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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모인 진실 규명 염원을 담아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다

진실 규명을 위해 특별법을 개정하라 박근혜 정부의 특조위 조기 종료 시도를 막아내고 성역 없는 진상 조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6월 8일 국회 정문 앞을 가득 메운 유가족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 ⓒ이미진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6월 8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20대 국회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유가족들을 비롯한 2백여 명이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기자회견 장소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백4명의 염원을 담겠다는 취지로 3백4개 봉투에 32만 4천5백62명 서명용지를 나눠 넣어 놓기도 했다.

이번 개정 청원안은 특조위 활동 개시 시점을 사무처를 포함한 조직의 구성을 마치고,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배정한 날로 명확히 할 것, 세월호 인양 후 선체 정밀 조사를 특조위 권한으로 명시하며 인양 후 6개월에서 1년까지 활동을 보장할 것, 국가기관의 협조 의무를 명시할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조위를 조기 종료시켜 진실 은폐를 밀어 붙이려 하는 정부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접수했다. 이 개정안은 희생자 혹은 피해자의 범위를 민간인 잠수사, 희생된 소방공무원 등으로 확대하고 희생된 기간제 교원에 대한 순직인정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희생자 3백4명의 염원을 담아 기자회견장에 놓인 3백4개의 봉투들. 전국에서 모인 32만여 명의 서명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열망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미진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얼마 전 구의역에서 우리 아이들과 같은 나이인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낱낱이 처벌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어느 누가 안심하고 내 가족, 내 아이들과 살아갈 수 있겠는가?”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6월에 이 법안을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고, 세월호 피해와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고(故) 김초원, 이지혜 단원고 교사는 끝까지 학생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는 순직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목숨 앞에서도 차별당해야 하나?’ 하는 울분이 터져 나왔다.

전국 기간제교사협의회 박혜성 교사는 “이미 국가인권위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이라고 인정했다. 관행만을 앞세워 순직 인정을 거부하는 인사혁신처와 교육부는 순직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자들”이라 일갈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연세인의 모임 매듭’의 심산하 단장은 자신을 “세월호 세대”라고 소개하며 “20대가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박병우 대협실장은 “한상균 위원장도 세월호 집회 참가 등을 이유로 수감됐다”며 “20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성영 4·16연대 운영 위원은 “참사 2년이 지났지만 전국 곳곳에서 서명 운동은 계속 활발히 벌어졌다”며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요구가 여전히 뜨겁다고 강조했다.

자발적으로 구조 작업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대우와 보상도 받지 못한 민간잠수사들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민간잠수사 김상우 씨는 “그날 해경과 정부가 왜 그토록 구조에 무능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20여 년 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로 2백92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고 했지만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하며 ”민간잠수사들도 진상 규명을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입법청원단은 봉투 3백4개를 나눠 들고 국회로 향했다.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전명선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의 비통함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이 자리에 모였다”며 입법청원의 의의를 밝혔다.

진실 규명 운동은 계속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가족뿐 아니라 대학생들과 노동자들, 세월호 운동 지지자들이 함께했다. ⓒ이미진
20대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 염원 외면 말아야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유가족을 비롯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회로 서명용지를 전달하러 가고 있다. ⓒ이미진

이날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 비난한 새누리당 김재원을 정무수석으로 앉혔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거부한 셈이다. 진실 은폐 의지를 또 한 번 확인한 만큼, 새누리당도 20대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완강히 버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입법 청원 이후에도 국회 밖에서 강력한 압력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정부가 이윤 중심 체제의 야만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감추려는 동안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구의역 참사 등 이윤을 앞세우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은 이윤을 생명보다 우선하는 사회를 멈춰야 한다는 광범한 바람과 맞닿아 있다. 4·16연대는 이런 염원과 지지를 모아 특별법 개정과 진실 규명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4·16연대는 특별법이 하루빨리 개정되도록 촉구하기 위해 6월 말까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6월 25일에는 범국민대회를 열어 진실 규명 의지를 모아낼 계획이다. 범국민대회에서 진실 규명을 향한 강한 의지와 열망을 보여 주자.

입법청원을 위한 서명용지를 든 유가족들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 모여 있다. 이 자리에서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부끄럽지 않은 부모,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특별법 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이미진
국회 본관 앞 계단에 모인 입법청원단. ⓒ이미진

더민주당과 정의당,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공동 발의

입법청원 이후에도 진실 규명 운동이 이어져야

김지윤

6월 7일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호 법안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소속 의원 1백23명과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전원이 공동으로 발의하고,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특조위 활동 시점을 2015년 8월로 하고, 세월호 선체 조사권을 특조위 권한으로 명시하며 선체 인양 후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특조위 활동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7일 개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특조위 활동 보장을 위해 6월 본회의 전에 개정안이 상정돼 조속히 처리되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이번 법안이 저희 가족들이 생각하는 안에 미치지 못한다 … 특조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가족들이 주장하는 개정안의 내용 중에 하나지만, [이번] 법안에는 그런 내용이 빠졌다"고 아쉬움을 솔직하게 표하기도 했다.

앞으로 4·16연대는 국회가 특별법 개정에 나서라고 요구하면서 독립적 태도로 진실 규명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려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진실 은폐 시도를 낱낱이 폭로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별법 개정을 위한 국회 안에서의 합의를 우선하면 국회 정당 간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압력에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4·16연대는 유가족들의 염원을 올곧게 반영하며 운동의 정당성을 알리고 지지를 넓혀나가려 애써야 한다. 이런 압력 속에 정당들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