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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도착한 사드:
중국의 경제 보복 ― “사드 철회가 유일한 해답이다”

3월 6일 기습적으로 사드 일부 체계(발사대 2기)가 경기도 평택시 송탄동의 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주한미군은 이를 영상으로 찍어 공개해 버렸다. 레이더를 포함한 나머지도 조만간 속속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그래서 이르면 4월에 작전 운용이 가능하다. 이른바 ‘사드 알박기’다.

사드 배치는 중국이 한국에 대응 수위를 높여 오던 때 시작됐다. 이 와중에 미국과 황교안 내각은 배치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중국에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이다. 또한 새 정부 취임 전에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드 배치 시작을 두고 이렇게 논평했다. “미국 미사일방어망이 남한과 중국 사이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이 사드 배치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서, 한반도의 하늘은 이제 완전히 바뀌게 됐다. 한·미·일의 통합 미사일방어체계(MD) 하에 사드, 패트리엇 미사일, SM-3가 노려보는 곳이 돼 가고 있다. 9일 KBS는 한국과 미국이 연합 미사일사령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합 MD 운용이 가시화함에 따라 한·일 군사동맹의 시대도 눈앞에 와 있다.

거기에 현재 거론되는 미국 전술핵 배치까지 이뤄진다면, 그 즉각적인 물리적 위험의 범위는 단지 성주·김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될 것이다.

“대국주의”

사드 배치가 진행되면서 중국이 경제 제재에 본격 착수했다. 중국의 우선 타깃은 롯데그룹이다. 3월 9일 현재 중국 당국의 영업 정지 조처로 롯데마트 중국 매장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앞서 중국 당국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계열사 10여 곳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선양의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를 중단시켰다.

중국의 제재 조처는 유·무형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조처에 이어 비관세조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012년 댜오위다오(센카쿠) 분쟁 당시 일본이 중국한테 이와 비슷한 일을 당했다. 그래서 미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그룹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 제재는 자유무역과 경제의 상호의존성 증대가 국가들의 갈등을 제어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상식이 오류임을 보여 주는 가장 익숙한 사례가 될 듯하다.

중국의 대응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박근혜 정권과 우익은 사드를 배치해도 중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타격이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황교안은 “한·중 관계는 고도화돼 쉽게 경제 보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실제 피해가 생기자 이제 우익은 ‘중국의 오만한 대국주의(중화주의)가 문제다’, ‘치졸하다’ 하고 성토한다.

그러나 한국의 우익이 중국의 대국주의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오만하고 위험한 ‘대국주의’ 국가인 미국을 더욱 가까이 끌어들이고서 말이다.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고, 한국은 그 제재의 가장 충실한 협력자다. 지금도 미국과 한국은 김정남 피살을 놓고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최근 미국은 미국의 북한·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중국 통신장비 기업 ZTE에 11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외교·안보 문제에 경제 제재를 동원한다는 점에서, 미국·한국이 중국을 비난하는 건 한낱 위선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권은 중국의 경제 제재가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묵살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박근혜 정권이 자초한 일인 것이다. 중국의 제재가 확대돼 대중이 피해를 본다면,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사드 배치가 눈앞에 왔는데도 주류 야당들은 사드 반대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재명·심상정을 제외한 대선 주자들은 사드 배치 반대를 밝히지 않는다. (물론 이재명은 중국의 경제 제재에 대해 “사드 철회가 유일한 길이고 해답”이라고 명확하게 밝혔지만,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완성을 사드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특히, 문재인은 이 와중에도 ‘외교적 노력과 국회 비준 동의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내 1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지적하는 이런 문제가 있다. “맥락상 이 발언은 본인 집권시에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되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외교적 노력으로 풀고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회 비준 동의는 차기 정부도 사드 배치에 찬성할 때 성립할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일보〉 등이 ‘문재인 측도 내심 집권 전에 사드 배치가 완료돼 부담을 덜기를 원하지 않냐’고 힐난하는 것이다.

국민적 단결?

〈조선일보〉는 중국의 경제 제재가 “우리 내부 분열”을 노린다며 사드 문제를 놓고 국민적 단결을 촉구한다. 그리고 롯데 측의 사드 부지 제공을 반대한 시위를 두고 중국 정부 측이 좋아할 일이라는 뜻에서 “중국 땅에서나 있을 법한 롯데 공격”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국민적 단결은 단순한 신화다. 한국의 우익은 박근혜의 명백한 헌법 위반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세력이다. 게다가 제국주의는 국민 내 좌우 갈등을 더 불가피하게 만드는 동인이다.

박근혜 정권과 우익은 한미동맹을 강화해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국의 국가 지위를 높이는 것이 국민에게 막대한 이익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은 그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기는커녕 한반도 긴장 증대에 따른 각종 희생과 부담(군비 증가에 따른 복지 희생, 병역 의무, 안전 위협 등)을 떠안는다.

중국의 경제 제재로부터 ‘우리’ 경제를 지키자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와 기업주들은 ‘강성 노조 때문에 중국으로 사업을 이전하겠다’고 걸핏하면 협박하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했다.

롯데는 불황 중에도 국내외에서 백화점 매장을 늘려 왔고, 호텔롯데는 중국 관광객 덕분에 지난해 면세사업에서 영업이익 3천9백억 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2015년 근로계약서도 없이 10년 넘게 백화점에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숨졌을 때 롯데 측은 ‘우리 직원 아니다’ 하며 매몰차게 외면했다. K스포츠재단에 바칠 70억 원은 아까워하지 않은 롯데가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롯데인가?

사드 반대 운동은 중국의 “대국주의적” 행태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지배자들의 위험천만한 친군국주의적 정책에 항의하는 것이다.

그 운동이 효과를 높이려면 오히려 “우리 내부 분열”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가 한반도에 보낸 치명적 무기,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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