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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공공·금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10만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반대를 외치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서기 위해 양대노총 노동자들 10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해고연봉제 저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성과주의 강요 말라", "강제퇴출제 중단하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민주노총의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의 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 등으로 구성된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토)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해고연봉제 분쇄, 강제퇴출제 저지를 위한 공공·금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고, 수만 명이 여유 있게 집회를 할 수 있는 곳인 여의도 문화마당을 꽉 채우고도 넘칠 정도로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박근혜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반대는 기득권 지키기”라고 노동자들을 맹비난했지만, 불과 며칠 뒤에 노동자 10만여 명이 모여 성과연봉제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준 것이다.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와 불법을 자행하며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인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서는 며칠 전 높은 찬성률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가결시킨 건강보험노조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조합원 1만여 명 가운데 6천여 명이 참가했다. 경기지역 노동자는 “성과평가는 윗사람 눈치보기와 줄 세우기로 귀결될 것”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원주지역 노동자는 “이번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건보 노동자들은 7월부터 지역별 순환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 자회사의 지분 매각, 전기 판매 민간 개방 등 이른바 ‘기능조정’의 대상인 발전노동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판매 민간 개방의 한 부문인 가스공사의 경남지역 노동자는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안은 민영화다. 사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 가스 도입을 위한 경쟁으로 요금이 올라갈 것”이라며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능조정 방안’을 비판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철도노조의 열차승무원 노동자는 “오늘 집회 규모가 커서 고무적이다. 현장에서도 분노가 높다. 쟁의행위 찬반 투표 찬성률도 높을 것 같다”며 “성과연봉제를 저지하려면 파업에 꼭 돌입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의 철도노동자는 “성과연봉제는 임금을 깎기 위한 시도다. 퇴출제 도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막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한국노총 금융노조에서는 NH농협지부, KB국민은행지부, 기업은행지부 등이 대거 조합원들을 동원했다. 특히 기업은행지부 나기수 위원장은 연단에서 ‘박근혜는 우리에게 기득권을 내려 놓으라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일한 게 무슨 기득권이냐. 수십 억짜리 집에 살면서도 부정부패를 일삼는 자들이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고액 연봉, 철밥통, 기득권 운운하는 지배자들에 대한 통쾌한 반박이었다.

KB국민은행 한 노동자는 ‘저성과자 퇴출이 자리잡으면 결국 내 차례까지 오게 된다. 당장 닥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여도 노동자들 모두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반드시 투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집회에는 국회의원도 다수 참가했다. 더민주당 의원 5명과 정의당 의원 3명이 연단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이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발언 시작 전부터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저성과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가장 큰 저성과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심 대표의 발언에 노동자들은 특히 크게 환호했다.

이날 양대노총 공대위는 9월 23일 파업을 선언했다. 또한 “해고연봉제 및 강제퇴출제 강압이 멈출 때까지 2차, 3차 총파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를 마무리한 뒤에도 금융노조를 선두로 국회 근처까지 행진을 했다.

더불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추가적인 투쟁지침을 밝혔다. 주되게는, 사측이 성과연봉제 이사회 통과에 따른 추가성과급을 지급하면,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이를 반납하고 사측이 강요하는 개별동의를 거부하기로 했다. 또한, 파업권을 확보한 공공기관 노조는 7월 초부터 순환 파업을 하기로 했다. 더 투쟁 경험이 많고 좌파적인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투쟁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산별 임단협 교섭이 결렬될 것으로 보이는 금융노조는 이후 (9월 파업 예정일까지) 투쟁계획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물론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가장 많은 조합원이 참가한 만큼 투쟁 열기를 고조시키고 이어갈 수 있는 일정이 오늘 발표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필요할 때 지부 차원의 투쟁을 투쟁을 회피해선 안 된다.

이날 집회는 박근혜 정부의 고통전가 드라이브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을 잘 보여 줬다. 지도부가 진지하게 투쟁을 조직하면 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이 단결해서 큰 힘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발판 삼아 투쟁을 계속 확대해 가야 한다. 각 현장에서 맞서 싸우는 것, 오늘처럼 집중해서 단결의 힘을 과시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