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며:
전교조가 9년 만에 연가 투쟁에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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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민주노총 파업에 맞춰 전교조도 연가 투쟁에 들어간다. 정부는 조합원 총투표 자체가 ‘불법적’ 집단 행동이라며 중앙집행위원 24명을 형사고발했다. 학교에 수차례 복무관리 공문을 보내 연가를 승인하는 학교장도 처벌하겠다고 압력을 넣었다. 연가 투쟁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모두 징계하겠다는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보수 언론들은 지난 연가 투쟁에 대한 징계가 낮은 게 문제라며 가세했다.
수업권 침해라고?
조합원 총투표는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한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다. 노동조합으로서 전교조가 갖고 있는 권리다. 또, 연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로서, 정당한 휴가권 사용이다. ‘집회 참가’ 사유를 문제 삼아 연가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부 지침은 부당노동행위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 국가는 교사들의 쟁의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 자유민주주의 수준이 저열하다는 뜻이다. 이런 제약 때문에 교사들의 연가 투쟁은 정부 정책에 항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합법 투쟁 중 하나다.
더욱이 국가기관들의 불법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경 유착과 무능·무책임한 대응, 박근혜의 대선 자금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완종과 정권 실세들의 돈 거래 등 썩은 내가 진동하는 부패한 정부가 교사들의 연가 투쟁에 대해 ‘불법’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전교조의 연가 투쟁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바로 그 정부가 이번에는 세월호 항의 투쟁에 참가한 사람들을 1백 명이나 연행하고 유가족을 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바로 이런 정부에 맞서는 투쟁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전교조 연가 투쟁의 핵심 요구 중 하나다.
정부의 ‘불법 행동 엄단’ 협박에 굴하지 않고 67퍼센트가 찬성표를 던졌다(투표율 63퍼센트). 찬성이 반대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
그동안 변성호 집행부는 실무기구 해체를 요구하며 다른 공무원 단체들에게 실무기구에 참여하지 말고 총력 투쟁을 하자고 공개적으로 호소해 왔다. 이런 집행부의 투쟁 의지에 조합원들이 연가 투쟁 찬성표로 호응한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 현장에서 한두 명씩이라도 연가 투쟁에 참가하자는 결의가 늘어나고 있다. 전교조의 연가 투쟁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예비 교사들, 비조합원 교사들이 편지와 모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연가 투쟁을 지지했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전교조의 연가 투쟁이 ‘수업권을 침해’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지배 엘리트들이 찬양하는 경쟁·수월 교육이야말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학습권을 빼앗아가고 있다. 숨 막히는 성적 경쟁 때문에 매년 7만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탈주’한다. 그동안 전교조는 이런 엘리트주의 경쟁 교육에 맞서 저항해 왔다.
공무원연금을 지키는 것은 교육을 지키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공무원연금이 개악되면 교사들의 노후가 크게 불안정해질 것이다. 그리 되면 경험 있는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려 할 것이다. 또, 공무원연금 개악 공격이 성공하면 정부는 그 여세를 몰아 교육 재정을 줄이고 경쟁 교육을 강화하는 공격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연금 개악 반대 투쟁은 교육의 질 하락을 막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연가 투쟁의 효과
해외 ‘도피’ 순방을 나가면서도 공무원연금을 꼭 개악하라고 요청할 만큼 이 사안에 필사적인 박근혜를 멈추려면 한두 번의 집회만으로는 태부족하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파업이 필요했고, 당사자인 전교조도 할 수 있는 최고 수위 투쟁인 연가 투쟁이 필요했다. 공무원노조가 함께 파업에 들어갔다면 우리 편의 전력이 크게 증강돼 승리의 가능성도 더 커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동시 파업에 돌입하지 않았다 해서 전교조의 연가 투쟁 의미가 삭감되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 지도부가 단호하게 타협을 거부하고 연가 투쟁을 배치했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 단체 지도자들도 좌파적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공투본은 합의된 양보안을 실무기구에 낼 수 없었다. 같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인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특히 전교조 지도부의 입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본심이 뭐든 간에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양보안을 내지 못했다. 물론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직접 양보안을 내지 않고 다른 공무원단체 지도자들의 양보안을 묵인하는 것도 실제로 양보 교섭을 거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실무기구에서 나와 파업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또,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4월 파업을 배치한 덕분에 유동적인 정치 상황에 대처할 정세적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항의 투쟁과 부패 스캔들로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박근혜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위기 탈출 수단으로 삼으려 하지만, 그것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 편이 4월에 아무런 투쟁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저들의 위기를 쳐다보기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의 연가 투쟁 규모만을 갖고 그 의미와 효과를 평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현 상황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은 4.24 연가 투쟁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교조는 지난 몇 달 동안 공무원연금 전투의 주력 부대로 떠오르는 전례 없는 경험을 했다. 변성호 지도부는 진지하게 연가 투쟁을 조직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6일 연금 개악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전혀 못 믿을 세력이다. 따라서 4월 24일 연가 투쟁이 연금 전투의 종착역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고, 양대 노총 지도부는 5월 1일 메이데이를 대규모로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5월 2일 대규모 집회를 호소하고 있다. 전교조도 뒷심을 발휘해 투쟁의 고삐를 한 번 더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