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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 이용마 홍보국장 인터뷰:
“이 파업에 공정방송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MBC 노동조합이 낙하산 사장 김재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1백50일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도 사측은 〈PD 수첩〉에서 4대강 문제를 파헤쳤던 최성호 PD와 전 노조위원장 박성제 기자를 해고하며 “언론 대학살”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사측의 계속된 탄압에도 불구하고 MBC 노조는 6월 30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는 등 꿋꿋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먼저 해고당한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사측이 탄압할수록 조합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파업 승리를 위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갈수록 파업 참가자가 늘고 언론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가능케 한 동력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동력은 역시 김재철 사장입니다. 김재철 사장은 파업의 중요한 시점마다 노조를 탄압하며 조합원들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어요.

또 조합원들은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이것이 이번 파업의 출발점이었죠. 군사정부 시절 이후로 처음으로 취재하다가 시민들에게 비난받는 일을 겪으며 조합원들이 매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MBC 노조 이용마 홍보국장 ⓒ김인숙

김재철 사장이 처음에 낙하산으로 투입됐을 때 우리에게 공정방송과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김재철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정서입니다.

김재철이 거짓말하는 동안 편파보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김재철이 퇴진해야 공정방송을 위한 매듭이 풀린다는 시각을 조합원들이 갖고 있습니다.

‘대선 공정보도를 위해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파업은 조직의 싸움입니다. 그런데 올라가서 일상 투쟁을 하게 되면 개별의 싸움이 되죠. 조합원 개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런 주장은 ‘책상물림’적 생각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총선 때 파업을 했기 때문에 사측이 편파보도를 하고, 그것이 총선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황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업 여부와 상관없이 총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은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조중동과 KBS, SBS 등 주류 매체가 완전히 장악돼 있다 보니 파업 사실 자체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언론 장악의 결과라는 걸 몸소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쌍용차나 한진중공업 등 싸우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것이 파업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합니다. 복귀 이후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파업에 공정방송에 관한 운명이 걸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긴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MBC 장악을 꿈꾸지 못할 것입니다.

사측은 프로그램이 대부분 정상화됐다고 주장합니다.

재방송을 하는 프로그램이 〈무한도전〉 정도인데 그걸 두고 정상화됐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어불성설입니다. 뉴스는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시청률은 종편 수준입니다.

지금 임시 기자, 경력 PD 등을 투입하고 외주화하면서 프로그램을 망가뜨리고 있죠. 일반 프로그램 중 제대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습니다.

‘공정방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임기 도중에 기존 사장을 내쫓고 정권과 완전히 유착해 편파적 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됐습니다.

물론 이명박 정권같은 무도한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공영방송을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사장 선임 구조 등을 개선하는 것이죠. 또한 낙하산 사장이 오더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내부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보도국장 직선제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단체협약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위반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 주십시오.

파업이 이렇게 길어지리라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힘든 싸움인 만큼 꼭 이기고 싶은 의지가 강합니다.

지금 김재철 퇴진 서명운동에 매우 세게 불이 붙는 듯해요. 서명을 받으러 간 조합원들이 매우 고무됐습니다. 서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죠. 팩스로 보내온 서명용지가 아침마다 수북히 쌓일 정도입니다.

개인, 가족은 물론이고 다른 노동조합에서도 조직적으로 수천 명씩 받아서 보내 주시기도 합니다. 이런 서명운동과 후원 모금 등에 동참해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정리 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