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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조차 보장하지 못하는가?

왜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조차 보장하지 못하는가?


9월 5일 MBC와 대담에서 노무현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 파병에 항의하던 학생들 중 한총련 대의원인 학생 2명이 9월 8일에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다. 같은 날 한총련 간부가 구속되기도 했다.

한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던 김영삼은 󰡒집권해 보니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더라󰡓며 태도를 바꿨고, 김대중과 노무현도 대선 공약으로 보안법 폐지가 아니라 대체입법인 󰡐민주질서수호법󰡑을 제시했다. 결국 김대중은 개정 얘기만 흘리다가 임기를 모두 보냈고, 노무현은 형법 개정을 얘기하고 있다.

왜 자유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상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조차 보장하지 못할까?

트로츠키는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자유주의자들은 극도로 소심하다고 지적했다. 남한의 자유주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은 세계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들을 초착취․초억압해야 했다. 이 나라 지배자들은 30년간 군사독재를 통해 세계 시장을 향한 자본 축적을 조정하고, 자본의 노동 착취를 증대하기 위해서 정치적 억압을 수행했던 것이다. 북한과의 냉전 유지에 바탕을 둔 반공 이데올로기가 정치적 억압에 도움을 줬다.

비록 지금 남한 경제가 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경제 위기에서 보듯이 여전히 취약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현재 남한의 국가 형태 역시 과거 정권이 물려준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가 어느 정도 온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 나라 지배자들은 1987년 6월항쟁과 뒤이은 7~9월 대중파업을 기점으로 지배 전략을 부분적으로 변경할 필요에 직면했다. 이것은 이전의 권위주의 전략에 비해 󰡐설득󰡑의 요소를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노무현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들고 나온 것도 피억압자 운동 지도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소심한


노무현 정부는 하반기에 여러 악법들을 통과시키려 한다. 이라크 파병 연장안, 연기금관리법, 비정규직 개악안 등이 그것이다. 또, 완전한 노동3권을 위한 공무원들의 투쟁과 1천5백 명 감원 방침에 항의하는 철도노동자들의 투쟁 등도 계획돼 있다.

노무현은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 등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우리 운동의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화하는 경제 위기로 계급 투쟁이 더욱 격화한다면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국가보안법은 노무현에게도 다시 쓸모가 있을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2003년 5월에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증가했다. 이 때는 노무현이 미국 방문 후 한총련 학생들의 항의를 받았고,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

소심한 자유주의자인 노무현에 기대를 걸면서 싸운다면 다시 한 번 쓰라린 배신감만 맛보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국가보안법에 의한 처벌이 줄어든 것도 1987년 이후 운동이 꾸준하게 성장해 온 결과다.

노무현에 맞서 싸울 때만 형법으로의 이식 없이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폐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