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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디오평

서평
투쟁으로 성취해야 할 민주주의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민주주의》 그레그 팔라스트, 평민사

올 5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미 백악관은 미국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논평치고는 야박했다. ꡒ미국의 위대성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사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데에 있다.ꡓ
과연 미국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민주주의》의 저자 그레그 팔라스트는 아니라고 말한다.
2000년 11월 대선 수개월 전부터 플로리다 주지사 제프 부시와 주 국무장관 캐서린 해리스는 지역 선거담당관들에게 5만 7천7백 명의 이름을 선거인 명부에 올리지 말도록 지시했다. 토머스 쿠퍼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명부에 따르면 쿠퍼는 2007년 1월 30일에 중죄를 저질렀다!
명부에 따라 시민의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90.2퍼센트는 아무 죄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54퍼센트는 흑인과히스패닉계였다. 플로리다의 흑인 중 3분의 1이 선거권을 잃었다. 미국 신문은 이러한 엄청난 범죄를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저자는 특유의 화려한 비유로 부시의 대통령직 절도, 부시 가문과 미국 기업 간의 끈끈한 관계, 세계화가 낳은 죄악, 미국 기업의 추악한 이면 등을 생생하게 폭로한다.
그가 폭로한 진실은 우리를 참 우울하게 만든다. 2002년 8월, 아홉 달 동안이나 월급을 받지 못했던 베론은 거리에서 시위를 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반면 세계화의 찬양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강연에서 지구상의 어떤 나라든지 간에 세계화에 서약하고 그 지시 내용을 충실하게 따르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난은 종식되고 독재정부도 끝장나며 볼리비아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메일 주소를 갖게 될 것이다. 프리드먼은 인텔의 앤디 그로브의 말을 인용하면서 강연을 끝맺었다. ꡒ새로운 자본주의의 목적은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사살하는 것이다.ꡓ
연간 매출액이 옛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의 GDP를 능가하는 미국 기업 월마트는 중국 교도소 재소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티셔츠를 만들었다.
몬산토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우유분비촉진 호르몬은 실험 결과 실험용 젖소의 우유에 고름이 섞여 나오게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들은 실험 결과를 숨겼다. 미국 정부도 몬산토를 도왔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폭로에서 느끼는 것은 단순히 우울함만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분노가 있고 그러한 추악한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반자본주의 시위와 반전 시위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호소했다. ꡒ읽고, 배우고, 함께하고, 외치고, 행동하라, 고소해도 좋다.ꡓ
이예송


비디오평


콰이어트 아메리칸

1956년에 그래함 그린의 《조용한 미국인》이 출간됐을 때, 이 소설은 반미 정서를 선동한다는 공격을 받았다. 〈콰이어트 아메리칸〉은 동명의 소설에 기초한 영화이다.
영화의 배경은 공산당이 주도하는 베트남 식민지 해방 운동이 한창이던 1952년 사이공이다. 이 때는 주로 북부에서 진행되던 투쟁이 남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였다.
주인공인 파울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만사에 시큰둥한 〈타임스〉 기자였다. 그는 어느 날 미국식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는 젊은이 파일을 만난다. 그는 경제 지원 봉사단의 자격으로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었고, 지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이 많았다.
파일의 정체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임이 곧 밝혀진다. 프랑스의 패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미국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새로운 민족주의 세력을 지원했고, 파일은 그러한 지원을 감독했다.
프랑스와 공산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소위 이 ꡐ제3세력ꡑ은 테러 공격을 시작한다. 이러한 테러는 책임을 공산당에 떠넘겨 이데올로기적 입지를 강화하고, 무엇보다도 미국으로부터의 더 많은 자금 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
〈콰이어트 아메리칸〉은 원래 2001년 가을에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마이클 무어의 〈화씨9․11〉의 배급을 거부했던 디즈니와 자회사 미라맥스는 9․11이 발생하자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를 매장시켰다.
이 영화의 테러 장면은 매우 끔찍하다. 사이공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 테러를 통해서 파일의 진정한 정체가 드러난다. 이 장면이 특히 설득력 있는 이유는 엑스트라 중 상당수가 미군이 남긴 지뢰와 고엽제의 실제 피해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든, 혹은 우연이었든 간에 이 장면은 미국이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다크 블루

1992년 4월 29일 전원이 백인이었던 배심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로드니 킹을 잔인하게 폭행한 네 명의 백인 경찰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크 블루〉는 로드니 킹 판결에 이어 발생한 폭동에 이르는 며칠 동안 로스앤젤레스의 한 경찰관이 겪는 일을 다룬 영화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 특별수사과 경사 엘든 페리는 툭하면 시민을 공격하고 증거를 조작하며, 거리낌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부패한 경찰이다. 〈다크 블루〉는 깨어나는 로스앤젤레스를 표현하는 은유로 부패한 경찰의 세계와 구원을 보여 준다.
대부분의 미국 감독들이 로스앤젤레스 폭동 같은 정치적 주제를 회피해 왔지만, 〈다크 블루〉의 감독인 론 쉘튼은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겪는 가난과 사회적 배제와 이에 대한 경찰의 책임 등의 문제를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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