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
공공부문 공격을 막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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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가 2015년 10월 15일에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정부는 10월까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고 곧이어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를 밀어붙이려 한다.
성과연봉제를 간부직에서 7년차 이상 직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은 이미 준비를 거의 마치고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2년 연속 저성과자로 분류된 공공기관 임직원을 퇴출하는 ‘2진 아웃제’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의 고임금이 청년 일자리 확충의 걸림돌이라고 비난하더니, 이제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로 더 커다란 고통을 가하려 한다.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가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 주는지는 KT의 사례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KT에서는 ‘고과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성과연봉제가 시행되고, 최하위 고과를 2년 연속 받으면 대기발령을 거쳐 면직까지 가능케 하는 제도도 이미 도입됐다.
일정 비율이 정해져 있는 인사고과 등급으로 임금을 결정하게 되자, 고과를 주는 팀장, 지사장 등의 상급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됐다. 살인적인 실적 경쟁에 내몰린 직원들이 매년 수십 명씩 각종 돌연사와 질환, 자살 등으로 죽어가며 KT는 ‘죽음의 기업’이 됐다. 2013년 한 해에만 직원 25명이 사망했고, 이 중 8명이 자살했다.
광범한 지지를 얻으려면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파업과 투쟁에 나선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정부의 이와 같은 공격들이 관철돼 노동자들의 조건이 대폭 후퇴하면,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기대할 수도 없다.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서비스 확대로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자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야말로 청년 고용을 늘리는 진정한 대안이다.
또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방어만을 위한 게 아니다.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부터 공격해 민간부분 노동자들로 공격을 확대하려는 데다, 미조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선제 공격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에 나서면 청년층을 포함한 광범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이간질이 더 쉽게 먹혀 드는 것은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고 잠자코 있을 때(그러면서 협소한 자기 이익만을 위해 이면 거래나 하는 것으로 보일 때)이다.
공공부문 조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힘을 노동 개악 저지에 사용해야 이간질도 분쇄하고, 광범한 지지도 받으면서, 공공부문과 그 노동조건을 지켜 낼 수 있다.
노동 개악과 국사 교과서 국정화
한편,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며 동시에 국사 교과서 국정화까지 강행하려 한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의 4대 개혁 중 ‘교육 개혁’의 일환인 동시에, 노동 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과 내년 총선을 겨냥해 보수층을 확고히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감과 공분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럴 때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의 조직 노동자들이 노동 개악과 국사 교과서 국정화 둘 모두를 반대하며 싸워야 한다. 그러면 박근혜를 저지하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도 확대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연장(2년에서 4년)하고, 특정 연령과 더 많은 업종에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비정규직 개악안을 발의했다. 또, 직무성과급제 도입은 비정규직을 하나의 직무로 만들어서 저임금을 고착화하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말로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얘기해 왔지만 정부야말로 공공부문 예산의 효율성을 앞세워 이를 가로막아 온 장본인이다. 가령, 공공기관 경영평가 배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점보다 조직 관리의 효율성 항목 배점이 더욱 높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간접고용 노동자 중 일부를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정부가 반대했다. 정부가 ‘외주화 기조를 유지하라’고 명령”(10월 8일 민주노총 기자회견)한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이 줄지 않는 이유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운운하며 “노동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완전한 사기이자 위선의 극치다.
박근혜의 노동 개악 강행에 맞서
민주노총 총파업을 지금부터 조직하자
10월 13일 노사정위는 후속 논의 중 비정규직 문제(기간제법과 파견법)를 우선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 지도부는 ‘시간 끌기’ 효과를 거뒀다고 자찬하는 모양이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논의를 미뤄 가이드라인 발표를 지연시킬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노총 지도부가 최근까지도 비정규직법 문제를 노사정위 후속 논의가 아니라 국회 환노위에서 다루자고 했던 것에 비춰보면 이는 명백한 후퇴다. 오히려 노사정위 후속 논의에서 기간제법과 파견법 관련 논의를 우선해달라던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의 요구대로 된 셈이다.
이런 점만 봐도 노사정위 후속 논의 합의로 노동개악이 지연됐다고 안일하게 보기 어렵다.
첫째, 정부는 11월 초까지는 비정규직 후속 논의를 마무리하라는 입장인데, 합의가 안 되더라도 새누리당안으로 국회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새누리당안은 11월 3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 자동 상정되게끔 돼 있고, 곧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심지어 정규직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총선 전략이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노동 개악 법안을 부분 내줄 가능성도 적잖다.
둘째, 정부는 가이드라인 발표 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현장에 관련 내용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임금피크제는 공공부문부터 상당히 관철했고, 성과연봉제도 공공부문에서 곧 추진하려 한다.
셋째, 한 달 전 박근혜 정부와 파렴치하게 야합한 한국노총 지도부가 후속 논의에서 또다시 배신적 야합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산하 공공·화섬·금속노련이 노사정 합의 파기를 촉구하는 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제대로 된’ 임금피크제?
정부의 노동 개악 추진에 차질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투쟁을 단호하게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회 논의에서 노동 개악을 쉽게 합의하지 못하도록 새정치연합을 압박할 수 있다. 또, 그래야 한국노총 지도부에 대한 한국노총 조합원의 반발을 강화해 한국노총 지도부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
그러려면 공공부문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하지 않은 사업장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저지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저지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투쟁해야 한다.
다행히 철도, 건강보험, 가스, 국민연금 등 대규모 공공기관 노조들은 임금피크제 합의를 거부하며 아직 버티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임금피크제’라면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투쟁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제대로 된 임금피크제’에 합의하면 청년 고용 확대에 일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 임금 삭감책이자 직무성과급제·퇴출제 도입을 위한 발판인 한편, 사측은 노조가 원하는 만큼의 인력 충원은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임금피크제’ 요구로는 노동자들을 단결시키기 어렵다.
또, 공공부문 대형 사업장들은 단협으로 저성과자 퇴출제를 막을 수 있다며 임금피크제를 별도로 다뤄도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 않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별도 직무 도입의 물꼬를 터서 성과연봉제 추진을 쉽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무엇보다 노동 개악이 추진되면서 노조가 취약하거나 없는 공공 사업장에서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등이 우선 관철되면, 대형 사업장들도 단협으로 노동조건을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공격과 노동 개악 강행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은 상당한 수준이다. 투쟁 잠재력도 적지 않다. 예컨대 이미 정년이 60세인 국립대 병원들과 서울·부산지하철, 공공연구기관들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정년 연장도 없는 대폭의 임금 삭감을 의미해 반발이 더 크다.
미리 몸을 풀면서 투쟁 근육 만들기
이런 상황 속에서 공공운수노조가 오늘 파업에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부의 집요한 공격을 저지하려면 이 투쟁을 더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가이드라인 발표 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 전면 총파업 방침을 정한 상태다. 새누리당 법안이 환노위 전체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11월 3일 이후에는 이런 위험이 상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총파업을 단행하려면, 현장 조합원들은 몸을 풀면서 투쟁 근육을 만들어 둬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 14일 총궐기가 그런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괜찮은 계획이다.
그러나 한 달이 남은 지금부터 차근히 조직을 해서, 노동자들이 총궐기에 맞춰 11월 13일 총파업에 들어간다면, 투쟁을 강화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서도 좋은 효과를 낼 것이다.
이것은 11월 초에 벌어질 수 있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에도 좋은 방법이고, 11월 14일 이후에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전면 총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서도 좋은 방법이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스스로의 힘을 확인할 때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