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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이 이정희 후보 탓?:
마녀사냥식 공격을 통한 속죄양 삼기를 멈춰라

이번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 때문에 우파가 결집해서 박근혜가 당선하고 문재인이 패배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앞장서서 이런 주장을 펴며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을 공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정희 후보는 진보를 혐오대상”으로 만들었다며, 언제는 자신들이 진보를 혐오하지 않았던 양 위선을 떨었다.

단지 우파만이 아니다. 대선 패배의 속죄양을 찾으려는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고 〈한겨레〉, 〈경향신문〉 등 자유주의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도 이정희 후보를 탓하며 거들었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의 언행이 박근혜에게 오히려 도움을 줬다는 주장은 사실로 뒷받침될 수 없다. 오히려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 6억” 등을 폭로한 이정희 후보의 주장은 박근혜의 실체를 폭로하고 반 박근혜 표를 결집시키는데 일부 기여했을 것이다.

통계수치를 봐도 박근혜의 지지율은 TV 토론을 한 이후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대개 정체 상태를 유지한 반면 문재인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대선 직후 한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에게 투표한 사람 중 27퍼센트가 ‘1주일 전에 지지를 결정했고 TV 토론과 SNS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즉,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한 언행 때문에 문재인의 지지가 떨어졌다고 볼 근거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일부 보수 우파들이 ‘이정희 효과’를 결집의 요소로 꼽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애초 문재인을 찍을 사람이 박근혜로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의 발언은 박근혜를 지지했던 보수 진영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실제로 TV 토론에서 ‘박근혜가 이정희에게 고문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정희 후보는 “친일의 후예, 낡고 부패한 유신독재의 뿌리”인 박근혜를 궁지에 몰아 넣으며 우파를 곤혹스럽게 한 반면, 반우파 지지층을 속시원하게 해 줬다.

토론회 직후에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 6억” 등은 검색어 1, 2위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최병승 씨 … 토론회 보고 계십니까” 하며 철탑에서 사투를 벌이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이정희 후보의 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겨레〉 정영무 논설위원의 말처럼 “이정희 후보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바보상자와 그 배후세력에 진실의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또 이정희 후보는 “IMF 이후 민주정부 기간 동안 대학 등록금은 올라가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양극화는 심해졌다”며 민주당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이정희 후보의 말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보가 단결해서 이런 목소리를 더 크게 내며 투쟁을 건설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선거에서 박근혜를 막지 못한 이유도 이런 더 큰 배경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탄압

지금, 우파는 박근혜의 실체가 까발려진 것 때문에 선거가 끝나고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을 공격하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 김성주는 “주변에 있는 분들이 진짜 흥분해서 … 굉장히 분노했다”며 우파의 분위기를 보여 줬다.

그래서 우파 언론은 이정희 후보에게 ‘후레XX’이라며 막말을 하는 성호 스님이라는 자를 띄워 주고 있다. 이 자는 통합진보당이 국민 세금 27억 원을 ‘먹튀’했다며 우기지만 이 돈은 불법적 횡령도 전혀 아니고 국고보조금의 취지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2백만 명 이상의 지지를 얻은 통합진보당에 가는 게 자연스러운 돈이다. 통합진보당은 이 돈과 당원들의 당비, 노동자들의 지지금 등을 이용해 이번 대선 공간에서 나름 의미있는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5백60억 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을 고스란히 보전받을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의 27억을 문제삼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더구나 박근혜는 전두환에게 받은 6억 원 등에 대해 세금 한 푼 안 냈으면서 말이다.

법원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상식 이상의 중형을 선고하고 나섰다. 조준호 전 대표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파행에 연루된 당원에게 징역 10개월 등 중형을 선고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도 윤원석 후보 사퇴에 따른 갑작스런 선거 등록 과정에서 재산신고를 일부 누락한 잘못을 빌미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과도한 형을 선고받았다.

우파가 이렇게 통합진보당을 옥죄는 이유는 선거과정에서 박근혜에게 ‘돌직구’를 던지던 진보의 목소리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박근혜는 당선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선거 때 뱉어놓은 공약을 거둬 들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는 진보의 목소리를 더욱 억누르며 탄압을 강화할 것이다. 최근 경찰이 창원지역 청년단체 ‘푸름’ 회원 6명을 국가보안법으로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우파는 이런 공격을 통해서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분열과 반목이 거듭돼 온 진보진영 내부에서 분열의 골이 더욱 깊어지길 바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왼쪽으로 가서 중도를 잃은 게 문제’라는 목소리가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도 더 커지도록 부추기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진보진영의 분열을 촉발하는 과정에서 한 잘못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이런 공격과 마녀사냥에 맞서 이 동지들을 방어해야 마땅하다.

이런 공격은 진보진영 전체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므로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넘어 진보가 단결해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