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동자들이 파업 경험과 새로운 투쟁 과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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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의 역동성, 힘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하현아 서울차량지부장
“어느 파업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은 노동자와 시민 들이 우리를 지지해 줬기 때문에 가능한 파업이었다. 특히 이에 화답해, 파업을 승리하고자 했던 철도 노동자들의 열망이 대단히 높았다고 생각한다.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한 부분은 아쉽긴 하지만, 이 싸움은 계속돼야 한다, 더 싸울 수 있다는 요구가 현장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부장으로서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민주노총과 전국의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을 결의하고 싸우는 것을 보면서, 전체 노동자가 함께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도 얻은 것 같다.
무엇보다 대책위 동지들이 전국에서 정말 열성적으로 함께 투쟁해 준 것 때문에 많은 힘을 얻었다. 현장에도 지지와 응원의 대자보나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놀랍기도 하고, 또 그 때문에 더 책임감 있게 싸웠던 것 같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힘들고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더 똘똘 뭉치고 의지가 높아지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복귀하는 과정에서 보여 줬던 조합원들의 역동성을 보면서 놀랐다.
공사가 우리를 길들이기 하고 현장 통제하려 했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여기에 굴하지 않았다. 현장의 힘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민영화 문제가 해소된 것이 아니고, 지금도 현장 탄압이나 철도를 여러 개 자회사로 쪼개는 계획이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그것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속속 밝혀지고 있는 점들이 있기 때문에,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동지들을 다시 일으켜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파업을 포함한 현장 투쟁을 다시 조직화해서 싸워 나갈 것이다.”
“파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힘 있게 현장 투쟁하자”
박세증 청량리기관차지부장
“23일간의 철도 파업, 비록 원하는 바를 온전히 성취하지 못했지만 이번 파업이 가져다 준 성과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록적인 파업 일수, 철도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자신감, 전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각인된 사회적 의제, 국민 ‘지지’ 속에서 시작돼 더 큰 사회 ‘연대’로 확산된 투쟁, 민주노총을 비롯해 조직 노동자들에게도 분명한 투쟁 계기가 된 파업 등등.
철도 노동자들은 그 어떤 노동 강의보다도 훌륭한 교육을 받은 셈이다. 결과만을 두고 아쉬운 평가를 하기에는 우리 모두의 한 달은 매우 값진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았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위원회라는 일말의 정치적 실마리는 남겨 두었지만, 우리가 목표로 했던 ‘철도 민영화 저지’는 아직 요원하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점점 더 노골적인 형태로 완결돼 가고 있으며, 올해 예정인 물류 자회사 설립은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여러 국면과 계기를 통해 또다시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자신감과 굳건한 연대를 기반으로 다시 힘 있게 대처해야 한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자신감이 오른 철도 노동자라지만 대량 징계로 드러나는 철도공사의 강력한 탄압이 지속된다면 향후 투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의 징계와 탄압을 이미 각오했다지만, 현실적인 악영향은 점점 커질 것이다. 미미한 성과에 비춰보면 억울하기 그지 없다.
따라서 탄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철도공사에 대한 정치적 압박뿐만 아니라 그에 맞선 현장 투쟁을 더 힘 있게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 성사 여부를 떠나, 필공 명단을 다시 제출하고 재파업을 준비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강력한 징계 반대 투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지펴놓은 작은 불씨, 민영화 저지의 마음을 다시 모아 내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는 싸움에 많은 동지들을 만나 뵙기를 기대한다. 철도 노동자들은 올해도 민영화 저지 투쟁의 길을 역동적으로 걸어갈 것이다. 투쟁!”
“올해는 노동조건 둘러싼 쟁점이 더 불거질 것”
박성수 성북승무지부장
“사측은 임금협상이 해를 넘겼다며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법적 명분도 없는 얘기다. 올해는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사측은 자동승급제를 폐지하려 하고, 기관사들의 경우에는 승무율을 높여 기관사들의 노동시간을 늘리려 한다. 공사 전환 직후 맺은 특별 단협의 성과를 무로 돌리려고 할 것이다.
올해는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둘러싼 쟁점이 지난해보다 더 불거질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벌여 승리하는 것이 시민들의 안전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재파업 결의를 모아내고 사측과 정부에 다시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
“우리 파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박현수 부산차량지부 조사부장
“가장 긴 파업이었다. 노선 분리가 철도 전체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컸고 조합원들이 이를 인식했다. 또 민영화 반대 여론이 불붙으면서 투쟁의 에너지가 커졌다.
이번 파업이 좋았던 이유는, 이명박 정부 4년과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눌려 왔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억눌려 왔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조합원들의 의식 변화도 성과고, 지금 조합원들의 사기도 괜찮다.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누르려고 하는데, 이에 전혀 굴하지 않고 활기가 있다.
파업으로 여론을 움직였다는 자부심도 있는 것 같다.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도 있는 것 같다. 은근히 어깨에 힘도 들어가 있다.
이것이 앞으로 있을 투쟁에도 영향을 줄 듯하다. 투쟁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이번 파업에서 아쉬운 점은 장기간 파업하면서 파괴력보다는 대오 유지에 많이 치우쳤다는 점이다.”
