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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2005년 일본 JR 후쿠치야마 선 탈선 사고:
민영화는 왜 재앙인가

2005년 4월 25일, 일본 효고현의 아마가사키시에 있는 JR 서일본 소속 후쿠치야마 선에서 사상 최악의 철도 사고가 발생했다. 출근 시간에 운행하던 전동차가 탈선해 아파트에 충돌해 승객 1백6명과 기관사 1명이 사망하고 5백62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기관사의 과속으로 인한 탈선이었다. 해당 열차의 기관사는 운전 경력이 11개월 정도인 신입사원이었는데, 열차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사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에도 사고 현장의 바로 전 역에서 열차를 제대로 정차시키지 못해 운행 시간이 많이 지연된 상태였다. 기관사는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속도 70km를 준수해야 할 곡선 구간을 무려 116km로 진입하려다가 이런 참극을 낳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윤을 위해 효율만을 앞세워 철도를 경영한 일본의 민간 철도 회사들에게 있었다.

사건의 핵심인 JR 서일본이 속해 있는 지역은 일본의 대도시들인 교토, 오사카, 고베, 사카이 등이 모여 있어 인구가 1천9백만 명에 이르는 곳이다. 운송 분야에서 매우 많은 수요가 있는 시장인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만 JR 서일본을 포함해 11개가 넘는 철도 회사가 단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철도 회사들은 운영비를 줄이려고 경력이 있는 기관사들을 퇴직시키고 신규 기관사들을 채용해 임금을 줄이거나, 기본적인 보수나 정비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또한 열차 시간표를 초 단위로 짜면서 이 시간표를 지키라고 기관사들을 압박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이나 근신 등의 징계를 주고 있다.

당시 사고를 낸 JR 서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987년 일본 정부는 ‘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일본 국철을 7개 JR 회사로 분할해 민영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27만 명이던 철도 노동자들 중 7만 명가량이 해고됐고, 민영화 찬·반을 둘러싼 노동자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심각하게 약해졌다. 이후에도 JR 각 사들은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 고용을 대거 축소했다.

‘경영 합리화’

특히 JR 서일본은 정년 퇴직자들의 수에만 철저하게 맞춰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당연히 이는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민영화가 된 지 얼마 안 된 1990년에 일본 운수성 운전관계노동실태조사단에서 실시한 조사를 보면, JR 서일본 소속 기관사의 승무 시간은 평균 1.3배 증가했고, 승무 거리는 1.7배 증가했다.

그래서 JR 소속 철도 노동자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로 순환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또한 신입 기관사들에게 운전 기술을 전수할 중견 노동자들이 없어지면서, 신입 기관사들은 미숙한 운전 실력을 가지고 바로 강도 높은 현장 업무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해당 사고를 낸 기관사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JR 서일본에는 악명 높은 ‘일근교육’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열차 시간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정차역에서 정차 위치를 지키지 않은 기관사들에게 가해지는 교육이었다. 이 일근교육을 받는 기관사는 2일이나 3일 정도 근무에서 제외돼 교육을 받는데, 그 교육 기간 동안 해당 기관사는 눈에 잘 띄는 장소에서 제초나 청소를 하거나 반성문을 작성해야 했다. 이러한 징벌적 사규는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JR 서일본에서 일근교육 제도가 실시되는 동안 20명이나 되는 기관사들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를 낸 기관사도 이미 세 번이나 일근교육을 받았고, 사고 당일에도 여러 차례 실수를 하자 다급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올렸던 듯하다. 또, 모든 전동차에는 제한 속도를 일정 시간 초과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제동관이 설치돼 있지만, 해당 열차는 제동관이 낡아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모로 후쿠치야마 선의 참사는 일본 정부의 무리한 철도 민영화가 가져온 심각한 폐해였다.

아직 한국 철도는 민영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도 철도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코레일 소속 기관사들은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JR 서일본의 ‘일근교육’과 마찬가지로, 코레일에서도 운행 과정에서 실수를 한 기관사들을 강하게 징계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노동자 수 명이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하고 있다. 중대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고장이나 사고도 매년 수십 차례나 발생하고 있지만 코레일은 운영비 절감을 위해 유지·보수 외주화를 늘려 왔다.

이런 판국에 한국 정부는 KTX를 위시로 해 철도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형 철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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