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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집회: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학생들의 열망을 확인하다

11월 3일 연세대에서는 오후 5시 신촌캠퍼스, 오후 9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총학생회가 주최해 두 차례 집회가 열렸다.

집회가 급하게 준비됐고 장소가 갑자기 변경됐는데도 많은 학생들이 소식을 듣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였다. 신촌 캠퍼스에서는 1백여 명이 모여, 마치 기자회견과 같은 방식으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배너를 들고 집회를 진행했다. 학생회나 특정 학생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들이 참가자의 다수를 이뤘는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하는 학생들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박혜수 총학생회장은 최순실에게 하루의 시간을 준 검찰에게 “국가 기강을 무너뜨린 한 개인에게 너무 지나친 자비가 아닌가”하고 물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국민대통합을 이뤘다”면서 “당신이 모은 국민의 뜻에 따라 퇴진하라”는 발언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경영대 학생회장도 ‘우리들이 변화를 만들어 가자’는 발언을 했다.

이후에도 많은 학생들이 지금의 상황에 분노하며 행동하자는 발언을 했다.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 오제하는 부패와 비리의 몸통인 박근혜를 놔둬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제대로 수사될 리 없다며 반드시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퇴진을 위해 “시국회의 같은 연합 기구를 꾸려” 투쟁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연세대 학내 시위. ⓒ김종현

물리학과 소속이라고 밝힌 한 학생의 딱 한 마디 발언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학생은 자신이 지금 바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떠나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 마디 했다.

“나는 지금 뼈 빠지게 편의점 아르바이트 해서 돈 버는데, 너희는 그렇게 손 쉽게 돈을 긁어 모으니 좋냐!”

도시공학과 정우민 씨는 “여러가지 이견과 갈등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로 박근혜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면서 박근혜 퇴진을 위해 단결해서 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산업공학과 소속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박근혜만이 문제가 아니라며 이 사태를 알고도 덮어 둔 부패 정당 새누리당은 물론 K스포츠 재단과 미르재단에 돈을 댄 자본 또한 공모자라고 말했다. 이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유상빈 부총학생회장은 “양파는 까면 그 양이 줄어드는데 최순실 게이트는 까도 까도 의혹이 늘고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또 총학생회는 학생회 선거 기간에도 학생들의 참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발언순서가 모두 끝난 후, 학생들은 ‘연세대학교 선배’인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함께 낭독하며 결의를 다졌다. 박근혜 퇴진 요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요구를 골자로 하는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였다. 다소 모호했던 총학생회의 이전 시국선언에 비해 퇴진 요구가 선명해진 내용이었다. 비선 실세가 민주주의를 농락한 것에 대한 학생들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총학생회장은 11월 5일 집회와 11월 12일의 청년총궐기 그리고 민중총궐기 일정을 홍보하며 박근혜 퇴진을 위한 운동에 많이 참가하자고 호소했다. 많은 학생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집회. ⓒ김종현

송도 국제 캠퍼스에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순서로 집회가 진행됐다. 해가 진 이후라 촛불문화제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적어도 50명 이상이 참가했다. 늦은 시간에 날씨도 쌀쌀한데다, 일부 단과대가 축제를 하는 기간이었는데도 꽤나 많이 모인 셈이다.

신청 받은 자유발언이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나도 여기에서 발언할 기회를 얻었는데, 박근혜 정부의 꼬리 자르기에 절대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퇴진은 물론, 관련 기업들과 새누리당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송도 국제캠퍼스에는 16학번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데, 발언한 사람 중 적지 않은 수가 그 동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발언했다.

경제학과 한이삭 씨는 세월호나 노동개악, 사드 배치 등과 같은 박근혜 정부의 악랄한 정책들을 언급하면서, 자신들에게 “용돈”을 주는 재벌들의 편은 들어 주면서 국민에게는 항상 불통이었던 대통령을 규탄했다.

한국말이 다소 서툴러 영어를 섞어 발언을 했던 학생도 “이전까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민주주의가 없었다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마음이 안 좋았다. 지난 주 집회에 가서 차가 끊길 때까지 참여했다” 하고 발언했다. 마지막 자유발언을 했던 교육학과 박지수 씨는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여러 학생들이 이한열·노수석과 같은 선배 민주열사들을 언급하며 그들을 본받자고 발언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의 활동가들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총체적 부패 정권, 몸통은 박근혜다! 퇴진하라’는 내용이 담긴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학생들은 이 유인물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두 차례 열린 집회에서 현 정권에 대한 학생들의 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비단 최순실의 농단 외에도 박근혜 정부의 여러 악랄한 정책들에도 분노하고 있었다. 학내·외의 여러 집회에 학생들이 최대한 참가해 이 분노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도 이런 흐름이 더욱 확장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