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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인터뷰:
“세월호 참사가 첫째 탄핵 사유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초반부터 박근혜 퇴진 운동에 앞장섰고, 그 운동을 상징하는 노란색 대열은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집회 현장에서는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 제일가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를 꼽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박근혜 퇴진 운동과 세월호 운동의 관계 등을 말한다.

△11월 1일 박근혜 퇴진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예은 아빠 유경근 씨. ⓒ조승진

12월 3일 박근혜 정권 퇴진 시위대가 청와대 1백 미터 앞까지 행진했습니다. 이 행진의 맨 앞에 세월호 유가족 수백 명이 있었는데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촛불 운동의 힘을 느꼈고 시민들과 함께 행진할 때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론 청와대에 1백 미터 가까이 간 것만으로 이토록 감격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최순실 특검’도 ‘세월호 7시간’을 다루겠다고 밝혔는데요.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최순실 특검’은 세월호 참사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유가족들)가 원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수사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특검이 강제력을 동원해서 진실의 단서들을 최대한 밝혀내길 바라고, 그것을 통해 책임자 처벌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으면 합니다.

유가족들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단순히 박근혜가 그 7시간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7시간 동안 왜 해야 할 일을 안 했냐는 겁니다.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부터 말단 해경까지 어느 누구도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고, 구조된 선원이나 승객들에게 내부 상황을 묻지 않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구조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뜻입니다.

최근 폭로된 내용을 보면 박근혜는 7시간 동안 미용사를 두 번이나 불러 머리를 만졌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박근혜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다음에는, 정작 해야 할 일을 뒷전에 제쳐 둔 그 이유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의 7시간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은 박근혜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참사가 포함된 것을 비난합니다. 탄핵 사유에 세월호 참사가 꼭 포함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 탄핵 사유에 명시된 것들은 모두 심각한 범죄입니다. 그중에서도 세월호 참사는 특히 중대합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직접 앗아간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두말할 것 없이 탄핵 사유일 뿐만 아니라 처벌 사유입니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살인죄와 다름없는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탄핵 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말도 안 됩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강제 종료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새로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특조위는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기구였지만 사실상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특조위가 제구실을 못하고 강제 해산된 데에는 진실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그에 맞설 수단이 없었다는 것 또한 결정적 문제였습니다. 사실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고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주장했고,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되자마자 그것이 지닌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2기 특조위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제한적 조사권 강화로는 안 됩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더는 양보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특별법 제정을 위해 더민주당 등 야당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까?

더민주당은 “세월호를 얘기하면 선거에서 표가 안 된다”며 유가족들의 뜻을 끝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탄핵 사유나 특검의 과제에서 세월호 문제를 놓고 동요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촛불 운동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첫째 탄핵 사유가 바로 세월호 참사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줬습니다. 이번 거대한 촛불 운동 때문에 야당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았어요. 유가족들도 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합니다.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쁨의 눈물을 터뜨렸다. ⓒ사진 제공 〈노동과 세계〉

김기춘의 세월호 인양 불가 지시가 폭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는데요. 현재 인양 상황은 어떤가요?

김기춘이 인양은 안 된다고 지시한 2014년 10월, 해수부는 수중 수색 지속을 원하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수색을 중단하고 선체를 인양해 미수습자를 수습하자’고 설득했습니다. 아예 인양 시도조차 안 할 수는 없으니 시늉만 하면서 사실은 희생자 가족들을 속였던 거죠.

해수부는 오늘도 인양 공법을 바꿨습니다. 벌써 세 번째예요. 정부는 제대로 된 검토도, 계획도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해수부가 인양 공법을 발표할 때마다 허점을 지적하고 보완을 요청했지만 늘 묵살당했어요. 하지만 결국 유가족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현실이 됐고, 지금까지 인양은 계속 실패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4월에는 인양이 될 거라고 하는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 말을 믿고 싶으면서도,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것일까’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세월호 운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요?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시작되면서 세월호 관련 언론 보도가 참사 초기에 맞먹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고양돼 있다는 게 정말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단편적인 사실 관계들만으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인 진실을 밝히려면 ‘왜’를 물으면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누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어떤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지 파헤쳐야 합니다. 앞으로 박근혜의 죗값을 묻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명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정리 김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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