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교수·연구자 127명이 이화여대 총장 사퇴 운동을 지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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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월 9일) 진보적 교수·연구자 127명이 이화여대 학생들의 총장 사퇴 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겨우 며칠만에 이렇게 많은 교수·연구자들이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성명서에서 교수·연구자들은 지금 이화여대에서 벌어지는 진통이 “대학의 상업화와 학문 기능 위축, 대학의 민주주의 쇠퇴, 교육부의 대학 통제권 강화 등 한국 대학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선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이어서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최경희 총장이 사퇴 요구를 정면 거부하면서 되려 “학습권과 학내 교육·연구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을 책임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더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교수·연구자들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진행되어온 대학교육의 공공성 약화와 상업화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대학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대학을 시장화하고 관료적으로 통제하려는 교육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진보적 교수·연구자들은 결론으로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학교 당국과 이사회에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보호를 약속하라고 촉구했고, 교육부에는 대학에 대한 관료적 통제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성명서에는 저명한 분들도 이름을 올렸다. 두루 알려진 진보적 언론인 손석춘 건국대 교수, 한국 노동계급과 비정규직 운동에 관한 글을 써온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서울대 법인화를 선명하게 반대해 온 최갑수 서울대 교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원로 역사학자 이이화 교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류동민 충남대 교수 등도 연명했다.
점거농성이 최근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발표된 이런 지지는 총장 사퇴를 바라는 모든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커다란 원군처럼 여겨질 것이다.
최근 경찰과 보수 언론은 지엽적인 경호업체 고용 문제로 본관 점거 농성자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9월 8일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이화여대 교수가 비교적 소수이므로 이사회가 총장을 해임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최경희 총장은 ‘소통’ 쇼를 하며 본관 농성자들을 압박해 왔고, 본관 농성자들도 개강 이후에도 사람이 크게 늘지 않아 큰 고심을 하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민 연대의 손길이라 이화이언에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명자의 하나인 모 교수가 노동자연대에 귀띔한 바에 따르면, 연서명을 한 교수·연구자들-운동권이다!- 사이에선 본관 농성자들이 연대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서명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만약 본관 농성자들이 외부로부터의 연대를 일찍부터 환영했다면 더욱 많은 지지가 모였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본관 농성자들은 연대를 거부해 온 기존의 입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최경희 총장은 언론, 경찰, 총동창회 등 학교 바깥의 힘을 아낌없이 동원하는데 학생들만 ‘외부세력’, ‘순수’ 논리에 붙들려 있어선 불필요하게 한 팔을 결박하는 셈이다. 사회 곳곳에서 최경희 총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대되도록 해 학교 당국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 아래는 오늘 발표된 성명 전문이다.
이화여대 사태의 조속한 민주적 해결을 촉구하는 교수 연구자 성명서
이화여대 사태의 조속한 민주적 해결을 촉구한다!
온 국민이 폭염으로 신음할 때, 이화여자대학교 구성원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을 둘러싸고 발생한 학내 사태로 진통을 겪었다. 이제 더위도 한 풀 꺾이고 2학기를 맞이 했지만, 오히려 이대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것은 사태 해결의 핵심인 최경희 총장에게 퇴진을 요구했지만, 본인은 전혀 퇴진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대학의 상업화와 학문 기능 위축, 대학의 민주주의 쇠퇴, 교육부의 대학 통제권 강화 등 한국 대학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화여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문제제기와 함께 그 해결을 끈질기게 시도하면서 벌어진 일로 우리 대학의 위기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 사건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대학의 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사태 해결을 바라는 재학생, 졸업생, 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취임 이후부터 보여준 소통 부재와 일방적 리더십, 그리고 이번 학내 농성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함으로써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학생들의 자존감과 교육자로서 교수들의 권위를 실추시킨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최경희 총장 스스로 거취를 표명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학교 당국과 이사회에 이번 사태와 관련된 학생들의 신변을 보장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최경희 총장은 학생은 물론, 교수와 동문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정면으로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농성 학생들과 서면대화 등 소통을 시도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학습권과 학내 교육·연구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하였다. 이것은 스스로 강조한 진정어린 소통과는 거리가 먼 행위이며, 이번 사태에 대한 총장 본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행태이다. 게다가 현 총장을 임명한 당사자이자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인 이사회가 한 달여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학교당국과 이사회에게 이와 같은 사태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소통장치의 확보, 총장 선출방식의 개선, 이사회를 비롯한 이화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혁신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특히 학교 운영의 최종 책임이 있는 이사회는 조속하고 원만한 문제해결을 위해 이대 학생, 교수, 동문들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이번 사태를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회복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진행되어온 대학교육의 공공성 약화와 상업화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대학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대학을 시장화하고 관료적으로 통제하려는 교육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교육부는 재정 지원과 총장 임명 등을 빌미로 대학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지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백년대계로서의 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대 사태가 장기화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번 일로 깊은 상처를 받았을 이화여대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그리고 하루 빨리 이화여대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 이화여자대학교 미래라이프대학 사태와 관련해 최경희 총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 학교당국과 이사회는 이화여대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학교의 민주적 정상화에 즉각 착수하라!
