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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동구 후보 단일화에 대해

1. 전략선거구에서 선거 돌파의 의미

민주노총이 창원 성산과 함께 4월 총선의 전략 선거구로 선정한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가 곧 선출될 예정이다.

울산 동구에서는 이갑용·김종훈 두 후보가 3월 10~11일에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ARS)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 북구에서는 3월 12~13일 민주노총 북구 소재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원을 대상으로 모바일(ARS) 총투표를 한다.

적게는 1만 2천여 명에서 많게는 3만여 명이 후보 결정 과정에 참가하는 것이다. 법적·기술적 문제, 후보간 유불리 등으로 인한 상당한 진통 끝에 네 후보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현대중공업노조가 합의한 후보 단일화 룰이다.

두 선거구는 창원 성산과 함께 새누리당이 강세인 영남 지역이지만, 동시에 중요한 공업도시이자 노동자 밀집 거주지로 노동자 정치 운동의 중요한 근거지이기도 하다. 이곳들에서 진보 정당들이 수차례 구청장, 지방의원,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물론 근래 치른 선거들에서는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민주노총은 이 노동자 지구들에서 진보정치 세력이 직접 새누리당과 겨뤄 꺾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바로 전략 선거구 선정의 의미다.(현재 민주노총의 전략 선거구는 이 세 곳과 권영국 변호사가 출마한 경주를 포함한 네 곳이다.)

전략 선거구에서 노동/진보 정치세력이 선거적 돌파를 하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첫째, 노동자들이 직접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가해 단결의 정서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이런 정서 속에서 선출된 ‘민중 단일 후보’들이 새누리당을 꺾고 승리하면 총선 이후 “노동개혁” 공세에 맞서 투쟁에 나서야 하는 노동자들의 사기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예비경선에서 노동자들에 의해 선출된 후보들은 노동자 투쟁의 대의와 요구를 대변하는 스피커 구실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넷째, 민주노총이 이 과정을 능동적으로 조직함으로써 민주노총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도 좋을 것이다.(이 점에서 정의당의 야권연대 ‘전략’을 둘러싼 이견과 내부 논쟁 때문에 총선공투본이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가 포함된다는 이유로) 전략 후보를 선정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다.)

이 선거구들에서, 노동자 투쟁을 지지·지원하고 요구와 대의를 대변하는 데 큰 열의가 있는 투쟁적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서 본선에서 당선하길 바란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과 고통전가, 반민주 공세에 맞서려면 노동자들의 대중 투쟁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2. 울산 북구: 윤종오 vs 조승수

울산 북구에서는 무소속(민주와 노동) 윤종오 후보와 정의당 조승수 후보가 겨루고 있다.

무소속 윤종오 후보는 옛 민주노동당과 진보당 시절, 시의원과 북구청장을 지냈다. 구청장 시절 초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해 지지를 받았다. 당시 윤 후보는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며 예산 지원을 거부한 새누리당 소속 울산시장 박맹우와 갈등을 빚었다. 윤종오 후보는 총선 공약으로 초중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법으로 실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노동자 후보임을 강조하면서 윤 후보는 구청장 시절 구청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공무원노조 가입 독려 등을 성과로 강조한다. 입법 공약으로는 쉬운해고 금지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법 등의 제정도 말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노후한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건설 금지가 두드러진다.

다만, 윤 후보가 속한 ‘민주와 노동’(구 진보당 울산계열 단체)은 전략적으로 야권연대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의당 조승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현재 울산 북구에서는 더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출마를 접어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의당 조승수 후보는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도록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과 파견법 단계적 폐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공약들이다.

조 후보는 노동시간 연간 1천8백 시간 제한제 공약을 내놓고, 이를 위해 노사정 협의기구와 소득보전기금을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1년에 2천5백 시간을 넘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대차 공장에서만 수천 명인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꼭 필요한 요구다. 이는 투쟁에 잘만 활용되면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민주노총은 이미 2012년 총선을 앞두고 1천8백 시간 상한제 법제화 요구를 내놓은 바 있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늘 사용자들과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왔다. 또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줄어든 노동시간이 임금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간당 임금을 올리는 것도 사용자들은 반대한다.

