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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인터뷰:
“지난해보다 더 많은 분들이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입니다. 주류 언론은 ‘세월호가 잊혀져 간다’고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가족들은 2주기를 앞두고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를 비롯해 우리 엄마, 아빠들은 매일 대학,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특히 2주기를 앞두고 많은 대학에서 우리를 초청해 줘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찾아 주는 곳들이 많아 오라는 곳도 다 못 가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첫 번째 돌아온 4월은 ‘평소와 똑같겠거니’, ‘잘 이겨내겠거니’ 생각했지만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정부가 시행령을 발표해 시행령 폐기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부는 1주기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배·보상 문제를 터뜨려 언론 플레이를 했습니다. 절망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1주기 때도 많은 분들이 우리를 위로해 주고 힘을 줘서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4월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 두 번째 돌아오는 4월은 겁이 났습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그 흐르는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2주기를 앞두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분들이 두세 배는 늘어난 것 같습니다. 특히 대학생들은 한 열 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고 올해는 행복하고 바쁜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 덕분에 가족들이 4월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월 9일 <약속콘서트>가 끝난 뒤, '세월호를 기억하는 외대학생들' 학생들이 전날 강연 감사 선물을 전달했다. 학생들이 지지 메시지를 적은 종이 비행기를 받고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환히 웃고 있다. ⓒ사진 조승진
유가족들은 밀려드는 강연 요청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대학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외대 학생들과 유경근 집행위원장. ⓒ사진 조승진

정부는 ‘세월호 지우기’에 여념이 없지만, 얼마 전 2차 청문회가 마무리됐습니다. 1차 청문회에 이어 이번 청문회에서도 여러 사실들이 폭로됐는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일종의 양심선언 성격의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한 점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증언이 핵심적이에요. 여태껏 나오지 않았는데, 2차 청문회 때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계속 싸운다면, 이런 진실들이 조금씩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인양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인양을 매우 정치적으로 계산하며 시기와 방식을 조율하고 있음이 청문회에서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중국 상하이 샐비지를 선택해 공기부력 방식으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했죠. 지난해 8월부터 작업이 시작됐어요. 이게 왜 문제냐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양 방법은 이미 정부가 2014년 5월 23일에 공식 문서로 확정 지은 방식입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40일만에 말이죠. 지금 하고 있는 방식 그대로 결정을 해놨었다는 겁니다. 2014년 11월 초에 수중 수색을 중단할 때도 ‘수중 수색 중단에 동의해 주면 즉시 인양하겠다’고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장관이 약속했는데, 그로부터 5개월 뒤에 인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5개월 동안, 해수부가 직접 만든 태스크포스는 공기 부력 방식은 매우 위험하고 불안정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재 진행하는 방식은 공기부력 방식이죠. 결국 2014년 5월에 이미 정부가 제출한 안대로 추진된 건데, 계속 시간만 끌면서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이죠.

청문회를 통해 또 하나 밝혀졌습니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이 끝나고 세월호를 인양하겠다는 겁니다. 특조위로 하여금 선체 조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거죠. 미수습자를 온전히 수습하고, 선체를 온전히 인양해 정밀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참사의 진상을 확실히 규명할 수 있습니다. 특조위가 정밀 조사를 해야 하고, 유가족들도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선체 조사 계획은 아무것도 세워놓지 않고 오히려 인양 후 선체를 절단해서 처분할 계획만 세웠다고요. 선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유가족들의 참여 없이 결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물론 청문회에서 밝혀진 것들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져 정식 수사 대상이 되고, 기소되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그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방해라는 제한적인 조건에서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연세대 이과대학 부학장과 은평구갑 후보의 ‘세월호 점령군’ 망언 등 유가족과 세월호 운동을 폄훼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그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확신에서 그랬을 수도 있고, 매우 정치적으로 판단해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린 그런 사람들은 신경 안 쓰입니다.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면 고소하면 됩니다. 그러지 않는 경우는 무시하면 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사람들보다 유가족과 세월호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서로 격려하고 힘 주는 시간도 부족합니다. 주류 언론이 만들어내는 여론은 여론이 아닙니다. 우리가 직접 목도하는 현실의 지지와 분위기를 봅시다.

세월호 2주기 이후 앞으로 가족들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끈질기게 싸우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앞으로도 정부의 ‘세월호 지우기’는 상수입니다. 그것 때문에 힘 빠질 필요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미 정부의 진실 은폐를 예상하고 제대로 된 특별법과 특조위를 요구해 왔고 그런 점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추가 수사를 해서 기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특검입니다. 자신들 입으로 특검을 말해 놓고 특검은 안된다고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 19대 국회가 끝나지 않았고 20대 국회는 곧 시작합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별법을 개정하고, 특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게 현실화되려면, 끊임 없이 요구하고 싸우는 게 중요합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10년, 20년, 30년 어떻게 싸우지?’ 이렇게 생각하면 까마득합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10년, 20년, 30년을 싸우는 게 아니라 1분만 더 싸우면 됩니다. 저들이 버티는 것보다 1분만 더 버티면 됩니다. 1분만 더 버티면 밝힐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도 긍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은 다른 투쟁들과 사회적 연대 속에 자리매김해야 더욱 전진할 수 있습니다. 별개의 사안이 아닙니다. 사건들 자체는 별개의 사건일 수 있지만, 그런 사건들이 왜 일어났을까요? 세월호 참사를 빚어낸 모순과 부조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정부의 정치적 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을 통해 이루려는 목적은 모든 사람들의 생명,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단 한 명의 생명도 포기하지 않고 책임질 줄 아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일맥상통합니다. 같이 싸워야 합니다.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그런 정신과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그 순간까지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돼야 합니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에 모두가 증인이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서로 다양한 의견, 생각을 공유하며 행동해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끈질기게 싸워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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