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야합 항의 투쟁에 나선 집배원 노동자들:
“공공사업 적자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토요 근무 부활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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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토요일 오후, 전국의 우편집배원 노동자 6백여 명이 서울 종각역 앞에 모여 토요일 근무 재개를 밀어붙인 사측과, 이를 직권조인한 우정노조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특히, 이날 집회는 사측과 노조 지도부의 온갖 방해 공작과 탄압을 뚫고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참석한 조합원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집배원들이 의기투합했다.

지난 9월 1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와 한국노총 소속 전국우정노조 지도부는 우편 사업의 적자를 해소하겠다며 토요일 근무 재개를 야합했다. 집배원 토요일 휴무를 시행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그러나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우편물을 배달해 온 집배원 노동자들에겐 적자의 책임이 없다.
실제로 집배원 노동자들은 그간 상상을 초월하는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려 왔다. 2014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이러한 장시간-중노동은 안타깝게도 산재사고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더라도, 지난 10년간
그래서 노동자들은 그동안 인력 충원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중대 재해가 있을 때마다 집배원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는 인력 1천 명 증원을 약속했지만 그의 노동-복지 공약이 그랬듯,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또한 노동자들은 연장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도 온전히 받지 못했다. 연가를 통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 실업의 원인이
OECD 주요국 인구 대비 우정인력 비교를 보면, 한국은 우정 종사원 1인당 담당인구가 1천 1백63명으로, 1위인 독일
책임 전가
토요 근무 재개는 노동자들에게 우편 업무 적자의 책임을 떠넘기는 공격의 일부이다. 행정자치부와 우정사업본부는 4월에
당시 행자부 장관 정종섭은
또한 최근 있었던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우정사업 특별회계에서 6천6백41억 원을 전출
그간 정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 짜내는 데만 혈안이었다. 10월 3일 집회에서 비대위 권삼현 공동대표는 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우편물량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적자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국가 예산으로 책임져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투쟁에 나서야 할 우정노조 지도부는 9월 1일 사측과 토요 집배 재개에 직권조인을 했다.
이는 토요 근무 재개에 70퍼센트가 반대하며 압도적 반대 의사를 보여 준 전체 조합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거스른 반민주적 행위다.
현 우정노조 김명환 위원장은 6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9월 1일 야합 이후 조합원들의 비판을 무마하려 방문한 시흥우체국에서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자, 김명환 위원장은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토요 근무 재개와 비민주적 지도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사측과 노조 지도부는 10월 3일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탄압의 협공을 펼쳤다. 심지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 및 징계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인간다운 삶
그러나 10월 3일 집회에서 연대 발언을 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강문대 노동위원장 지적처럼, 정작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은 집배원 노동자들이 아니라 우정사업본부다.
이 외에도 당일 집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집배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체국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이중원 지부장과 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 유아 지회장도 연단에 올라 함께 싸워나가 서로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조 민주화 운동에도 연대해 나가자며 힘을 북돋웠다.
집회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오늘 집회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0월 3일 비대위의 첫 집회는 집배원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간절한 염원을 당당하게 알린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토요 근무 재개와 비민주적 노조 지도부에 맞선 집배원 노동자들의 투쟁이 꼭 승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자. 이 투쟁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노조 지도부가 배신할 때 노동자들이 독립적으로 투쟁하며 민주적 노동조합 운동을 확산하는, 또 하나의 교두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