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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
더 쉬운 해고와 더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박근혜

박근혜 정부가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2015년에도 노동자를 쥐어짜기 위한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 운용’의 핵심 과제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지만 대체로 정규직 해고 완화(취업규칙에 저성과자 퇴출기준 명시, 정리해고 요건 구체적 명시 등), 임금피크제, 직무·성과·능력에 따른 임금체계 도입,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낡은 노동시장 제도 개혁”을 말하면서 이런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준비 중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파견 업종을 확대함으로써 비정규직을 더 쉽게, 더 많이 사용하게 하는 방안으로 가득 찰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구상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까지 공격해 모든 노동자들의 조건을 하향평준화 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악 등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를 공격해 온 것에서 더 나아가 내년에는 정규직 노동자 전반에 대한 공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런 계획을 노사정위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안”으로 내놓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재 노사정위에 참가한 한국노총과 정부 사이에 이견으로 ‘합의’안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자 “사회 타협” 운운했던 정부는 “플랜B는 없다”며 독자적으로 정부 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 재개정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노사정위는 더러운 내용을 잘 포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규직을 공격해 전체 노동자의 조건을 하향평준화 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박근혜 정부 ⓒ사진 출처 고용노동부

왜 밀어붙이나

정부가 필사적으로 노동자 공격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깊어지는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최근에 벌어진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은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의 통화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일부 신흥국의 디폴트가 발생하면 1998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유로존의 장기 침체, 높은 가계 부채 등 불안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 둔화도 내년에 더욱 확연해질 가능성이 크다. KDI는 내년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IMF가 제시한 세계경제 성장률(3.8퍼센트)보다도 낮은 3.5퍼센트로 전망했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저성장의 늪’으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재벌들의 곳간은 불었다. 2009년 2백88조 원이었던 1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5백22조 원으로 증가했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등장 자체가 계속되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확고하게 전가해 자신들의 이윤을 보전하겠다는 지배계급의 표현이었다.

따라서 저들의 공세에 맞서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잘 조직된 부문이 자신들의 조건을 방어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 계급의 조건을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

정규직 노조의 투쟁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올해 잘 조직돼 있는 노동자들이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 자신들의 힘을 충분히 쓰지 못했다. 노조 상층 지도부가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을 모아 투쟁을 조직하기보다는 협상과 타협을 중시하고, 전체의 노동자 계급의 이익보다는 개별 작업장의 이해관계를 우선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투쟁은 대개 개별 소송으로 한정됐고, 핵심 작업장인 현대·기아차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반발도 외면하고 통상임금 관련 합의를 내년 3월로 넘겼다. 공공부문 작업장들도 임금·복리후생을 대폭 삭감하는 ‘공공부문 정상화’에 맞서 공동 투쟁을 결의했지만, 결국 사업장 별로 사측과 협상해 약간의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일단락됐다.

노동운동 내에 적잖이 퍼져 있는 ‘정규직 이기주의’ 논리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투쟁을 회피하는 데 좋은 핑계로 사용됐을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의 임금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투쟁에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통계적으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은 동반 상승하고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잘 조직된 부문의 노동자들이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 자기 조건을 방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노동자 계급 전체의 조건 향상을 위해 사용하도록 고무해야 한다.

민주노총 직선제 1차 투표에서 “박근혜와 맞짱” 뜨겠다며 2015년 총파업을 강조한 한상균 후보조가 최다 득표를 한 것은, 현장 노동자 상당수가 박근혜 파상 공세에 맞서 함께 싸우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한편, 이번 청와대 권력 암투가 보여 주듯이 박근혜 권력은 단단하지만은 않다. 사실 박근혜는 올해에도 철도노조 파업, 세월호 참사 항의 등 여러 번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분노에 직면했다.

중요한 것은 조직 노동운동의 태세다. 정부의 이간질과 파상 공세에 맞서 노동자 연대를 구축하고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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