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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등 비정규직 요구 외면, 임금 삭감!:
김성락 집행부는 파업을 재개해야 한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이 10월 25일 발표한 것이다.

올해 임금 인상률을 낮추려고 혈안이 된 기아차 사측이 최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짓밟고, 일부의 성과급을 삭감하는 안을 제시해 분노를 사고 있다.

□ 불법파견 면죄부 찾기

신규채용 압박 중단하라

사측은 지난 10월 17일 사내하청 특별교섭에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요구를 외면하고 또다시 선별적으로 신규채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2년 전부터 선별적 신규채용을 압박해 논란을 키웠다. 지난해 소하리 공장에서 99명이 신규채용 됐지만, 노동자들의 커다란 반발 때문에 이를 더 확대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압박을 재개한 것이다.

사측은 현대차 사례를 들어 신규채용안의 정당성을 내세운다. 현대차 울산 사내하청지회는 몇 년간 지속된 사측의 압력과 탄압 속에서도 신규채용안을 거부하며 투쟁해 오다가, 지난 3월 손배가압류 압박과 투쟁 전망 부재로 인한 사기저하 등으로 안타깝게도 신규채용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규채용에서 배제된 울산의 일부 노동자들이 투쟁을 지속하고 있고, 아산 사내하청지회가 신규채용안을 거부하고 있다.

신규채용안은 불법파견의 ‘해법’이 아니라 정몽구에게 불법파견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심지어 법원조차 불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십 수년간 일해 온 노동자들의 근속과 공정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이 안은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해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사측은 3천5백여 사내하청 조합원 중 고작 7백여 명을 신규채용 하겠다고 제시했다. 더구나 조립공정 라인 밖의 청소·식당 노동자들은 아예 그 대상에서 배제됐다.

최근 열린 집회에서 한 여성 사내하청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다 같이 정규직 되려고 10여 년 동안 싸워 왔지 일부 조합원들만 신규채용 되려고 싸운 게 아니다. 신규채용안이 아닌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많은 조합원들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 비정규직 성과급까지 뺏겠다고?

청소·식당 노동자 성과급 삭감 시도 중단하라

한편, 사측은 10월 17일 사내하청 특별교섭에서 “청소, 식당 등 총무성 업체 근무자들은 성과급과 격려금을 20퍼센트 삭감하겠다”고 도발했다. 이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도 모자라 임금까지 깎겠다고 나선 것이다.

화성공장에만 청소·식당 노동자들이 5백여 명이나 된다. 그중 4백여 명이 여성이다. 이들은 기아차 사내하청 중에서도 시급이 가장 낮다. 그나마 성과급이 나와야 한숨 돌릴 수 있는 처지다. 더구나 식당 조합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면서 유일하게 임금을 보전 받지 못했다.

지금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안 그래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성과급이 깎인 상황이었다. 사측이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면서 그 대상에서 사내하청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죽겠는데, 밤낮으로 공장을 청소하고 밥 짓는 우리를 또다시 차별하겠다는 것인가!”

사측이 “총무성 업체”만 콕 찍어 도발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공격을 관철하려는 의도다. 사내하청 전체의 성과급을 동시 삭감하는 것은 불 붙은 데 기름 붓는 격일 테니, 청소·식당 쪽을 우선 타깃 삼은 것이다. 이 부문의 노동자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듯하다. 여성에게는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후진적이고 차별적인 발상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절대로 비하 되거나 천대 받아선 안 된다. 밥을 안 먹고 어떻게 자동차를 생산한단 말인가! 화장실 청소 노동자들이 일을 안 하면 공장이 어떻게 될까? 자동차 생산은커녕 악취 때문에 공장에 출근조차 힘들 것이다.

식당·청소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임금공격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단결해 사측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임금 삭감 시도 반대 공청회에 참가한 식당 노동자들

□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기아차지부는 (현대차지부와) 독자적으로 싸울 힘이 충분하다

화성·소하·광주 등 3개 공장의 사내하청 분회는 기만적인 신규채용안과 임금 삭감 도발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교섭장 앞에서 긴급하게 열린 규탄 집회가 열렸다. 집회 공지 하루 만에 화성공장의 사내하청 조합원 2백여 명이 참여해 커다란 분노를 보여 줬다.

안타깝게도 기아차지부 김성락 집행부와 지회장들은 이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요구나 사내하청 임금 삭감 반대는 분회 조합원들만의 문제로 치부돼선 안 되는데 말이다.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은 기아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정식 요구안으로 채택된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조차 불법파견은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사내하청 문제를 1사 1노조로 통합된 기아차지부가 계속 외면하면 사회적 비난과 노조내의 분열만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계급투쟁에도 해로울 것이다.

김성락 집행부는 올해 내내 비겁하리만큼 소심하게 현대차지부만 쳐다보며 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등 조합원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대차지부가 12년 만에 하루 전면 파업을 벌이는 등 박근혜 정부와 지배자들의 똥줄을 타게 만들고 있을 때도 김성락 집행부는 제대로 투쟁을 전진시키지 않았다. 그러다가 현대차지부 박유기 집행부가 파업을 중단하고 꾀죄죄한 협상안을 가져와 임단협을 마무리하자, 김성락 집행부는 이제 투쟁을 빨리 정리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사측이 기본급을 고작 몇 천 원 올리고 임금 총액은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현대차 수준의 임금 제시안을 냈는데도 이에 맞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인상과 통상임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은 좌절감과 허탈감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더구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측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포기하지 않고 투쟁에 나섰다.

세계경제가 불안정하고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에서 사측은 인건비를 줄이려고 악랄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사측은 천문학적인 부를 누리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1백12조 원이나 쌓여 있고, 지난해 정몽구·정의선이 챙긴 배당금은 1천2백72억 원이나 된다. 사측은 한전 부지 매입에 10조 원을 투척했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도 1백11억 원을 갖다 바쳤다. 이런 자들이 우리 노동자들에게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식당 노동자들의 목숨 같은 성과급마저 깎겠다는 정몽구의 탐욕에 치가 떨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기아차지부는 3만 5천 조합원의 힘이 있다. 이 힘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자동차 수출 경제에 타격을 줘 사측을 압박할 수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을 정점으로 하는 권력형 비리·부패 범죄의 진상이 연일 폭로되는 등 박근혜의 레임덕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철도 노동자들이 최장기 파업 기록을 경신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11월 12일 대규모 노동자대회·민중총궐기가 준비되고 있는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성락 집행부는 도망갈 궁리만 하지 말고 파업을 재개해야 한다.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청소·식당 노동자 성과급 삭감 반대, 전체 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지급 등을 내걸고 진지하게 투쟁을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