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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침략 1년

이라크 침략 1년

계속되는 불의가 저항을 키우다

헬렌 슈터(영국 좌파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기자)

서방의 전쟁광들은 지난 주 마드리드 폭탄 공격으로 희생된 사망자 수를 들먹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이 이라크에서 정기적으로 학살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 살인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애도할 가치도 없으며 그런 비극의 재연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토론은 필요 없는 것인가?

영국 하원의원 제레미 코빈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마드리드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자 엄청나게 많은 언론 보도와 전 세계의 동정이 쏟아졌다. 우리는 모두 범죄자들이 잡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죽거나 열화우라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며 천천히 죽어갈 때는 그런 언론 보도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의 손실은 모두 비극이다. 미국인·유럽인·영국인의 생명이 이라크인이나 아프가니스탄인의 생명보다 더 고귀한 것은 아니다.”

바시르 아타 알라 살리는 지난 주에 바그다드 북쪽의 주함 마을에 있는 자기 사촌 집이 미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벌어진 일에 대해 말해 주었다.

“[미군의] 공격은 오전 약 11시 30분에 벌어졌다. 가족이 모두 집에 있었다. 첫번째 폭탄은 근처 가게에 떨어졌고 두번째 폭탄은 집 안에 떨어졌다. 폭격으로 어린이 두 명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다섯 명이 죽고 다섯 명이 다쳤다.”

바시르가 이 말을 하기 몇 시간 전에 그 공격으로 부상당한 또 다른 아이 한 명이 바쿠바 병원에서 죽었다.

지난 3월 8일 미군은 이라크 북부 모술 근처에서 박격포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반란군들을 공격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잘못된 표적을 공격해 가옥을 파괴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상했을 뿐이다.

같은 주에 미국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처참한 유산도 잘 드러났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중부 간지에서 어린이 9명을 죽인 미군들을 무죄 방면했다.

그 공격은 지난해 12월에 벌어진 것이었다. 9세∼12세의 그 아이들은 미군 전폭기의 사격으로 사망했다.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미군은 당시 “적절한 교전수칙”을 준수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이들의 비극적 죽음에 괴로워하는 그 가족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다.

또, 이웃 가르데즈 주에서는 지난해 12월에 미군 공격으로 무너진 담벼락 밑에서 어린이 여섯 명과 어른 두 명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파괴, 죽음, 잔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부시와 블레어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곳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평화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부시와 블레어의 전쟁은 이라크를 유린했고 분노와 저항에 불을 붙였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 병원들을 위기에 빠뜨렸다. 항생제 부족 때문에 아이들이 아주 간단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산소 부족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바그다드의 이스칸 병원 의사들은 150명을 수용할 수 있게 지은 병원에서 3백 명의 환자들을 돌보느라 애를 쓰고 있다. 병원 바닥은 피와 오물로 뒤범벅이지만, 보급품이 충분치 않아서 제대로 청소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 어린이의 겨우 절반만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일부 도시들에서 어린이의 4분의 3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들은 대체로 시장과 건설현장의 저임금 직종에 종사한다.

많은 지역의 농업이 전쟁과 점령 때문에 황폐해졌다. 점령군은 저항 세력의 은신처가 된다는 이유로 광대한 농지를 깨끗이 청소해 버렸다. 농업 위기 때문에 기본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다. 가장 기본적인 식품 가격이 전쟁 이후 3배로 뛰었다.

이라크 주둔 미군에 붙잡힌 이라크인들이 가혹 행위에 시달린다는 보고들도 나오고 있다. 한 이라크인은 티크리트에서 어떤 사람이 체포되는 광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군이 그 사람 집을 급습해 25세 남자, 그 형제 두 명, 나이든 아저씨를 모두 불러모았다. 미군은 늘 하던 대로 그들을 대우했다.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씌우고 손을 뒤로 묶었다. 그들은 티크리트 외곽으로 끌려가 헛간 같은 곳에 내동댕이쳐졌다. 여전히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 손이 묶인 채 말이다. 거기서 그들은 사흘 동안 미군들에게 걷어채이고 욕설에 시달렸다. 덩치 큰 한 미군 병사는 그들을 걷어차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고함치듯 질문을 했다. ‘너, 알 카에다 조직원이지? 너, 오사마 빈 라덴 알아?’”

살라 하산은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의 카메라 기자다. 그는 미군 호송 대열에 대한 공격을 보도하다가 체포됐다. 그는 [손이] 묶이고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써야 했다. 바그다드 공항과 티크리트에서 욕실에 네 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사담 후세인이 지은 감옥으로 이송됐다.

그 감옥은 지금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 지금 그런 감옥들에는 약 1만 3천 명의 이라크인들이 갇혀 있다. 살라 하산은 머리의 두건을 제외하고 발가벗겨진 채 밤에 11시간 동안 밖에 서 있어야 했다. 그가 쓰러질 때마다 미군은 그를 걷어차서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라크에서 죽음, 파괴, 미군의 잔인함이 증대함에 따라, 부시와 블레어를 저지하려는 전 세계 반전 운동의 결심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거짓과 야만으로 얼룩진 전쟁에 한국군 파병 말라

파병하면 한국도 테러 대상국 될 것

얼마 전 미국은 한국군 파병 예정지 키르쿠크에서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주둔할 것을 요구해 왔다. 처음에 미국은 키르쿠크 주 전체를 한국군이 전담하도록 요청했다. 한국군이 키르쿠크를 전담하면, 미군을 재배치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약속을 번복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군만으로 키르쿠크를 점령하는 데 무리가 있을 만큼 저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부터 키르쿠크는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이라크 석유의 40퍼센트가 매장돼 있고, 종족 간의 갈등도 첨예하다. 게다가 이라크 저항군들이 키르쿠크 근방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그 동안 한국 정부는 이 점을 숨기려고 애썼다.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는 압도적 국내 여론 때문에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파병안을 통과시키면서도 저항세력 소탕이 아니라 “평화·재건” 사업 추진이라는 명분을 들이댔다. 하지만 파병 부대는 해병대, 특전사 등 대부분 전투병으로 편성됐다.

그런데 미국은 이조차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한국 외교부 장관 반기문을 만나 “이라크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므로 한국군은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무장을 더욱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최근에는 한국군 파병 지역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 지금 스페인군이 맡고 있는 지역을 스페인군 철수 뒤에 떠맡기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스페인 군이 저지른 짓 때문에 스페인의 평범한 사람들은 테러의 희생양이 됐다.

미군은 노골적으로 한국군의 역할을 ‘공격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월 17일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리카르도 산체스는 “한국군이 게릴라 소탕 등 적극적인 치안유지활동을 해주기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태세다. 한국 정부는 파병 부대를 전차와 전투헬기 등으로 무장시키려 한다.

한국군 이라크 파병은 결국 베트남 전쟁 당시 파병과 닮아가고 있다. 그 때도 처음에는 의료진과 공병대를 파병했다. 그러나 그것은 연인원 30여만 명의 전투병 파병으로 확대됐고, 베트남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한국군이 이라크 저항 세력 진압에 나선다면 그 결과는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한국군이 저항군의 공격에 더욱 심하게 노출될 뿐 아니라, 스페인 폭탄 테러처럼 평범한 한국 국민들이 테러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파병안이 통과됐지만 우리는 계속 파병 저지를 위해 싸워야 한다. 3월 20일 전세계 반전행동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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