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박근혜 퇴진 2차 범국민대회: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시위에 참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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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의 주최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이하 2차 범국민대회)에 20만 명이 참가했다. 광화문 광장은 물론 종로와 서울시청 일대가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가 몸통이다’, ‘사과 말고 퇴진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전국 곳곳에서 열린 집회까지 합하면 모두 3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최대 규모 인파가 집결해 들끓는 민심을 실감케 했다.
1차 범국민대회보다 규모가 커질 것을 걱정해 박근혜가 2차 대국민 담화 ‘쇼’를 하고, 경찰은 행진을 불허하겠다며 협박했지만, 책임 회피에 급급한 박근혜의 ‘사과 아닌 사과’는 대중의 분노에 더욱 불을 붙일 뿐이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부터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로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4시에는 이미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계단, KT 건물 앞 등 광화문 일대에 인파가 가득했다.
1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대열은 더 늘어나 광화문 사거리까지 가득 찼고, 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서울시청과 종로 쪽에서 대로를 가득 메우며 몰려와 장관을 이뤘다. 1차 범국민대회와 마찬가지로 말 그대로 남녀노소 모두 참가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나온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
2차 범국민대회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는 오후 2시부터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에는 1만여 명이 참가했고 민주당 문재인, 박주민, 박원순,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등이 참석했다.
여러 야당 정치인들이 추도사를 했는데, 그중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도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추도사를 하러 연단에 오를 때부터 박수가 쏟아졌다. 심상정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참담한 끝을 보이고 있다. 사필귀정이다. 온전한 생명 하나 죽음으로 내몰고도 죄의식 하나 느끼지 않는 정권이었다”고 비판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정권을 단호히 끌어내리겠다” 하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도사도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늘 이 집회에도 경찰은 소방수 사용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앞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정당하고 평화적인 집회를 진압할 목적의 소방수 사용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하자 큰 박수가 나왔다.
1부 집회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이어 오후 4시부터 시작된 2차 범국민대회에는 시작부터 이미 5만 명이 참가해, 광화문 광장뿐 아니라 주변 대로까지 가득 찼다. 집회 도중에도 대열은 계속 늘어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설을 매우 집중해서 들었고, 연설자들이 박근혜의 ‘2차 사과’와 4년간 저지른 온갖 악행들을 비판할 때 크게 호응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어제 대국민 사과를 듣고 기가 막혔다. 전국에서 국민들이 그렇게 외쳐대는데 이 나라의 수장이라고 하는 박근혜는 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권력, 비리, 부도덕함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 후손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기 있는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416가족협의회도 한 발 앞장서서 행동하겠다” 하고 말했다.
2시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시국대회를 열고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해 온 대학생 대표들도 연설했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이화여대에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 입학과 특혜가 문제가 돼 결국 최경희 총장이 사퇴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최순실은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온갖 활동에 개입해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비판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다. 국민은 결국은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 올 것이다” 하고 외쳤다.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대학 시장화 정책을 비판했다. “지금 서울대 학생들은 비민주적으로 체결한 시흥시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를 하고 있다. 시흥캠퍼스 계획은 박근혜 정부 고등교육 정책의 일환이다. 사회 전반의 문제들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을 착취하던 이들,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였던 이들, 대학교육 정책에서 경쟁과 팽창을 강요하며 대학 사유화와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해오던 자들, 그 뿌리를 끊어야 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캠퍼스에서 대학생시국회의를 만든 김무석 건국대 학생은 박근혜 정부에게 뇌물을 바치고 함께 노동개악을 추진한 재벌들을 비판했다. “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면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을 선물해 줬다. 이건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 정말 피해 본 것은 우리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등 부패의 덩어리를 침몰시키고 세월호를 인양하자. 박근혜는 퇴진시키고 노동자 청년 학생들의 희망과 미래를 인양하자.”
박근혜 퇴진 기독교 운동본부 상임대표 김경호 목사는 “어제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2년 전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눈물이 진실했는가? 어떻게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떻게 유가족들을 모욕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고 비판했다.
김경호 목사는 “재벌들이 수십~수백억 원을 뇌물로 바쳤다. 재벌들은 그들을 떠받드는 척하며 훨씬 더 큰 이권을 챙긴다. 이제 와서 피해자라고 하는데,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사드는 한국 방어용이 아니다. 사드는 우리를 지키기보다 위태롭게 하는 무기다” 하고 주장했다.
