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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여성 노동·가족 정책:
여성 노동자 희생 위에서 고용률과 출산율 늘리기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2013.6)부터 ‘여성고용 후속·보완 대책’(2014.10)까지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려 했다. 박근혜 정부가 여성 고용률 증가를 중시하는 것은 우선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성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높은 반면, 30~50대 여성의 고용률은 다른 주요 산업국에 비해 떨어진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이 부분을 최대한 노동시장으로 끌어내야 전체 고용률을 높여 착취율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정부는 한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 고등교육 비용은 많이 드는 데 비해, 그만큼 고용률은 향상되지 않고 경력 단절로 인해 숙련도가 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이 낭비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는 여성 노동자의 조건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박근혜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여성들더러 단시간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면서 육아도 병행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독일, 네덜란드, 영국의 사례를 집중 조명하는 보고서를 내며 ‘단기간 내에 고용률을 끌어올리려면 시간제 비중을 높여야만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나라들의 경험은 우리가 따를 게 전혀 못 된다. 예컨대, 독일은 OECD 국가들 중 한국과 일본 다음으로 남녀 임금격차가 큰 나라다(2012년). 특히, 하르츠 개혁 이후 단시간 일자리인 미니잡이 증가하고 주로 여성들이 이런 질 낮은 일자리에 편입돼 남녀 임금격차가 고착화되고 여성 차별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증가가 낳은 결과를 보면 고용의 양만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면서(2005년 이후 증가한 취업자의 약 42퍼센트가 사회서비스 산업에서 창출됐다), 이 부문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했다. 그런데 국가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시장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이용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새롭게 창출된 사회서비스 여성 일자리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의 저임금 일자리로 채워졌다.

“일과 삶의 행복한 균형”? 착취 강화 위해 고용률 끌어올리려 하면서 노동조건 개선에는 관심없는 박근혜 ⓒ이미진

책임 떠넘기기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모두 높이려면 보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그래서 ‘무상보육’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게다가 고용 정책과 마찬가지로, 보육 정책에서도 박근혜는 진정한 문제인 질 개선을 위해서는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보육시설은 증가 추세이지만 이윤 추구가 우선인 민간 어린이집 위주로 늘어나고 있고 상대적으로 질 좋은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15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5.3퍼센트).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대폭 확충에 재원을 투자하지는 않고 ‘기부채납’에 의존하려 한다.

보육의 질은 보육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높고, 보육교사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하루 평균 9시간 28분 근무하고 월평균 1백55만 원을 받았다. 이런데도 박근혜는 보육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는 관심 없다.

경력 단절로 인한 차별을 없애려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그 후 원직복직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육아휴직 후 직장복귀율은 5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출산·육아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고 퇴사를 압박하는 기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육아휴직비를 늘리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기껏해야 쥐꼬리만한 육아휴직비(통상임금의 40퍼센트밖에 안 됨)를 쪼개서 4분의 1은 나중에 직장에 복귀한 후에야 주겠다는 꼼수만 내놓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여성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 노동계급에 대한 고통전가 공격들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하향평준화해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에 맞서 남성과 여성 노동자들이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통계로 본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

변화 속에서도 차별은 여전

최근 통계청이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이 자료와 더불어 여성과 관련한 여러 최신 통계와 자료들을 살펴보면,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삶이 크나큰 모순 속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여러 면에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차별과 여성에 대한 희생 강요는 모습만 달리할 뿐 뚜렷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래로 15년 동안 남녀 임금격차 등 여성 차별의 핵심 내용이 거의 변함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분노케 한다.

2015년 6월 현재, 한국의 여성 임금 노동자 수는 8백40만 명이다. 이것은 전체 임금 노동자 수의 44퍼센트에 해당한다. 여성 고용률이 여전히 50퍼센트에 못 미치지만, 여성 노동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여성 노동자들이 한국 자본주의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노동력이라는 점이다.

가족의 생계에서 여성의 노동이 기여하는 비율도 점차 커져 왔다. 2015년 현재 우리 나라 가구 중 여성이 가구주인 비율은 30퍼센트에 육박한다.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비율도 45퍼센트가량 된다.

필수적 노동력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도 2009년 이래 계속 남학생을 앞지르고 있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모두에서 여학생의 진학률이 더 높다. 학업 능력이나 교육 수준이 여성을 차별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모두 알다시피, 여성들은 점점 더 늦게 결혼하고 아이도 점점 더 늦게 그리고 더 적게 낳는다. 2000년에는 여성 고용률이 20대 초반부터 급감하기 시작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은 더 오래 노동시장에 머무른다.

20대 후반 여성 노동 관련 지표를 보면 고용률, 비정규직 비율, 임금 등 주요 항목에서 남성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국의 20대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더 높다.

그러나 출산·육아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여성의 삶에 굴레를 씌우기 시작하는 30대가 되면 여성 노동에 대한 체계적 차별이 두드러진다. 자신의 경력과 임금을 높여 가야 할 30대에 여성들은 육아의 책임을 떠맡느라 체계적인 희생과 차별을 강요 받는다. 30대 기혼 여성 중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비율은 35퍼센트나 된다. 경력 단절 후 여성들의 임금 손실은 매우 크다.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의 월평균 소득은 경력 단절 없는 여성보다 55만 원가량 적었다(2014년 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경력 단절 후 여성에게 돌아오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20대 후반에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36퍼센트로 남성과 차이가 없지만, 40대 이후로는 절반 이상의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00년에 70퍼센트에 육박하다가 지금은 55퍼센트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남성보다 여성이 비정규직에 더 많이 몰려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각별히 문제다. 정부의 고용률 수치 증대 작업의 일환으로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증가해, 2014년 현재 여성 노동자의 17.8퍼센트가 시간제로 일한다. 여성 시간제 일자리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29.2퍼센트밖에 안 되고, 4대보험 가입률은 17.7퍼센트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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