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故 김00 노동자 추모집회:
“15년간 KT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6월 18일 비 내리는 저녁, 광화문 KT 본사 앞에 노동자들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혹독한 노동탄압 속에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김00 조합원은 “KT 노동조합 단체교섭 찬·반 투표 후 검토가 두려워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며 찬성표에 기표한 사진과 함께 사측의 부당한 개입과 압력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2010년, 2011년 투표 전 개인 면담 시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는 엄포를 (검표하면 다 나온다) [놓았다] … 2013년도 항상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00팀장은 직원들 모인 자리에서 똑바로 하라 하면서 엄포를 놓는다. 뭐든 강압적이다.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들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
이런 현실 속에서 KT 노동조합원이 주권(소중한 한표)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의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
KT의 살인적인 노무관리에 항거한 김00열사 추모집회는 무겁지만 결연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먼저 KT 노동조합 민주동지회 김석균 의장이 발언했다.
이석채 회장 4년간 1백50명의 노동자들이 죽었고, 올해만 5명이 자살하고, 10명이 넘게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김00열사의 유서는 우리에게 민주노조를 쟁취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겨준 것입니다.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막 도착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소장이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김00씨는 평범한 조합원이었습니다. 올 초 KT노동인권센터로 전화 상담을 하기도 했고, 사측과 노조에 대해 답답해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부터 KT 내 사망자를 파악해 왔는데 이례적으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이 올해 가장 많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KT는 죽음의 기업입니다. 김00열사는 목숨을 던지며 알렸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처벌 받을 수 있도록 싸웁시다.
故김00 조합원의 죽음은 KT 사측의 탄압 때문이고, 그 책임은 이석채 회장에게 있다.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서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2013년 임단협은 말도 안됩니다.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자를 수 있다니 말입니다. 이런 안이 82퍼센트 지지가 나왔다는 것은 바보들만 다니는 직장이거나 투표 부정이 있었거나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나와 내 동료를 죽이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양심을 팔아가면서도 무기력하게 찬성표를 찍어야만 했던 그 현실을 알리기 위해 김00열사는 사진을 찍어 그 위에 유서를 남겼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닙니다. 국회에서, 본사 앞에서 울부짖으며 외쳐왔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은 KT 노동자들이, 우리가 나이가 많아서 죽은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KT는 사람을 죽이는 기업이고, 김00 조합원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입니다. 살인자는 감시와 압력을 넣었던 관리자들이고 이석채 회장입니다.
올해 故김00 동지가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말하고자 했던 2013년 단체교섭 체결 과정은 KT의 파렴치하고 악날한 노무관리가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2013년 노조가 임단협을 백지위임하자 사측은 임금 동결, 수당폐지, 면직제도를 내놓았다. 면직제도는 고과점수 F 등급을 연속 2회 받으면 사측이 일방적으로 면직할 수 있는 ‘상시적 정리해고제’다. 어용노조와 사측의 ‘짜고치는 고스톱’에 조합원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다.
얼마 전 ‘KT 민주동지회’가 KT 사측의 노골적인 부당 행위를 폭로했다. 한 지사에서 본사로 보낸 보고서에는 “지사장이나 팀장들, 지부장은 개별 접촉을 통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00(KT 민주동지회 회원)로 인해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음”, “이00은 투표장을 수시로 오가면서 [부정 투표가 없는지] 감시했으며, 6시가 임박해 마지막으로 투표하고 개표시 참관하였음, 위와 같은 사유로 부진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음을 보고”한 것이다.
KT는 대표적 공기업 ‘한국통신’에서 민영화한 지 10여 년 만에 4만여 명을 정리해고 하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도 감시와 탄압으로 쥐어 짜고 있다.
추모집회에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KT 민영화는 좋은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KT는 노동자들의 지옥이고 죽음의 기업이 돼 버렸습니다. 철도, 가스, 전력, 물 등 줄줄이 민영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를 막지 못하면 KT처럼 될 것입니다. 서비스질 하락, 요금폭탄, 노동기본권 후퇴 등 국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KT가 2013년 1분기에만 거둬들인 순이익 2천1백26억 원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목숨 값이며,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는 KT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다.
이처럼 김00 동지가 죽음을 택하며 알리고자 했던 KT 사측의 탄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사측의 선거 개입이 드러난 2013년 임단협은 무효고, 그 책임자들은 처벌 받아야 한다. 그것이 故김00 동지의 염원인“15년간 사측의 노동조합 탄압이 이제 끝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故김00 동지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이 고인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기사에 밝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