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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맑시즘2013: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역사적 기회가 오고 있다”

노동자연대다함께가 주최한 맑시즘2013이 7월 19~22일 고려대학교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무더위와 장맛비를 뚫고 전국에서 연인원 5천5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백 명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조직노동자들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지난해보다 더 많이 참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교사 노동자들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교사와 학생이 함께 온 경우도 많았다.

7월 19일 열린 개막집회에는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와 김명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이영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등 노동조합 투사들이 힘 있고 감동적인 연설로 참가자들을 고무했다.

3백 일 가까이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해 오며, 불법파견 철폐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해 온 최병승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의 전화 연설을 들으며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투쟁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2차 이집트 혁명, 제국주의 체제와 한반도, 박근혜 정부하에서 계급투쟁 전망, 주요 국제 운동 전망, 마르크스주의와 사회 변혁 전략 등 60여 개 주제로 열린 토론장은 나흘 내내 노동자·학생·청년 들의 활력과 호기심, 열정으로 가득 찼다.

올해 처음 맑시즘에 온 한 참가자는 “모든 참가자들한테 발언을 보장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보통 다른 토론회에서는 일방적으로 연사의 말을 듣는 편인데, 맑시즘은 민주적으로 토론을 이끄는 것 같아 좋았다” 하고 말했다.

올해 맑시즘은 세계적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이것이 낳은 세계적 저항과 첨예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치러졌다. 이집트 민중이 2차 혁명으로 무르시를 물러나게 해, 이집트 혁명이 더한층 진전되는 상황이다.

브라질과 터키 같은 신흥공업국에서도 대중적 민중 항쟁이 터져 나왔다. 한때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각광받던 국가들에서 성장률 둔화를 배경으로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박근혜에 맞선 투쟁이 시작됐다.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나선 촛불운동이 커지고 있다. 민영화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도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마르크스주의와 사회 변혁 전략에 관한 존 몰리뉴의 연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45년 넘게 사회주의 운동에 투신해 온 존 몰리뉴는 오늘날 세계 정세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알기 쉽고 분명하게 설명해 줬다.

“우리는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위기에 지배계급이 대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설령 자본주의가 5년 또는 15년 뒤에 이번 위기를 극복한다 해도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인류 전체가 진정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존 몰리뉴는 “이집트·터키·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대중적 저항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위기에 맞서 희망을 건설할 진정한 대안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맞서 대안을 건설하는 데 마르크스주의가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주의는 노동계급의 통합된 세계관이다. 부르주아적 사회과학의 관점에서는 사회 전체를 하나의 총체로 이해할 수 없고 그저 기존 사회를 합리화할 뿐이다. … 마르크스주의 철학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을 바꾸려는 우리 노동계급의 투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존 몰리뉴는 ‘아나키즘과 자율주의’ 워크숍에서도 운동에서 민주적 리더십의 중요성, 혁명정당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몰리뉴의 철학, 기후변화, 아나키즘 등 강연에는 매번 대형 강의실이 가득 찰 정도로 수백 명의 청중이 몰렸다.

자본주의 이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세계경제 위기 때문에 경제 위기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자본주의 이후’에 대한 김수행 교수의 워크숍에 청년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김수행 교수는 “자본주의는 폐지돼야 한다”고 분명히 말해 호응을 얻었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져 온 가운데, 이 주제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참가도 뜨거웠다. 연사들은 ‘이 긴장이 제국주의 간 갈등의 산물이고 제국주의를 낳은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해야만 이 위기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국정원 촛불운동, 민영화, 다른 교육을 향한 투쟁 등을 다룬 워크숍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연사로 참가한 ‘진보 정치,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서는 새로운 진보 정치의 대안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치열한 토론 속에 진보 정치의 분열과 위기를 벗어날 단초를 볼 수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협동조합운동, 비정규직 투쟁, 진주의료원, 쌍용차 등과 관련한 워크숍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는 운동에서 주요한 구실을 해 온 활동가들이 투쟁의 방향과 대안을 둘러싸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한 참가자는 “이토록 진지하게 대안에 대한 모색과 고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 반가웠다”고 했다.

역사유물론, 소외, 제국주의,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 문제 등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을 다룬 토론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와서 열띤 질의와 토론을 했다.

