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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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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의 또 다른 의미

〈다함께〉 34호의 ‘고구려 논쟁’은 매우 흥미있는 기사였다. 중국의 관변학자들이 ‘동북 공정’을 추진하면서 당시의 ‘책봉’체제를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취급한 데 대한 한규한 씨의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몇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고대 동북아시아에서 책봉체제라는 것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해당국가의 동일인에 대해 일회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책봉방법도 중국 내에서 정권교체 시 주변국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등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일사분란한 위계체제로만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중국 관변학자들의 주장이 자가당착인 대표적인 경우는 오대 시절의 후진과 남송이다. 명백히 한족이 세운 후진이라는 나라는 이민족인 거란의 책봉을 받았고, 남송은 매년 이민족인 금나라(역시 거란족이 세운 국가)에 조공을 바쳤다. 그렇다고 후진과 남송이 이민족(거란족)의 지방정권이라고 중국의 관변학자들은 주장하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중국이 현재 동북 공정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다. 한규한 씨는 이에 대해 “50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을 통합·통제하는 것, 그리고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소수민족이 전 국토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 관계가 있다. 중국은 이 지역을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는 자국의 영토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에 역사학을 동원하는 것이다”라며 덧붙여 “현대적 중화민족의 재창출”이 그러한 과제를 표현해 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민족 구성이 복잡한 중국의 처지에서 보면 일반적으로는 맞는 주장이다. 또한 중국 지배자들이 정치적 목적에 역사를 끌어들이려 한다는 점을 지적한 점도 옳다. 그러나 이 주장은 중국이 지금 시점에서 왜 하필 동북 지역에 그토록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는 매우 민감한 ― 머지 않은 장래에 발생할 ― 영토분쟁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넓은 의미의 간도는 오랫 동안 조선인이 거주하며 경작하던 압록강 대안(對岸)과 두만강 대안의 광대한 지역을 일컫고, 좁은 의미로는 연변자치주 정도의 지역을 말한다. 이 곳은 많은 조선인들이 살았고 조선관병이 경비를 서고 심지어 청나라조차 조선의 영역임을 분명히 한 곳이었다(조선왕조는 이곳에 면을 설치하고 세금을 걷는 등 행정력을 미쳤다. 최근에는 청나라조차 이 지역이 조선의 영역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18세기 지도가 공개되기도 했다).

간도

간도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분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첫째, 간도협약의 효력 여부다. 1905년 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1909년 임의로 중국과 간도협약을 체결, 간도를 중국에 귀속시켰다.
문제는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체결된 조약이 무효가 됐다는 점이다. 1909년 간도협약의 교환조건으로 체결된 만주협약이 무효가 되었기에 간도협약만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주장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과 아울러 중국의 지배자들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한반도의 정치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북한 체제의 위기는 어쩌면 머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에서 통일된 정부의 출현을 불러올 수 있다. 만약 한반도 통일정부(더군다나 미·일에 더 친화적인 정부일 경우)가 간도 문제를 제기하며 영토분쟁을 시작하면 그것은 중국 지배자들에게는 곧장 체제의 존립 문제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것은 미·일·러 등 열강이 각축을 벌이는 미묘한 지정학적 지역이자 당장 중국 영토의 관문 구실을 하는 만주 지역에서 영토상의 후퇴를 가져 온다(일본의 중국 침략과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참전이 바로 이 만주 지역과 관련돼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중국 지배자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일지 상상이 갈 것이다). 이는 급기야 중국 내 조선족의 통일한국으로의 편입을 낳고 이는 직접적으로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들(신장-위구르족, 티베트족 등)의 분리주의를 고취한다는 점에서 중국 국가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아예 고대 한반도 왕조들(고구려, 발해 등)이 중국 왕조들인 것처럼 바꿔치기해 현재의 영토적 장악력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중국은 이렇게 함으로써 고대 한국인들과 과거 간도의 조선인 주민 사이의 역사적 고리를 차단하고 기껏해야 조선인들은 19세기 말에나 청나라의 관대함 덕분에 이 지역에 들어와 살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중국은 간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른바 날조론)과 함께, 심지어 조선인과 중국 내 조선족은 다르다는 이론이나 한반도문화권과 독자적인 장백산(백두산)을 중심으로 하는 “장백산 문화론” 등 해괴한 이론을 총동원하고 있다.

“장백산 문화론”

이를 위해 중국은 국가의 총체적 지원으로 2002년부터 5년 간 대규모 ‘새 역사 창조 작업’인 동북공정을 추진했다.
동북공정은 해당 연구가 밝혔다시피 “동북 변경 문제는 학술 문제이지만 국가 영토, 강역, 주권과 연관되는 중대한 정치 문제이다. 지역적 문제이면서도 국가 안전과 전체 국면의 안정에 중대한 연관성이 있는 문제이다. 더불어 중국 국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복잡한 국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더 넓게 보면 이번에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 시도하는 것은 멀리는 한반도 북부에 대한 역사적 연고를 만들어 이 지역에 대한 정치적 지배권까지 주장할 근거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최근 유네스코에 한반도와 중국 영토 내에 있는 고구려 유적이 나란히 국제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중국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중국이 대만을 영토적으로 흡수하려 시도하면서 대만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분이었다는 점을 거듭 되풀이하는 것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역사 논쟁이 순전히 역사에 관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히 드러난다.
중국 지배자들은 동북아시아에서 열강 간의 경쟁 와중에 지정학적·전략적 이익을 위해 역사를 교묘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동북공정의 진면목인 것이다.
문명주


김선일 씨는 ‘의도적 살인’의 희생자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여전히 정당하다’는 김용욱 씨의 글은 테러가 점령에 저항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그들의 저항은 여전히 정당하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글의 일부분은 독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소지가 있다.
김용욱 씨는 첫번째 문단에서 ‘이라크 저항 세력의 무장 저항은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기도 한다. 이번에 김선일 씨의 불행한 죽음의 경우가 그렇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글 중간에는 ‘저항 세력 중 일부는 이번 김선일 씨 살해처럼 의도적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기도 한다’는 표현도 나온다. 이것은 앞의 주장과 모순된다. 김선일 씨가 저항 세력이 ‘의도한’ 희생자라고 얘기하는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희생자라고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것은 분명 의도적 살인이었다. 김선일 씨 죽음은 미군과 교전 와중에 벌어진 의도하지 않은 민간인 피해가 아니라, 한국정부의 파병 강행으로 벌어진 알자르카위의 의도한 민간인 살해였다.
김용욱 씨는 알 사드르의 민병대 마흐디 군처럼 미군과 게릴라 전투를 벌이는 무장 저항 세력과 알 자르카위 같은 테러 조직을 구분해서 얘기하려 했던 듯 하다.
알 사드르 지지 세력의 무장 저항은 베트남 전쟁 때 게릴라 투사들이 싸운 방식과 비슷하다. 베트남 게릴라들은 미군 기지, 병기고, 탄약고에 집중 포격을 가해 미군들을 참호 속에 꼼짝 못하게 붙들어 매놓는 군사적 효과를 거두었고, 이런 군사적 공격은 미군의 병참과 보급품 수송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공격은 미국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론 이것은 김용욱 씨의 말처럼 ‘의도하지 않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공격은 분명 테러와는 구분된다. 특히, 김선일 씨 죽음처럼 의도적 살인은 더욱 명백하다. 미국과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억압을 강화하는 데 이 죽음을 한껏 이용했다. 그런 점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정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저항의 방식으로서 테러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김은영
[편집자 주] 편집자가 현 상황과의 관련성을 앞 부분에서 제시하기 위해 삽입한 문장이 문제를 일으켰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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