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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위기와 현대중공업의 ‘긴축경영’ 선포:
공격에 단호하게 맞설 준비를 해야

조선업 위기가 지속되면서 고용불안, 임금 삭감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 부문의 주요 노조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정부 차원의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최근 울산·거제를 ‘고용 위기 지역’으로 선정해 실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와 재취업 알선 등을 지원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선업 빅3 가운데 하나인 현대중공업 사측이 인사 정책에 관한 “근본적 체질개선”을 선언했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더 혹독하게 고통을 전가하겠다는 예고다. 현대중공업 회장 최길선과 사장 권오갑은 3월 22일 창립 44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며 “평가제도 등 각종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 사항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는 위기에 책임이 없다 "회사의 생존"보다 노동자 생존이 우선이다. ⓒ사진 출처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사측은 대우조선노조의 쟁의 자제-임금 동결 동의서 제출,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의 수주 활동 전개 등을 사례로 들며, 이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더한 고통을 감내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사측은 이미 지난 2월 조직 개편을 실시해 팀 평가제도와 포상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사용자들이 성과 경쟁을 강화해 노동자들에게 더 고된 노동을 강요하고 사측에 줄 세우기를 유도하려고 흔히 써먹는 수법이다.

성과 경쟁 강화는 또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해 초 사무직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는데, 노조의 반발 속에서 이를 사무직 노동자들, 생산직으로까지 확대하지는 못했다.

사측은 올해 이 같은 공격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1년간 사무직 관리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중을 45퍼센트나 늘려 6백20여억 원의 인건비를 줄였다고 보도했다. 사측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이 곧 “체질 강화”라고 말했다.

전환배치

이번 담화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단협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최근 사측은 일감이 줄어든 사업부를 중심으로 생산직 정규직 조합원 1백여 명을 전환배치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환배치 시 노조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 단협조차 지키지 않았다.

사측은 앞으로 2백여 명 정도를 더 전환배치할 계획인 데다, ‘순환근무’를 제도화해 더욱 유연하게 노동자들을 배치하려 한다. 이를 위해 노조의 저항에 근거가 되는 ‘단협’을 아예 뜯어고치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임금·단협교섭 지도지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여기서 노동조합의 “과도한 인사경영권 개입”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전환배치, 해고 등에 관해 노조와 협의(혹은 합의)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을 문제 삼았다.

사측은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환배치가 고용을 지킨다’고 말하지만, 이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외주화를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해악적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전환배치로 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가 더 높아졌고, 기존에 정규직이 일하던 업무를 외주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측은 지난 2년간 희망퇴직과 외주화 확대로 유연성을 높이려고 애써 왔다. 안 그래도 조선업은 비정규직의 비중이 정규직 대비 2~3배나 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데, 경제 위기를 빌미로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그동안 임금이 체불되기 일쑤였고, 올 초부터는 아예 임금이 10퍼센트 깎이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 같이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직이 늘면 늘수록 종국에 정규직의 노동조건도 공격을 받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한편, 사측은 현대중공업노조가 이번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화 후보인 무소속 김종훈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보수 언론들도 “경영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활동이나 한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서 고용과 노동조건 보호를 내세운 진보·좌파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정몽준의 정치적 고향인 울산 동구에서 진보좌파 후보가 당선한다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뿐 아니라 노동운동 전반에도 무척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요컨대, 현대중공업 사측의 이번 담화는 수익성 위기에 직면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올해 공격은 더 강화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만큼 노동자들도 단호하게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임단협 요구안 확정을 위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 인상, 고용 보장, 현재 도입된 성과연봉제 폐지, 전환배치 통제, 신규인력 충원,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로 내걸었다. 사측의 공격을 막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당한 요구들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조선업종노조연대는 7월 공동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투쟁이 성공적으로 조직되려면, 지금부터 전환배치, 사내하청 임금 삭감 등 공격에 맞서면서 투쟁의 기운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