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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법정 진술:
“박근혜 정부의 법질서는 누구를 위한 법질서인가?”

[지난 2012년 8월 31일 민주노총 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김소망 씨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 3백만 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1백50만 원의 벌금을 판결했지만, 김소망 씨는 집회 참가자 일반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마구 적용해 벌금형을 남발하는 것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여겨 곧바로 항소했다. 아래는 9월 24일 열린 2심 재판에서 김소망 씨가 한 모두진술이다.]

1심 재판부는 제가 2012년 8월 31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죄에 의거 벌금 1백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집회 한 번 나간 죄로 한 학기 등록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내라는 건 앞으로는 집회·시위를 나갈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 없는 거지요?

2012년 8월 민주노총 파업 결의대회는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요구가 거리를 수놓던 때였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일상적인 열악한 고용에 시달려 왔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했고, 1급 발암물질과 다름없다는 야간노동에 시달리며 몸을 혹사시켜 온 금속노동자들은 야간근무 철폐를 주장했습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요구를 내걸었고, 용역깡패의 무차별 폭력에 노출돼 있었던 안산 SJM 노동자들 역시 정의를 요구했습니다.

이 요구들은 누가 봐도 정당한 요구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투쟁들을 탄압하던 정부와 검찰은 어땠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당시 민간인 사찰 의혹, BBK 비리 등으로 자신의 부패 본질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검찰은 이를 덮느라 동분서주했습니다.

이런데도 제가 검찰에 의해 단죄되어야 합니까?

저를 기소한 검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겠습니다. 2008년 이래 검경은 집회 참가자 일반에게까지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그 자체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이제 과중한 벌금, 송사로 인한 일상의 파괴 같은 위험을 모두 감수하고 나서야 집회에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경찰의 불법 채증 또한 문제입니다. 형사소송법, 경직법 어디를 봐도 ‘채증’에 관한 제대로 된 기준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툭 하면 올라오는 채증 카메라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행동을 알아서 검열하게 만듭니다.

거리에서, 작업장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시민들이 이런 것들에 대한 걱정을 먼저해야 한다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한낱 문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는 ‘법질서’ 확립이 이런 것이라면, 저는 이 법질서는 정말 문제 있는 법질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진정으로 법질서 확립을 이야기한다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국가기구 먼저 단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이 말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는 ‘법질서’의 실체 그 자체입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박근혜 정부는 어떤 법질서적 조처를 취했습니까?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책임자들이 법에 의해 제대로 처벌받은 적은 있습니까? 도대체 이 법질서는 누구를 위한 법질서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따라서 이 사회에 일말의 정의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법의 정신이 한낱 문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재판부가 증명하고 싶다면, 저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2012년 8월, 거리에서 울려퍼졌던 여러 목소리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비정규직 철폐, 민영화 반대와 같은 정의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에 계속해서 함께 있을 것입니다. 검찰이 또 수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해도 이런 저를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부패한 검찰에게는 저를 단죄할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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