따라서 임금 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려면, 사회적(노사정) 합의 형식보다는 대중 투쟁 건설에 강조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소득 보전은 시간당 임금 인상을 포함해야 한다. 그러므로 조 후보의 공약은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다.

조 후보는 평소에도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투쟁 자제와 경제적 양보를 포함하는) 사회연대전략에 근거한 온건한 사회적 합의를 추구해 왔다.(그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에서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을 공익적 인물로 교체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런 점 때문에 노동운동을 대변하겠다는 점을 상대적으로 더 부각시키는 윤종오 후보에 비해 조승수 후보가 덜 투쟁적이고 더 온건해 보인다.

한편, 조 후보가 단일화를 앞두고 현대차 조합원들에게 뿌린 홍보물에는 윤종오 후보를 겨냥해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국회의원은 … 당선된다 해도 국회에서 제대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진보당 마녀사냥에 은근히 영합하는 기회주의적 언사로 보인다. 이는 2008년 분당 직전에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민주노동당을 “종북주의”로 낙인 찍은 조 후보의 옛 전력을 떠오르게 한다.

3. 울산 동구: 이갑용 vs 김종훈

울산 동구에는 노동당 이갑용, 무소속(민주와 노동) 김종훈 후보가 10일과 11일 조합원 모바일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당 이갑용 후보는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사업장인 현대중공업노조의 전 위원장으로서 골리앗 투쟁 등 전투적 투쟁들을 이끌었고, 그것을 인정받아 그 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2000년 총선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가 동구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던 정몽준에 맞서 약 3만 표를 얻으며 선전했다.(이는 정몽준이 울산 동구에서 5선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은 2위 득표 성적이다.) 2년 후 구청장 선거에서는 여유 있게 당선했다.

이갑용 후보는 구청장 시절에 동구청 공무원들에게 신생 전국공무원노조 가입을 독려했고, 2004년 연가 파업을 옹호했다. 이 파업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징계 명령을 거부해 직무정지와 사실상 구청장직 박탈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이갑용 후보는 이번에도 “재벌에 맞선 노동자 정치”를 내세우며, 재벌세를 걷어 노동자 복지를 늘리고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는 등 대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정치, 노동개악 저지 등의 투쟁에 함께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좌파답게 비정규직 투쟁 등에도 함께해 왔다.

현중노조 모바일 투표를 앞둔 3월 9일 현중 조합 활동가 2백29명이 이갑용 후보 지지 선언을 발표했다. 적지 않은 규모다. 이들은 이갑용 후보가 비교적 일관되게 자신의 투쟁 경력과 지향을 연결시키려 하는 점을 높게 산 듯하다.

무소속 김종훈 후보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동구청장을 지냈다. 당시 북구청장이던 윤종오 후보와 함께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려고 울산시와 갈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역 내 우파 세력의 반발에도 비정규노동센터를 건립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구청 소속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운다. 김종훈 후보가 노동공약으로 강조하는 법안들은 이갑용 후보와 대동소이하다.

다만, 김종훈 후보는 “노동자 정치”를 강조하는 이갑용 후보와 달리 반새누리 단결을 강조한다. 더민주당을 포함한 반새누리 야권연대는 김종훈 후보가 대표로 있는 ‘민주와 노동’의 기본 입장에 포함된다.

이런 입장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게 실제적인 문제다. 김종훈 후보가 이갑용 후보에 비해 울산 동구의 경제(산업) 살리기를 강조하는 것이 한 사례일 수 있다. 김 후보가 강조하는 관광산업 육성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임을 모르지 않지만, 이런 점이 노동자 투쟁 지지 입장과 모순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둘째, 박근혜 정부의 독주에 맞서는 것은 중요하지만, 동구에 더민주당 후보가 여럿 예비후보로 출마한 상황에서 전략적 야권연대 고려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진보단일화 후 야권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울산 동구에서 더민주당 후보에게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가 후보 자리를 양보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그 대신에 단일후보를 지지하고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 참가한 1만 수천 조합원들 사이에서 갈등과 분열을 낳을 수 있다.(이 입장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노동자 연대〉, 167호 ‘이렇게 생각한다: “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를 참고하시오.)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노동자 투쟁의 좌파적 스피커 구실을 상대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문성(〈노동자 연대〉 신문 편집팀을 대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