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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4백 톤 적재:
한국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 지원하려다 빚은 참사

6월 17일 〈미디어오늘〉이 세월호가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 쓰일 철근 4백 톤을 실었다고 폭로했다. 화물업체와 청해진해운의 진술 등을 토대로 그간 철근 과적이 침몰의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제기는 있었지만 용도에 대한 구체적 의혹과 증거들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특조위가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는 쏟아지는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저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은 더 커진다.

이 같은 폭로는 박근혜 정부가 그간 밝혀진 구조 방기와 규제 완화의 책임만이 아니라, 세월호를 침몰하게 만든 직접적 책임이 있을 수 있음을 뜻한다.

그동안 참사 당일 화물 과적은 이윤에 눈이 먼 청해진해운의 책임으로만 지적돼 왔다. 당시 청해진해운은 여객이 돈이 안 되자 화물로 이윤을 만회하려고 철근과 생수를 실어 날랐고, 선원들의 항의에도 과적을 밥 먹듯이 했다. 2014년 검찰 조사에서 선원들은 “'화물량이 너무 많아서 배가 위험하다. … 선수 쪽에는 철근을 조금만 적재해 달라'고 수차례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세월호는 여객선이 아니라 사실상 화물선으로 운영됐다. 2014년 당시 검경 합수부는 “승객 4백76명(42.8톤), 화물 2천1백42톤(이 중 철근 2백86톤, H빔 37톤), 평형수 7백61톤 연료유 1백50톤, 청수 2백59톤”이 실려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수치로는 배가 급격히 기울면서 침몰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에 화물이 검찰 조사보다 5백여 톤 더 많은 2천6백49톤이 실렸다고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이 밝힌 철근 4백 톤이 더 실려 있었다면 이는 승객 5천 명 수준의 규모다. 더군다나 철근 중 1백30여 톤은 선수갑판(C데크)에 실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부분에 화물이 많이 실릴수록 선박의 복원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가 좌현으로 처음 기울 때 이 철근과 H빔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내린 것이 세월호를 더 빠르게 기울도록 만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청해진해운 한 관계자는 당시 실린 철근의 용도에 대해 “당일(2014년 4월 15일 화물 적재 당시)은 1백 퍼센트 해군기지로 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미디어오늘〉) 게다가 제주 해군기지 공사는 원래 계획보다 14개월가량 늦어져 정부는 시공 업체에 공사비 2백75억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제주 해군기지 공사기간을 맞추려다 안개로 인해 시야 확보가 힘들 정도였는데도 무리하게 세월호가 출항했을 개연성이 있다. 지난해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82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4월 16일 당일의 무리한 출항을 진상규명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결국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무리한 과적을 했고, 이것은 침몰의 직접적 원인 가운데 하나였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제주 해군기지 ― 미국 해상MD 정책의 일환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패권 정책을 지지하고 이에 복무하기 위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해 왔다.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서 해상 MD정책의 중간기지 구실을 할 것이다. 또, 미국의 해양 전략에 따라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 함정, 핵잠수함, 핵항공모함의 기항지로 활용될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MD의 핵심 무기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강행하고 있는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한국 정부가 철저히 미국의 패권 정책에 복무하는 것을 보여 주는 일 중 하나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급속히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동아시아 불안정의 핵심 요인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한반도 불안정의 불씨를 키울 것이 자명하다.

이런 위험천만한 정책을 위해 무리하게 철근을 실어 나르려다 무고한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이윤 경쟁으로 빚어지는 국가 간 경쟁, 즉 제국주의가 세월호 참사와 연관돼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정책을 지원하려고 노동자와 그들의 자녀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결국에는 목숨까지 잃게 만든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세월호 참사는 이윤 경쟁을 위해 과적을 무릅쓰고 안전은 뒷전에 둔 기업과,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질서를 철저히 옹호하는 국가가 빚은 비극이다.

진실 은폐의 이유

왜 이제서야 이런 사실들이 밝혀지는 것일까?

수사 당시 검찰은 화물 전수 수사를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물류회사를 통해 화물을 맡긴 화주에 대한 조사는 물류회사 진술서에 의존한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검찰은 침몰 원인으로 화물 과적과 허술한 고박을 꼽으면서도 꼼꼼히 수사하지 않았던 셈이다. 정부의 책임을 덮기 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를 한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또한, 검찰이 침몰 원인으로 발표한 조타 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 주장도 2015년 대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세월호를 인양하고 참사 당시 상황을 철저히 조사해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항간의 의혹처럼 국정원이 비자금 조성 등의 목적으로 세월호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면 수익을 쫓아 안전은 뒷전에 둔 것에 대한 책임이 있으므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를 종료하고 진실은 은폐하는 데에 혈안인 이유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정부의 철저한 방해 때문에 더디지만 계속해서 드러나는 진실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라는 것이다. “웬만한 진상은 다 밝혀졌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가당치도 않다.

철저한 진상 조사로 정부의 책임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제주 해군기지의 연관성은 제국주의에 대해서도 도전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 주고 있다.

드러나는 의혹에도 특조위 종료 강행하는 적반하장 박근혜

박근혜 정부가 구조 방기와 규제 완화만이 아니라 침몰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특조위를 종료시키려 한다.

6월 21일 해수부는 일방적으로 특조위 종료를 선언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마치 이것이 특조위 활동 기간의 연장인 양 호도하고 있다. 해수부는 특조위 활동은 특조위 활동 종료 이후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보고서 작성 기간으로 보고 이에 따른 인원 조정을 위한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특조위에 압박을 넣었다. 해수부는 현재 특조위 인원의 80퍼센트 수준으로 인원을 줄이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인양 후 육지에 선체가 거치되면 선체정리 작업에 특조위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알린 것뿐이다. 더군다나 진상 규명 조사 대상인 해수부가 진실 규명을 가로 막으려는 특조위 종료 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은 22일 즉각 해수부의 일방적 종료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더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는 새누리당이 청와대 조사를 배제하는 조건으로 특조위 활동 연장 거래를 제안해 왔다고 폭로했다. 더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장 김영춘이 이미 이런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일방적” 거래 시도라고 보기만은 힘들겠지만 새누리당이 어떻게든 박근혜 정부를 보호하려 안간힘을 쓴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이럴수록 정부의 진실 규명 은폐 시도에 맞선 분노를 모아 세월호 진실 규명 운동은 더욱 확대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