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특조위 3차 청문회 종료:
특조위 활동 보장의 필요성이 분명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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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3차 청문회가 9월 1일, 2일로 끝났다. 특조위는 이번 청문회에서 침몰 원인, 구조를 비롯한 정부의 참사 대응, 언론 통제 등에 대해 다룰 것이라 밝혔는데 관련한 증거들이 일부 밝혀졌다.
그러나 이정현, 김기춘, 김석균 등 정부 쪽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참했고 세월호 1등 항해사와 청해진해운 물류팀장 등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미 해수부는 이번 청문회에 대해 “불법”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청문회를 방해했다.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철저한 비협조 속에서도 특조위원들은 고군분투해 몇 가지 새로운 증거들을 밝혀냈다. 충분한 기간과 권한이 보장됐다면 더 많은 진실을 들춰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청문회는 특조위가 다뤄야 할 자료와 사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드러내며 특별법 개정을 통한 조사 활동 보장의 필요성을 확인시켰다.
청문회를 마치고 특조위는 ‘4, 5차 청문회도 필요하다’며 ‘청와대의 참사 대응’에 대해 본격적으로 밝힐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특조위원들은 정부가 9월 30일 이후 청산 과정에 돌입하더라도 출근을 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청문회에 참석한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 씨는 “이번 청문회가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새로운 증거들
정부는 침몰 원인 규명에 대해서조차 철저히 비협조적이다. 침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매우 직접적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조위가 지난 6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과적을 밝혀냈고, 최근에 특조위가 실시한 세월호 침몰 시뮬레이션은 “참사 당일 화물 적재 상황은 세월호의 복원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었음을 확인시켜 줬다. 특조위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입항 화물량 증가가 세월호 도입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인물 중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특조위는 제주 해군기지 공사일지 등을 해군에 요청했지만 해군은 어떤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다.
또한 침몰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증거인 선내 CCRV 저장장치(DVR)가 편집됐을 의혹도 제기됐다. 해경은 참사 두 달 후에야 DVR을 수거해 놓고는 작업 사실을 유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인양 물품 목록에 기재하지도 않았다. 생존자들은 선체가 기울고 헬기가 도착할 때까지 CCTV 화면이 나왔다고 증언했지만 제출된 DVR에는 침몰 이전 기록만이 남아 있다.
해경도 생존자 구조보다 청와대 보고를 위한 “쇼”에 신경 썼다. 참사 당시 해경은 생존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해경의 교신 기록이 담긴 TRS(해경 주파수공용통신) 내용을 보니, 이 보고는 완전히 거짓이었다. 엉뚱한 곳에 공기 주입을 해 놓고는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색 업무에 성공했다던 수중탐사로봇도 실은 투입 후 유실됐다. 민간업체 ‘언딘’은 세월호 도면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다. 당연히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들도 도면을 지급받지 못했다.
해경의 진실 은폐 시도는 여러 차례 드러나고 있다. 올해 5월에 해경은 TRS를 갖고 있지 않다고 숨기려다 들통이 났다. 특조위의 요구에도 “안보 기밀”을 내세우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현재 특조위는 1백만개 중 1만여 개만 분석한 상태다. 해경은 여전히 나머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조사가 확대되면 엉터리 구조와 거짓 보고의 실체가 더 드러날 공산이 크다.
청와대는 거짓 구조 보도로 책임을 면하고 분노를 가라 앉히는 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KBS 전 보도국장 김시곤은 당시 KBS 사장 길환영이 박근혜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보도에 개입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김시곤은 “사장님~ [박근혜 참사 현장 방문 기사를] 말씀하신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라고 길환영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또 길환영이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때인 뉴스 시작 20분 내로 박근혜 관련 보도를 할 것을 주문했다고 증언했다. 이미 지난 6월에 특조위가 이정현, 길환영을 보도 간섭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 조사는 지지부진이다. 경찰이 유병언 수사 브리핑을 지나치게 많이 해 기자들조차 의아하게 여겼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러고도 박근혜는 해경 해체 쇼를 하며, 사기극을 벌였던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박근혜 정부의 관심사는 참사의 슬픔과 충격이 정부에 대한 분노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에 있었다. 이번 청문회에서 경찰 내부 보고서(‘세월호 가족 동향’ 등)가 처음으로 공개돼 당시 경찰이 유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성향 분석을 위한 뒷조사까지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굳건한 지지
청문회로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정부의 갖은 방해 속에서 드러난 게 이 정도다. 그러니 박근혜 정부가 억지를 써가며 특조위 활동을 한사코 종료하려는 이유도 자명하다.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 세력에 대한 분노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와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의 당선으로 표현됐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원이 다가올수록 “여론”을 탓하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은근슬쩍 뒤로 미루려했다.
결국 두 야당이 진실 은폐 세력 새누리당과 배신적 합의를 하자 두고 볼 수 없던 유가족들은 다시 무기한 단식에 나서게 됐다. 유가족들은 “사생결단”이라고 외쳤다. 새누리당과 두 야당의 외면이 진실을 밝히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 몬 셈이다.
압력을 느낀 더민주당 신임 대표 추미애는 당사 내 단식농성장을 방문했지만 “의지” 이상의 구체적 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보름 넘게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국민의당대표 박지원에게도 유가족들을 그저 방문만 하지 말고 구체적 계획을 갖고 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특별법개정과 특검의결 등 진상규명을 위한 당TF 구성, 가족협의회와의 상시적 논의, 야3당 공조 협의체 구성, 9월 내 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야당들은 총선 당시의 약속을 지켜 특별법 개정 등을 실행해야 한다.
박근혜는 특별법 개정을 한사코 방해하면서 9월 30일을 끝으로 특조위를 청산하려 하지만 박근혜가 처한 상황이 유리하지만은 않다. 우병우 부패스캔들, 구조조정 등과 이와 맞물린 내부 분열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고,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와 동률을 이뤘다. 언론의 철저한 외면에도 유가족들의 무기한 단식에 대한 동조 단식이 이어지며 굳건한 지지를 보여 주고 있다. 예고된 하반기 노동자 투쟁도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에게는 여전히 특별법 개정과 온전한 선체 인양 등 요구를 쟁취할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