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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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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의 이익을 협소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최영준 동지의 지적(지난호 독자편지)에 공감한다. 미국이 이라크 재건사업을 독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 내 저항이 날로 증대해 ‘재건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라크 재건 사업 수주 여부가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에 결정적 요인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다.
남한 지배계급이 파병을 통해 얻고 싶어하는 경제적 이익을 너무 협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권이 겨우 오무전기나 현대건설의 재건 사업 계약을 후원하러 자이툰 부대를 보낸 것은 아니다.
남한 지배자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동참함으로써 한국 자본주의가 세계 경쟁에서 좀더 나은 지위를 보장받는 것이다.
이것은 부시 일당의 이라크 전쟁이 단지 핼리버튼과 벡텔의 재건 사업이나 엑손 같은 석유회사들의 수익성을 위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미국 자본주의 전체의 이윤과 축적에 유리한 안정적 구조를 전 세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또,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게 미국 패권을 재확인시키는 것이다.
최영준 동지 지적대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특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 지배계급은 당시 파병이 효과가 없었다거나 전쟁 특수가 없는 곳에 앞으로 파병하지 말자는 교훈을 이끌어내지 않았다.
이 때 포문을 연 해외 파병은 그 이후 지금까지 무려 9차례나 감행됐다. 역대 정권들은 즉각적 경제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듯이 보이는 세계 이곳저곳(소말리아, 인도-파키스탄, 동티모르)에 군사 개입했다.
물론 남한 지배자들이 제 딴에 긴 눈으로 내다보려는 경제적 이익도 보장돼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석유 지배권을 거머쥔다 해도 그로부터 엄청나게 불어나는 점령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판국에, 미국이 이 전쟁으로부터 정치적 성과를 거둘지가 안개 속인 마당에, 미국의 하위 협력자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더 얘기할 수 있겠는가.
남한 지배자들은 지금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고 있다. 노무현으로서는 정권의 명운이 달린 문제겠지만, 지배계급 전체로 봤을 때 판돈은 그 이상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파병이 국익에도 해롭다며 지배자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을 설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법은 무기를 짊어지고 세계를 향해 뛰어드는 한국 자본주의가 파병을 통해 얻으려 한 “국익”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서 끌어낼 수 있도록 반전 운동을 참을성 있게 건설해야 한다.
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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