이 모든 워크숍들은 매우 꼼꼼하고 빈틈없이 조직됐다. 연사로 참가한 활동가들은 “행사를 이렇게 치밀하게 조직한 것에 놀랐다”, “다음에도 연사로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토론의 열기는 북카페로도 이어졌다. 나흘 동안 각종 마르크스주의 서적이 1천 권 넘게 팔렸고,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행한 소책자도 5백여 권 판매됐다. 〈레프트21〉에도 관심이 이어져, 10여 명이 〈레프트21〉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맑시즘2013 주최측은 나흘 동안 참가자들이 보여 준 뜨거운 정치적 관심과 열정을 박근혜와 박근혜가 벌이는 온갖 악행에 맞선 투쟁에 대한 참여로 이어가 달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7월 27일 서울 시청광장에 열리는 촛불운동에 참가하자고, 그리고 8월 중에 열리는 철도 민영화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도 참가하자고 맑시즘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맑시즘2013이 보여 준 혁명적 사상과 대안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의지는 이제 철도 민영화 반대 등 하반기 투쟁 속에서 계속 커져야 한다. 무엇보다 존 몰리뉴가 개막집회에서 강조했던 “운동의 규모와 사회주의 조직 사이의 격차”를 메우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폐막 토론 — 이집트 2차 혁명

“승리의 결정적 열쇠는 혁명정당 건설에 있다”

맑시즘2013의 마지막 토론인 ‘2차 혁명이 분출한 이집트, 어디로?’에서 이집트 혁명적 사회주의자 사메 나기브는 영상 연설을 통해 이집트 혁명의 상황과 좌파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무르시를 타도한 이번 운동이 이집트 혁명의 두 번째 물결이라고 밝혔다.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한] 6월 30일 시위참가자 수는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린 18일간의 혁명보다 훨씬 많았다. 규모로만 봐도 수백만 명이 더 참가했고 여성들의 참여 또한 유례없이 두드러졌다.

"또 하나 의미심장한 것은, 2차 혁명은 거듭된 노동자 투쟁의 물결을 타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피플 파워’만이 아니라 전례없이 강력한 노동자 파업이 2차 혁명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세계적 차원에서 이집트 혁명이 갖는 의미도 지적했다. 이 혁명은 지금 신자유주의가 낳은 세계적 위기에 맞서고 있고, 이 때문에 서방과 아랍 지배자들이 "공포에 질려 있다".

“[그러므로] 혁명의 확산은 당연히 전 세계 좌파들에게도 커다란 의무를 부과한다. 새로운 혁명 물결은 결코 아랍 세계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브라질과 터키에서 아랍 혁명의 영감을 얻은 시위들이 분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둘도 없는 역사적 기회가 날아가 버릴 것이며, 혁명에 동참하고 그 속에서 조직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전 세계 혁명적 좌파들의 의무다.”

김종환은 이집트 혁명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걸린 여러 투쟁의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치 바다에서 개별 물방울은 떳다 가라앉아도 파도는 꾸준히 전진하듯이 그 개별 운동과 쟁점만을 본다면 이집트 혁명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며 “오직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조직으로 뭉쳐서 역사의 파도를 탄 혁명가들만이 혁명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존 몰리뉴는 이집트 혁명 초기에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수백 명 규모에 불과했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대량 실업 등은 이집트에서 군부 통치의 정당성을 허물 것이고, 대중은 필연적으로 군부 정권과 충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명가들은 이 상황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몰리뉴는 이를 위해서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이집트 차기 대선에서 좌파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대중이 군부 잔당과 무슬림형제단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혁명가들은 노동자·노동조합 들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단지 이집트에서 정권만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도 무너뜨리려면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혁명가들은 대중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한다. 즉, 진정한 혁명 정당이 돼야 한다. 그리고 혁명 조직은 단지 이집트에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성장해야 한다.”

우리는 이집트 혁명의 전진과 그 속에서 혁명가들의 구실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둘러싼 결정적 전투를 맞이할지 모른다. 이런 전투가 벌어진다면 전 세계에서 노동계급과 혁명가들이 연대해 이 전투에서 승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 결정적인 열쇠는 “지금 우리가 혁명정당을 건설하는 것이고, 혁명정당이 노동계급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하고 존 몰리뉴는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