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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저주와도 같은 전쟁을 끝장내는 길

〈빨간 돼지〉에서 1920∼30년대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 비행사를 통해 반전을 다루고, 〈원령공주〉를 통해 환경 파괴와 남녀 차별 등을 다룬 미야자키 하야오의 반전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부시의 이라크 전쟁과 영국·일본·한국의 전쟁 동참이 계속되고 있는 시기에 더욱 돋보인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영국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왕실 마법사였던 하울을 짝사랑하는 황무지 마녀가 내린 저주로 90세 할머니가 된 18세 모자가게 소녀 소피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하울과 소피의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시대, 한 발짝만 옮겨도 폭음과 폐허로 돌변하는 도시, 전쟁에 동참하는 세력들과 그에 저항하는 하울과 소피의 이야기다.
전쟁을 지속하려는 왕실 마법사인 설리만은 재능있는 하울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
소피는 하울에게 “전쟁을 그만두라고, 쓸데없는 전쟁은 도와 주지 못하겠다고 말하라”고 주문하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은 하울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울을 사랑하게 된 소피는 그를 대신해 어머니로 가장하고 설리만에 맞선다. 왕궁으로 가는 길에 소피는 자신을 노파로 만든 황무지 마녀를 만나 함께 가게 되지만 모든 마법을 무장 해제하는 왕궁에서 그녀는 하울의 심장에 집착하는 추한 할머니로 변한다.
설리만은 그녀에게 “악마와의 거래로 몸과 마음이 황폐해졌다”고 말한다.
하울은 소피의 격려 덕분에 “적군도 아군도 없다. 군함은 어느 것이든 나쁘다”고 자신이 할 일을 선언하고 전쟁에 맞서기 위해 떠난다.
이 영화는 전쟁의 참상과 그에 동참한 위정자들의 최후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 목소리가 단결을 통해 분명해질 때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점을 너무도 명확히 보여 주는 영화다.
전쟁은 마치 저주와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저주는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주를 풀 수 있는 것은 바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