-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관료적 통제 강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대학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라!
2016. 9. 9.
이화여대 사태의 조속한 민주적 해결을 촉구하는 교수 연구자 일동
강문석(한국학중앙연구원), 강이수(상지대), 강정구(동국대), 곽차섭(부산대), 김 준(동국대), 김경일(한국학중앙연구원), 김관우(전북대), 김귀옥(한성대), 김명환(서울대), 김수정(젠더사회문화연구소), 김수향(서울대), 김연민(울산대), 김영균(청주대), 김영수(경상대), 김용찬(순천대), 김원열(전 한양사이버대), 김일규(강원대), 김일환(서울대), 김자운(공주대), 김정선(동서대), 김종곤(건국대), 김종서(배재대), 김지민(경북대), 김지형(서원대), 김철식(연세대), 김태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화순(한신대), 나인호(대구대), 남구현(한신대), 남윤주(뉴욕주립대), 남지대(서원대), 노진철(경북대), 류동민(충남대), 류동영(목포대), 맹경숙(동국대), 민경희(충북대), 민혜리(서울대), 박우현(고려대), 박은미(한국철학사상연구회), 박종성(한국철학사상연구회), 박종진(숙명여대), 박지윤(한국인격교육학회), 박철하(한국역사연구회), 박혜영(인하대), 배경식(역사문제연구소), 배성인(한신대), 배재국(한국해양대), 서관모(충북대), 서영표(제주대), 석명진(강원대), 설문원(부산대), 손덕수(전 대구효성여대), 손석춘(건국대), 손정원(런던대), 신우현(상지대), 신현방(LSE, UK), 심성보(부산교대), 안삼환(서울대), 양해림(충남대), 오길영(충남대), 오현미(비판사회학회), 유세종(한신대), 유정애(성균관대), 유팔무(한림대), 유효숙(우석대), 윤나현(성공회대), 윤명희(사람과디지털연구소), 윤석주(국민대), 윤영삼(부경대), 윤은주(통일학연구소), 윤지관(덕성여대), 윤지영(건국대), 이건민(서울대), 이경수(중앙대), 이권재(청계교육사학회), 이기웅(경북대), 이기훈(연세대), 이나영(중앙대), 이득재(대구가톨릭대), 이민기(한신대), 이성호(상지대), 이소연(덕성여대), 이승렬(영남대), 이승호(동국대), 이우진(충남대), 이은행(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이화(역사문제연구소), 이재유(건국대), 이종숙(전남대), 이 지(한국철학사상연구회), 이지행(중앙대), 이찬희(한국철학사상연구회), 이현재(서울시립대), 임광순(역사문제연구소), 임선일(경기도교육연구원), 임성모(연세대), 임순광(경북대), 임춘성(목포대), 임혜숙(강원대), 장미현(역사문제연구소), 장원아(역사문제연구소), 전경화(강원대), 전의령(포항공대), 정경훈(아주대), 정연태(가톨릭대), 정영일(동강대), 정진아(건국대), 정진희(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정형지(오산대), 정호원(동아대), 조광호(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조돈문(가톨릭대), 조승현(방송대), 조철주(청주대), 조현천(제주대), 주기화(고려대), 진보성(한국철학사상연구회), 최갑수(서울대), 최영은(중앙대), 최 현(제주대), 한봉석(역사문제연구소), 한상권(덕성여대), 허성우(성공회대), 허오영숙(강릉원주대), 허태용(충북대), 홍석률(성신여대), 황보숙(명지대) 이상 12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