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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투쟁 미루면 안 된다

3월 6일 〈아시아 경제〉, 〈머니투데이〉가 LG전자(디스플레이, 이노텍 등 LG그룹 전자 계열사)와 삼성전자가 정기상여금 6백 퍼센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소식은 그날 현대·기아차 공장 노동자들에게 카카오톡과 문자 등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졌다.

이를 접한 현대·기아차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노동조합 없는 삼성도 통상임금을 지급하는데 왜 현대·기아차는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사측이 해도 너무 하네!’ 하며 분노를 나타냈다. 다른 한편, ‘노조는 왜 가만 있는 거야!’, ‘항의 행동이라도 해야지!’, ‘언제까지 기다릴 거야!’ 하며 노동조합의 안일한 대응에 볼멘소리를 했다.

조합원들이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특히 기아차는 단협과 채용 규칙 어디에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핑계를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가 노동부의 주장처럼 사규 세칙을 핑계 대는 것도 억지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 체불임금 지급 투쟁은 고사하고 지난해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지급조차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조합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측은 LG전자와 삼성의 상여금 통상임금 지급 문제가 투쟁을 촉발할까 봐 두려워 10일 윤여철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현대차는 상여금이 일률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서울경제〉). 그동안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언론 보도를 극도로 자제해 온 현대차그룹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윤여철의 망언

금속노조의 현대·기아차지부와 각 지회 집행부는 윤여철의 망언을 규탄하는 노보를 집중적으로 발행했다. 하지만 윤여철이 이런 망언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기아차지부 집행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한몫 했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3월 6일 노보에 직접 ‘통상임금을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날조하는 것도 통상임금 투쟁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 열망에 재를 뿌렸다. 체불임금은 제외하더라도 12월 18일부로 적용받아야 하는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 문제가 마치 복잡한 협상을 해야 하는 문제인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윤여철과 정몽구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기아차지부도 13일치 노보에서 임투의 핵심 요구안으로 가져간다며 통상임금 지급을 임금협상 투쟁 이후로 은근히 미뤘다. 이는 사측과 정부에게 대응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일 뿐이다.

필자가 본지 121호에서 지적한 대로 박근혜 정부와 사용자들은 올해 임금체계 개악(특히 임금피크제와 신입 사원들에 대한 임금 삭감 문제가 중요하다)과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물량 확보 등 온갖 꼼수를 부릴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측과 정부에게 시간을 줘선 안 된다. 만약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그동안 지급해 왔던 통상임금 중 일부(라인수당과 근속수당 등)가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면 사측이 지금처럼 팔짱 끼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당장 월 급여를 삭감해서 지급했을 것이 분명하다.

자신들에게 이로우면 적용하고 불리하면 무시하는 사용자 측의 더러운 속성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해선 안 된다. 불법파견 문제에 관한 대법원 판결도 계속 무시하고 있는 사측이 통상임금을 순순히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을 늦추지 말고 지금 당장 교섭을 요청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LG전자는 통상임금을 적용하면서 올해 임금을 동결했고, 삼성전자는 55세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했다. 이렇듯 기업주들이 통상임금 문제를 활용해 노동유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금속노조의 현대·기아차지부가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현대·기아차지부의 현장 활동가들이 집행부의 안일한 대응을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현장조합원들 사이에서 설득력 있게 주장해 통상임금 지급 투쟁을 실제로 준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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