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 우경화 조짐과 좌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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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과 2월 2일 프랑스 우파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월 2일에는 파리에서만 1만 7천 명이 참가했고 전국적으로는 10만 명이 참가했다. 우파들은 가족법 개정을 중단하고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가족법 개정은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등으로 다양해진 가족 형태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여성 동성애자 부부를 위한 인공수정 지원책 등이 법 개정에 포함되려 했다.
우파들의 시위 하루 만인 2월 3일,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가족법 개정을 올해 안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후퇴했다. 연립정부에 속해 있는 녹색당 대표도 “보수 진영의 시위 다음 날 개정안을 철회하다니 어처구니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후퇴와 배신은 이것만이 아니다.
반긴축 정서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올랑드는 당선 후에는 계속 긴축 정책을 추진했다. 예를 들어, 올해 1월에는 “책임 협약”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따르면, 기업주들은 고용을 유지하면 사회보장 부담금을 감면 받는다. 그 규모가 2017년까지 자그마치 3백억 유로(약 44조 2천억 원)에 이른다. 또 책임 협약에는 복지비 지출을 2백억 유로(약 29조 4천억 원) 삭감한다는 내용도 있다.
기록적 실업률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책임을 경감시키고 복지를 줄이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 그래서 노조들도 책임 협약에 반대했다.
또한, 올랑드 정부는 인종차별적인 무슬림 차별을 유지하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거주 로마인 약 2만 명을 추방했다. 2012년의 갑절 수준이다.
심각한 경제 위기와 함께 이런 후퇴와 배신으로 올랑드의 지지율은 2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서 우파와 파시스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3월 23일) 때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지지율 29퍼센트로 1위를 차지했고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이하 FN)이 17퍼센트로 3위를 차지했다. 집권 사회당은 21퍼센트로 2위를 했다. 2012년 대선에서 올랑드가 28.6퍼센트를 득표한 것에 견줘 약 7퍼센트 하락한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브리뇰에서 치러진 지방의회 보궐선거에서는 FN의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당선했다. 5월에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FN이 1위를 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기회
그래서 프랑스 사회가 우경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전망이 많다.
그러나 경제 위기로 말미암은 고통의 증가와 사회당 정부의 배신이 우파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할 필연성은 없다. 2012년 대선에서 좌파전선의 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매우 급진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것을 보면, 사회당의 배신으로 생긴 공백을 좌파가 메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프랑스 좌파들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공산당은 사회당과의 동맹에 매달리며 사회당의 꽁무니를 좇고 인종차별에도 확고히 반대하지 않아, 앞서 말한 브리뇰 선거에서 3위를 해 결선 투표에 나가지도 못했다. 브리뇰의 현직 시장이 공산당원이었는데도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 공산당의 이런 행보로 말미암아, 공산당이 주도적 구실을 하는 좌파전선도 대선 이후 내부 갈등으로 마비됐다.
극좌파 정당인 반자본주의신당(이하 NPA)도 존재감이 별로 없다. 게다가 지난해 메이데이 기념 집회가 수십 개로 따로 열리는 등 좌파들의 분열도 심각하다.
2010년 가을 노동자 2백만 명이 파업에 나서며 강력하게 투쟁을 벌인 이후, 몇 년 동안 노동자 운동도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가능성이 모두 닫혔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해 로마인 학생 추방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벌였고, 반파시즘 활동가 클레망 메리크가 파시스트에게 살해당한 후 큰 반파시즘 시위가 일어났다. 성소수자 권리 옹호 운동도 있었다.
지방선거 바로 전날인 3월 22일로 예정된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국제 행동의 날이 어쩌면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도 NPA를 포함해 20여 개 단체가 이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 운동이 잘 건설된다면 지방선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다시 운동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파와 파시즘에 맞선 단결된 운동을 건설할 뿐 아니라, 올랑드의 사회당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에도 맞선 실질적 저항을 조직해 낸다면 프랑스 사회의 우경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소책자
파시즘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
레온 트로츠키 지음, 최일붕 옮김 │ 노동자연대다함께 │ 74쪽 │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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