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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인하대학교:
문과대학 구조조정 시도를 막아 내다

지난달 중순 인하대학교 문과대 교수회가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계획하고 있는 대대적인 학과 구조조정을 폭로했다. 문과대 9개 학과 중 사학·중국언어문화학·한국어문학 등 3개 학과만을 유지하고, 프랑스언어문화학·철학 등 나머지 학과는 폐지하거나 소속 단과대를 옮긴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학과 통폐합 소식이 전해지자 당일에만 수백 명의 문과대 학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불만을 쏟아냈고, 긴급하게 모인 학생회 대표자들은 총장에게 학과 구조조정의 진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문과대 학생회장을 비롯한 일부 대표자들은 “총장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태도가 문제이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교 난립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문과대 학생 간담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표자들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생들은 “지금 학교가 계획한 구조조정은 정부가 청년 실업의 원인을 개별 대학의 문제로 떠넘기는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의 일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총장의 확고한 구조조정 의사가 거듭 확인되자 문과대 학생 대표자들도 행동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인하대학교 문과대학의 학생이고 싶습니다(인문학)’라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문과대 학생뿐 아니라 타 단과대 학생과 교수·교직원들의 지지 메시지가 이틀 만에 1천여 개나 모였다.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행진하는 학생들. ⓒ사진 오선희

문과대 학생 대표자들은 11월 27일 학생 총투표를 발의하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식 절차로 모아내고자 했다.

총투표에서 학생들은 94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구조조정 거부를 택했다.

문과대 학생들은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최순자 총장의 극단적인 개혁안 당장 철회하라”, “PRIME 사업에 학생 팔기 중단하라”, “왜 희생이 필요한가요”라는 팻말을 들고 교내를 행진했다. 총장이 폐과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학생회장, 그리고 총학생회장과 문과대 학생회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학교 본관 로비에 차려진 단식 농성장에 학생들의 지지 방문이 이어졌고, 문과대 교수들이 동조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학교 본관 로비에서 단식 농성 중인 학생들. ⓒ사진 출처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결국 총장은 12월 17일 “철학과, 프랑스 언어문화학과에 대한 사항을 포함해 문과대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철회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구조조정에 반대한 학생들의 행동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물론 학교 당국이 또다시 구조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때 이번 경험의 교훈을 살려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학생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의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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