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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투쟁의 불모지에서 임금 인상을 얻어 낸 소중한 경험

저는 4년째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방송국과 외주제작사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점은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비해 방송 작가들의 임금과 처우가 터무니없이 끔찍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숱하게 봐 왔습니다.

저는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제가 속한 팀의 작가 임금이 경력에 맞지 않게 부당하게 책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뒤로 저는 함께 일하는 작가들과 이 사실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우리는 이 부당함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사측과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밖에 없었던 방송 작가들의 처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측에게, 부당하게 책정된 작가들의 임금을 조정하고, 다른 모든 작가의 임금을 인상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요구를 들은 제작팀장은 작가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작가들은 개별 협상을 거부했고, 그 결과 제작팀장과 작가들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의지를 확인한 제작팀장은 부당하게 책정된 임금을 조정하겠다는 대답과 함께 다른 작가들의 임금도 3개월 뒤 인상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방송 작가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없어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목소리를 모아 사측에 공동으로 대응한 작가들의 행동은 굉장히 용기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다른 방송 작가 등 방송 제작 노동자들과 함께 공유한다면, 투쟁의 불모지인 곳에서도 작은 움직임들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사회주의자로서 이 투쟁을 통해 한층 성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함께해 준 노동자연대 동지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