행진과 2부 집회
행진은 오후 6시부터 시작돼 ‘종로→을지로→명동→남대문→시청→광화문’으로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과 시청 방향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종로로 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행진 과정에서 더 불어난 대열은 20만여 명에 이르렀고, 행진 선두가 종로 3가에 이를 때까지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는 행진을 시작하려는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경찰은 2차 범국민대회 행진을 불허했으나, 전날 참여연대가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행진 바로 직전에 받아들였다. 다른 대규모 행진과 달리 2차 범국민대회에서는 경찰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경찰은 감히 행진 대열과 주변 시민들을 분리시키려 하지 못했다. 행진 대열이 나아갈 때마다 주변 차량들은 함께 경적을 울렸고, 주변의 시민들도 박수를 치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7시 30분경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온 대열은 2부 집회를 시작했다. 2부 집회가 시작됐는데도 행진대열이 서울시청까지 이어져 있었고, 뒤늦게 행진을 마친 대열은 광화문 사거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게다가 저녁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출입구에서 쏟아져 나왔다.
2부 집회에서도 연설자들은 최순실 게이트뿐 아니라 박근혜 4년의 온갖 악행을 비판했다.
성과연봉제에 맞서 40일 넘게 파업하고 있는 철도노조의 김영훈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오자 큰 박수가 나왔다. 김영훈 위원장은 “재벌들이 대가성 없이 선의로 돈을 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성과퇴출제, 쉬운 해고, 취업규칙 일방 변경, 쉬운 해고보다 재벌들에게 좋은 대가가 어디 있는가?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민자철도 계획을 내놓았는데 공공부문 민영화보다 재벌들에게 좋은 대가가 어디 있는가?” 하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너희가 불법이면 우리는 총파업이다” 하고 외쳐 큰 호응을 얻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황상기 씨도 연단에 올라 박근혜 정부와 유착한 재벌들을 비판했다. 황상기 씨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이다. “딸인 황유미가 23살에 백혈병으로 죽었다. 삼성은 5백만 원 보상해 줄 테니 끝내자고 했다. 삼성은 노동자들 죽음에는 돈 1천만 원 주겠다고 하지만 최순실에게는 수백억 원을 뇌물로 줬다. 정유라에게는 10억 원짜리 말을 선물했다. 용서할 수 없다.” 황상기 씨는 최근에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도 비판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삼성맨이었고 의료민영화 앞장서 추진한 자다.”
9시경 공식 집회가 마무리되면서 국민명령선언문을 외쳤다.
시민 자유 발언
2차 범국민대회 공식 행사가 종료되고 연단도 치워졌지만 많은 시민이 광화문에 남아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곧이어 시작된 뒤풀이 집회에도 1만여 명이 참가했다. 많은 시민들이 방송차 위에 올라 자유 발언을 이어 갔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이화여대의 김승주 학생이 방송차에 올라서자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김승주 학생은 “어제 박근혜가 우리 모두를 미치게 만드는 대국민 담화를 했다. 내 생애 가장 아까운 9분이었다”며, “어느 안전이라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가” 하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가 최순실 재단 모금을 했다는 특종이 터졌다. 박근혜 최순실에게 돈 갖다 바친 기업들도 한통속이다. 친기업 반노동 정책으로 받아먹는 게 있으니까 주는 것 아니냐. 피해를 본 사람은 오직 우리뿐이다. 세월호에 아이를 잃고 물대포에 아버지를 잃고 가난에 못 이겨 자기 목숨까지 포기해야 하는 우리만이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다. 박근혜는 눈물 흘릴 자격도 없다. 한 번만 더 울면서 봐 달라고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하고 말했다.
전교조 정원석 교사가 방송차에 오르자 주변 시민들은 “선생님”을 연호했다. 정원석 교사는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만은 아니다. 지난 4년간 박근혜가 한 온갖 악행이 이유다. 노동자 서민의 삶 파괴, 세월호 학살, 백남기 농민 살해, 고통 속에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 사드 배치로 불안정 심화. 나는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헬조선을 물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퇴진 투쟁과 박근혜가 벌인 악행을 무효화시키려는 투쟁이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자동차 노동자인 김우용 씨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박근혜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징역 5년 선고를 받고 구속 중이다. 노동개악 반대하고,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고, 청년 실업을 해결하라고 외친 것이 5년 형을 살아야 하는 죄라면 도대체 박근혜는 몇 년을 살아야 하는가” 하고 외치자, 주변의 시민들은 “무기징역”을 연호했다. 김우용 씨는 “2008년을 돌아보자. 그때 이명박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맙시다. 이번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다음 주에 더 많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총파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은 응원해 주고, 이 자리에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파업을 조직합시다” 하고 외쳤다.
중고등학생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밤 늦게까지 자유 발언을 이어 갔다. 시민들의 분위기는 본 집회보다 훨씬 더 격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