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없는 봄의 첫날’ 20차 촛불:
탄핵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3월 25일에 다시 모이자!
〈노동자 연대〉 구독
오늘 본대회 후 청운동 길 청와대행 행진의 선두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방송차가 섰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 곳에 처음 온 것이 3년 전 5월 9일 새벽이었다. 제발 자식들이 죽은 이유라도 알게 해달라고, 경찰과 공무원들이 도통 우리를 무시하니 대통령이 우리 얘기라도 좀 들어달라고 하소연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주인의 손님맞이는 방패와 곤봉을 앞세운 경찰 부대와 차벽이었다. 가족들이 땡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청와대 앞을 못 떠나던 그 시각에 청와대의 주인은 “이번 사고로 인해 서민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사회 분열”이 경제 회복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청와대의 주인은 그 자격을 잃었다. 진작에 자격 없음이 드러났지만, 그를 파면해 청와대의 주인 자리에서 쫓아내는 데, 몇 년이 걸렸다.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은,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 주겠다고 나선 1천6백만 촛불 민중을 응원부대 삼아 오늘 청와대 앞에 섰다. 그리고 주인 자격으로 범죄자 박근혜에게 어서 남의 집에서 나오라고, 빨리 감옥에 가라고 외쳤다.
이런 정치적 변화가 일어난 것은 대부분이 노동계급 구성원인 민중이 스스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권과 우익의 반격을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그런 완강한 투쟁으로 근래 가장 악독한 통치자를 끝장내 버렸다. 헌재의 탄핵 사유에 세월호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지만, 거꾸로 헌재의 그런 보수적 판결은 그들이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박근혜를 파면했음을 보여 준다. 우리가 해냈다!
이 감격스런 일을 축하하고,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다짐하러 오늘 전국에서 70만 명, 서울 광화문광장에 65만 명(연인원, 주최측 발표)이나 모였다. 오늘 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승리했음을 잘 안다. 그래서 행진에서 “우리가 해냈다. 박근혜는 끝났다. 우리가 끝냈다” 하는 구호가 사람들의 목을 매게 한 것이다.
날씨도 좋았다. 올해 들어 가장 따듯하고 화창한 날이었다. 청와대행 방송차 사회자의 말처럼, 박근혜가 가니 거짓말처럼 봄이 왔다. 본대회 시작 전부터 광화문광장은 흡사 봄 축제를 즐기러 나온 것 같은 분위기로 채워졌다. 다시 아이들 손을 잡고, 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가족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우리가 해냈다’며 곳곳에서 감격해 했다.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한 표정들이었다. 행진에서는 춤을 추는 사람도 많았다. 오늘 하루만큼은 걱정을 잊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축제를 즐기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날이었다. 쌓인 분노가 컸던 만큼 감격도 크고, 박근혜와 우익의 저항이 격렬했던 만큼 승리의 값어치도 크다.
악독하기 그지없는 정권을 몰아낸 승리감 때문에 광장에는 우애와 연대감이 넘쳤다. 자원봉사단, 방송차 등 주최측 요원들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탈핵 서명, 노란봉투법(노조 파업에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자는 법) 청원 서명, 백남기 특검 입법 청원 서명,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촉구 서명, 세월호 분양소 등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떡과 국수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축하와 안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헌재 탄핵(파면)으로 박근혜가 끝장났음에도 오늘 이만큼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님을 역사적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 본대회와 행진에서 호응이 가장 큰 구호는 “박근혜를 구속하라”였다.
그리고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지키다가 이제는 ‘박근혜가 쫓겨난 박근혜 정부’를 지키는 황교안도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박근혜의 적폐 정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고 꼼수를 부려 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노동 개악 폐기, 사드 배치 철회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안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헌재 결정 승복 발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불복하고 있다. 우익의 불복 시위를 촉구하는 것일까? 이런 일들 때문에 오늘 청와대 방향, 종로를 중심으로 한 도심 행진들은 흥겹기도 했지만, 수만 명이 열기를 분출하며 행진했다.
