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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일에 ‘외부’ 단체는 끼어들지 말아야 하는가?

얼마 전 철도노조 조합원용 게시판에 ‘서지본에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신임 지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동지가 왜 ‘노동자연대’ 단체가 철도노조 투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는 노동자연대 활동가들이 철도노조 소속이 아닌데도 서울지방본부 지부장회의에 지속적으로 참관하고 특히 근속승진제 잠정 합의 부결을 주장하는 리플릿을 회의석상에서 반포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서울지방본부(서지본)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 물음에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각종 공개된 회의(지부장회의, 대의원대회 등)에 조합원은 물론 연대단위나 타 노동조합이 참관하는 것에 대해 거부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으며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 그리고 더 큰 연대를 조직하고자 노력한다.”

한 조합원도 ‘노동자연대’가 철도민영화 저지 대책위에 참가해 적극적으로 연대해 온 단체이며 “철도노동조합의 투쟁에 함께 연대하고 있고, 잘 되기를 바라는 점에서 의견을 계속적으로 내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두 글은 모두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하고 중요함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계급의식적이다.

노동자들의 연대 활동은 말과 글과 행동을 통해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제안한다. 기본적으로는 그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겠지만, 운동의 전망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므로 때로는 그 투쟁의 방법과 전망 문제를 놓고 논쟁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특정 노동조합의 외부냐 내부냐 하는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계급투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부문주의적·경제주의적 관점이다.

이런 접근은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매우 비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지배자들은 한 노동조합의 투쟁에 단결해 대응하기 때문이다. 한 부문이나 사업장의 투쟁 승리가 다른 부문이나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고무하고, 지배자들의 착취와 억압에 도전하게 만들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외부의 언론, 경찰, 법원, 다른 기업주의 지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개입하고 나선다. 예컨대, 관세청이 수출입화물 특별통관지원 대책을 추가 연장하고, 자유경제원 최승노 부원장이 공개적으로 비난한 2013년 철도 파업이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요즘 개별 공공기관과 사기업들에 임금피크제를 강제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노동계급도 일치 단결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러려면 특정 노조의 투쟁은 단지 해당 노동조합만의 문제라고 협소하게 보기보다는 노동계급 전체가 하나라는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계급의식

‘외부 개입’ 논리는 투쟁을 강화하는 데 해롭다 2013년 철도 파업 파업 당시 파업 지지활동에 나선 ‘노동자연대’ ⓒ이윤선

종종 ‘외부’ 단체의 ‘부적절한’ 개입을 문제 삼는 것은 의견 표명 행위 자체보다 특정 의견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이런 물음을 던져 볼 수 있다. 첫째 ‘어떤 종류의 의견은 표명할 수 있고, 어떤 종류의 의견은 표명해선 안 되는가’? 둘째, 허용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는가?

결국, 따지고 보면 연대 단체가 집행부의 방침을 거스를 때 이를 차단하기 위해 ‘외부 개입’ 운운하는 논리가 등장하는 일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투쟁에 대한 연대를 집행부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여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 이상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철도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 반대 투쟁을 하는 지금, 공공운수노조 집행부가 임금피크제 수용을 전제로 한 노정교섭에 참가해 오히려 투쟁을 약화시키는 것을 비판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노사정위에 한국노총 집행부가 참가한 것을 비판할 수 없을 것이다.

철도 게시판에 글을 남긴 지부장은 노동자연대가 철도노조 집행부의 근속승진제 폐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이 의견을 여러 지부장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 한 행동이 연대 단체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고, “노조의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노동자연대가 주장한 ‘근속승진제 사수’는 철도노조 대의원 대회, 전국지부장회의에서 거듭 결의했던 것으로, 오히려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당시 집행부가 근속승진제 폐지에 합의해 버려 달리 대안이 없다고 여긴 조합원들의 다수가 안타깝게도 근속승진제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근속승진제 폐지 합의안을 내놓은 노조 지도부에 반대하는 주장조차 없었다면 가장 투쟁적이고 선진적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좌절감은 더 컸을 것이다. 당시 근속승진제 폐지에 반대하는 조합원은 약 40퍼센트나 됐다.

때로는 특정 노조의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결정된 일이라 해도 그것이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따라서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면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노조가 이주노동자를 사업장에서 내쫓기로 결정했다면, 설사 그 결정이 민주적 절차를 거쳤을지라도 노동계급 전체의 단결을 해치는 것이므로 그 결정을 비판해야 원칙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충심으로 노동자 투쟁의 승리를 기원하고 이를 돕고자 하는 노동운동 활동가라면, 노동운동 안에서 쓰디쓴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침묵해서는 안 된다. “보편적 기만의 때에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이다.”(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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