해야 하는지, 글썽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또다시 동지들을 만나서 투쟁하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3월 8일에 4층 회의실에서 장영환 상무와 총무과 성 차장이란 사람에게서 우리 생산직 93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강요받았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란 말은커녕 5월 31일까지 생산직 폐지를 운운하면서 위로금 3개월치를 줄 테니 명예퇴직을 하라고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으니 정리해고 당하는 것보다는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낫다고 협박했습니다. 얼마나 생산직 사람을 못났고, 무식하고, 우습게 봤는지, 지금도 치가 떨리고 분합니다.

급기야 5월 4일 오전에 용역 깡패와 심한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용역 깡패들은 저 유리창에 붙어있는 노조 선전물이 불법이라고 경비실 앞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막았습니다. 현관문을 잠그고 엘리베이터를 정지해, 한순간 심한 폭언과 욕설과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용역 깡패가 구둣발로 한 여성 동지를 밟아 오른쪽 발등이 으스러져서, 그동지는 수술을 했고 6개월 뒤에야 철핀을 뺀다고 합니다. 9명은 일주일간 물리치료를 받았고 한 여성 동지는 실신해서 며칠 동안 회사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사건에 대해 회사는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산재는커녕 3주 동안 입원해 있는 동지를 결근 처리 한다고 협박해서, 사표를 쓰게 만들었습니다.

용역 깡패와 싸우는 도중에도 생산부를 총괄 지휘했던 장영환 상무는 실실 웃어가면서 ‘두고보자’고 했습니다. 경찰도 ‘어, 집안 싸움이군’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당신들 부모도 당신들 키울 때 어렵고 힘들고 대우가 개떡 같아도, 가족을 위해서 참고 견뎠을 것입니다. 제발 생산직 사람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사장님 들으세요!!

무엇이 그리도 두렵고 무서워서 교섭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겁니까?

그리고 장영환 상무는 당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십시오.

한 달에 한 번 하는 조회 시간에 입버릇처럼 한 말, “여러분이 있어야 관리자가 있다”는 말.

우린 이제 없으니 장영환 상무 당신이 먼저 사표 쓰고 나가십시오.

동지 여러분,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본드 냄새에 속이 울렁거리고, 약품 냄새에 머리가 아파서 구토가 나고 빼빠 하시는 분은 먼지 투성이가 되고. 1.5킬로그램짜리 신발골을 하루 천오백 족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손가락 마디 마디가 아팠습니다. 파스로 온 몸을 도배하고, 근육통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왔습니다.

그 손을 한 번 보세요. 변형된 이상한 손, 그 어깨는 지금 석회가 끼어서 얼마나 아픕니까? 이렇게 힘든 회사는 없습니다. 환풍이 안 돼서 정신이 깜빡깜빡했고, 감기 한 번 걸리면 겨우내 고생했고, 비염에 걸려서 콧물, 기침,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한 여름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제대로 없어서 개인적으로 사왔고, 너무 덥다고 찬물만 먹어서 저녁이 되면 속이 쓰렸고, 겨울이면 덕지덕지 껴입고, 손발이 시려서 작업 시간에 파닥파닥 뛰면서 추위와 싸우며 일했습니다. 점심은 바닥에서 박스를 깔고 먹고, 아파도 맘대로 못 쉬고 조퇴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숨이 턱턱 막혀 죽지 않을 만큼 일해 왔는데, 사과 한 마디 않고 나가라고 합니다. 억울하지도 않으십니까? 분하지도 않으십니까?

동지 여러분! 고작 몇 푼에 우리의 자존심을 팔 수는 없습니다.

끝까지 가자고 맹세했던 그 초심 다시 한 번 상기하십시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나 혼자일 땐 불안하고 두렵고 힘이 없지만, 우리 동지들과 투쟁하면 힘이 생기듯이 더 이상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남자들만 철야 농성에 들어갔을 때, 우리 여자들은 집에 가던 발걸음도 다시 돌려서 힘을 실어 줬고, 땅바닥에 돗자리만 깔고 잘 때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제 처음 여자들도 집에 안 가고 밤을 샜습니다. 새벽에 현관, 계단, 지하주차장, 회사 앞마당에서 노숙자가 돼 잠을 청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서 소리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십년 넘게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했는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장은 나와서 말해 보십시오.

동지 여러분. 돈 갖고 장난치고 일자리 갖고 꼼수 부리는 정영훈 사장처럼 살지는 맙시다. 끝까지 똘똘 뭉쳐서 돈으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똑똑히 보여 줍시다.

이 일이 언제 끝날진 모르지만 같이 연대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모든 사업장에서 투쟁하시는 동지 여러분 힘내시고요. 다함께 외쳐 봅시다.

웃으면서, 끝까지, 다함께, 투쟁!

정리 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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