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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원주 의료원 민영화 중단하라

박근혜가 의료 민영화를 본격화하는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강원도에서 아예 지방의료원 매각 계획이 흘러나왔다.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업 1년 만에 추진되는 또 다른 노골적 의료 민영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강원도가 의뢰해 진행한 ‘강원도 지방의료원 발전방안’ 연구 용역의 중간보고서 발표 공청회에서 강릉의료원과 원주의료원을 “매각해” “민영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2월 16일에 열린 이 공청회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자체 평가와도 상반되는 결론을 내놓았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이은 강릉·원주의료원 민영화 시도는 박근혜 의료 민영화 정책의 일부다. ⓒ이미진

원주의료원에 대해서는 “‘의료원의 존재가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다소 높은’ 수준”, “원주권역 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2개 기관으로 2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원주의료원이 유일함”, “권역내 의료전달체계상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음”이라며 실컷 그 중요성을 말해 놓고는 “민영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근거라고는 주변에 민간의료기관이 늘었다거나 “급성기 중증환자보다는 만성기 고령환자가 선호”한다는 게 전부다. 돈 안 되는 환자는 필요 없다는 식이다. 심지어 앞에서는 “경영 상태 악화”라고 했다가 뒤에서는 “지속적으로 개선을 보이고 있음”이라고 완전히 모순된 평가를 하고 있다.

강릉의료원에 대해서도 “지역 내 경쟁 과잉”이라면서 대안으로는 대학에 매각해 “병상 증설 운영”을 제시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강릉의료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3백13억 원을 투자해 증축과 리모델링을 마쳤고, 최근에는 도립노인전문병원을 완공하고 5월 개원을 앞두고 있는데도 이를 내다 팔라고 하는 것이다.

원주의료원은 지난해에 견줘 올해 환자 수가 5.2퍼센트, 의료 수입이 9.2퍼센트 증가했고 강릉의료원은 각각 15퍼센트, 31.3퍼센트 증가했다.

착한 적자

물론 환자 수 증가에 비해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공공병원이 환자들에게서 그만큼 돈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지방의료원의 경영 실적이 이처럼 ‘개선’된 것은 “10년 전부터 강원도 지방의료원에 대해 폐업과 매각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새누리당과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강원도의회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매각[을 위해] 강원도에 연구용역을 진행하도록 압박했고 5년간 매년 지방의료원 발전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예산안마저 모두 삭감했다.”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연구용역 업체를 방문해 … 부당한 압박”을 넣은 듯하다.(전국보건의료노조 강원지역본부)

최문순 도지사는 선거 당시 보건의료노조 등과 “지방의료원을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 육성하고 시설 장비를 현대화해 최고의 공공병원으로 만들고, 운영비 지원예산을 증액해 강원도민의 건강지킴이로 우뚝 세우겠습니다” 하는 정책 협약까지 하고 당선했지만 새누리당의 압력에 후퇴해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민주당 도의원들 중 일부는 아예 새누리당의 ‘민영화’ 압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적자를 이유로 공공병원을 민영화하라는 새누리당의 압력은 부당한 것이다. 공공병원의 ‘착한 적자’가 어떤 구실을 하는지는 지난해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 과정에서 잘 알려진 바 있다.

진주의료원과 마찬가지로 이들 의료원의 적자는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 구실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필수진료과 운용, 필수의료시설, 저소득층 환자 무료진료, 공공보건의료사업 수행 등으로 생긴 적자를 제외하면 적자 규모는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적자를 없애고 경영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이런 사업을 모조리 중단시키겠다는 얘기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되던 최소한의 공공의료를 없애고 냉혹한 시장 논리에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내맡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 이는 진주의료원에서 본 것처럼 노동자들에게는 구조조정을 강요할 것이고 지역의 다른 민간의료기관에도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노동강도 강화 조처가 뒤따를 것이다.

“지방의료원 신축이전, 증축, 개축 등 시설투자에 필요한 지방자치단체 부담금과 퇴직금 중간정산 재원을 지방의료원이 차입하면서 발생한 차입채무”까지 제외하고 나면 적자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사실 이런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을 지방의료원에 떠넘겨 생긴 적자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된 폐업과 매각 압박은 지역 주민들이 지방의료원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의료진이 지방의료원을 떠나고 신규 투자를 가로막아 다른 민간의료기관보다 낙후된 상태로 10년을 버티게 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공공병원을 이런 악순환의 늪에 빠뜨려 놓고 이제는 아예 숨통을 끊겠다고 달려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등은 오는 2월 21일로 예정된 최종 보고서 공청회에서도 매각 방안이 제시된다면 이를 “공공의료 파괴 행위이자 공공병원 민영화”로 규정하고 결사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날 지역 활동가들은 의료원 폐쇄뿐 아니라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한 지역대책위 건설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릉·원주 의료원 민영화 반대 투쟁은 의료 민영화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이다. 이 투쟁에 지지와 지원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