“조직력과 동지애가 높아졌다”
최성묵 성북승무지부 조직부장
“파업이 끝나고 나서 전면 파업을 얘기하는 조합원들이 더 늘었다. 파업 전에는 징계 등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다음엔 제대로 싸워보자는 생각이 늘어난 것 같다.
이번 파업으로 조직력도 강해지고, 동지애도 높아지고, 파업 투쟁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이후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역대책위 동지들이 조합원들을 응원하고 자극하며 서로 배워갔으면 좋겠다.”
“이번엔 귀족노조란 비난이 안 먹혔다”
김보균 성북승무지부 문화체육부장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우리가 파업하면 분명히 ‘귀족노조’라는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꽤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파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느끼며 민영화를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박근혜는 생각보다 엄청 단호하게 나왔다. 이 때문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얻은 성과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국민적 지지와 함께 복귀율이 상당히 낮았고 조합원들의 자신감도 올랐다. 필공 조합원들도 집회에 나오거나 파업 조합원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지·응원해 줬다.
또한 조합원들의 동지애는 더 끈끈해졌다. 이번 투쟁으로 쌓인 조직력이 이후 투쟁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이번 파업 투쟁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력이 탄탄해진 게 가장 큰 성과다. 국회 소위? 나는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말싸움만 하다 끝낼 것이다.
물론 지도부는 흔치 않던 상경 집회를 여는 등 여러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맞서 이기려면 전면 파업만이 승산 있는 투쟁이었다. 정부도, 사측도 모든 것을 걸고 싸웠는데, 우리도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했다.”
“정부의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조재현 성북승무지부 조합원
“언론과 정부가 거짓말을 해도 그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사회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파업 때 보니 언론과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해도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더라. 이런 국민적 지지와 호응 속에서 파업을 하는 게 정말 처음이었다.
나는 1980년대 후반에 입사해 27년차 기관사로 연봉이 7천만 원이다. 그러나 휴일에도 근무를 해서 받는 시간 외 수당이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임금에서 휴일 근무 수당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은 그만큼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음엔 모 아니면 도로 싸워야”
김영훈 성북승무지부 조합원
“2012년에 입사해 처음 겪은 파업이었다. 예전에 언론에서 노동조합 파업 뉴스를 접할 때면 대체 파업을 왜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을 겪으며 선배 조합원들이 징계를 각오하고 싸우는 모습을 봤고, 국민적 호응을 몸소 느꼈다. 그래서 파업의 성과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파업을 접을 때 사실 얻은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국회 소위를 통해 뭐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사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파업해야 했다.”
“생애 첫 파업 경험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김진희 성북승무지부 조합원
“입사해서 처음 접한 파업이었다. 노동조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기관사가 되고 나서 민영화가 되면 철도 노동자들과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어떤 부당한 피해를 입을지 알게 됐고, 다른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왜 싸우는지도 알게 됐다.
나는 이번 파업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앞으로 민영화 반대 투쟁에 더 열심히 참여해야 할 이유를 이번 파업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됐다.”
“보수언론의 편파 보도에 신물이 난다”
이성운 성북승무지부 조합원
“아버지가 철도 파업 뉴스를 보시더니 ‘파업 참가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랑 밥을 안 먹은 지 한 달이 넘었다. 보수언론의 편파 보도에 신물이 난다.
누가 파업을 하고 싶어 하나. 누가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 선배들이 징계를 각오하며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철도 노동자들 스스로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싸움이 우리 자신뿐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유익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2010년에 입사해서 파업 참가 경험이 없다. 하지만 필공 파업이 정부와 사측에 타격을 심하게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음에 파업하면 반드시 전면 파업이어야 이번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조합원들이 잘 싸웠다”
부산차량지부 조합원
“파업이 10일 넘길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이전에 최장 기록이 8일이었으니까. 집행부가 준비한 것보다 조합원들이 훨씬 잘 따라줬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받아보지 못한 지지 덕분에 길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철도노조 하나로 정부와 싸운 거라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새로 나온 소책자
22일간의 철도 파업, 그 성과와 교훈
노동자연대다함께 | 30쪽 | 500원
구입 문의 : wsorg@ws.or.kr | 02-2271-2395, 010-8908-7912
연대의 밤
철도 파업 23일, 그리고 계속되는 투쟁
일시 : 1월 21일 (화) 오후 7시 30분
장소 :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2층
주최 : 노동자연대다함께
문의 : 02-2271-2395, 010-8908-7912, 이메일 : wsorg@ws.or.kr
1부 토론회 | 저녁 7시 30분 ~ 9시
23일간의 철도 파업과 2라운드 투쟁
연사 : 하현아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장), 이정원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
참가비 : 5천 원 (장소대여료로 사용됩니다)
2부 연대가 어우러지는 밤 | 9시 ~11시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경험과 현장투쟁 소식 등 생생한 발언을 듣고, 연대한 노동자·학생들의 경험도 나누는 자리, 흥겨운 음악과 음식도 준비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