앞으로 우리에게 꽃길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지배계급과 우익이 민중의 정치적 우위와 자신감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전처럼 ‘때리는 몸짓만 해도 움츠러드는’ 그런 주눅든 사람들이 아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격렬한 쟁투 끝에 큰 정치적 승리를 거두고 사기가 오른 민중은 더 많은 권리를, 더 많은 정의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행동하고 싶어 할 것이다.
3월 25일에 다시 모이자. 1천6백만 촛불은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박근혜 없는 봄을 불러 왔고, 박근혜를 끝장내고서 세월호 3주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제는 적폐 청산의 약속을 지키자.
[인터랙티브] “박근혜는 퇴진하라!”, 133일의 기억
꼭 봐 주세요!
행진
본대회 마지막에 폭죽을 터뜨린 참가자들은 청와대, 삼청동 총리공관, 종로 일대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로 가는 행진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앞장섰다. 그간 정권의 박대에 시달리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제는 청와대 앞으로 나아가 ‘범죄자 박근혜 나와라’ 하고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유가족들에 뒤이어 출발하려는 방송차에서 진행자가 “이 차는 청와대로 갈 것입니다” 하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이 행진을 고대하고 있었다.
청와대로 가는 청운동 길은 촛불들로 가득 찼다. 행진 대열은 청와대 인근에서 경복궁 역 근방에 이를 정도였다. 도로는 인산인해를 이룬 데다가, 인도마저 행진 참가자들의 차지였다. 엄청난 인파였다. 그 옆의 효자동 길도 인파로 꽉 찬 것은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방향의 행진만큼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최고조에 오를 때에 버금갔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 하나에는 승리감과 해방감이 담겨 있었다. 4년 동안 참아 온 분노를 터뜨려 마침내 우리의 힘으로 독재자의 딸을 권좌에서 끌어 내렸다. 행진 대열 앞에 선 방송차에서 나오는 노래를 사람들이 따라 부르자, 마치 잔치 한마당 같았다.
한 방송차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두어 번 틀었는데, 시의적절한 선곡인 것 같았다. 본지 취재기자가 행진 중에 우연히 들은 한 부녀의 대화는 긴긴 겨울을 보내고 화창한 봄을 맞는 우리의 정서를 잘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아빠: (큰 소리로) “봄이 왔다!”
아이: “아빠, 봄이 뭐야?”
아빠: “지난 겨울에 사람들 엄청 힘들었거든. 그래서 나쁜 할머니를 쫓아냈어.”
이 승리의 순간을 영원히 담아 두려는 듯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 촬영을 하거나,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말이지, 오늘 거리는 노동자들과 천대받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승리를 만끽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압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구호는 단연 ‘박근혜 구속’이었다. “박근혜를 체포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 나와라, 감옥으로” 구호가 계속 울려 퍼졌다. 도로변 치킨 가게에서 일하던 한 여성이 행진 대열이 지나가자 가게에서 뛰어나와 ‘박근혜 즉각 구속하라’ 손팻말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은, 대중이 탄핵 이후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를 보여 주는 듯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너는 파면됐다”, “우리가 해냈다. 박근혜는 끝났다. 우리가 끝냈다” 구호도 인기였다.
청와대 앞에서 방송차 마이크를 잡은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청와대에서 버티는 박근혜를 강하게 규탄했다.
“[박근혜는]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형편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의왕시[서울구치소]가 있습니다. 방 한 칸 비워 두라고 얘기해 두겠습니다. 청와대 무단 점거로 퇴거불응죄라는 또 하나의 범죄가 성립하니, 당장 방 빼라!”
청와대 쪽 행진 대열이 다시 방향을 돌려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다가 황교안이 일하는 정부종합청사 건물을 지났다. 그때 방송차 진행자가 ‘황교안이 우리더러 광화문을 떠나라고 했다’ 하고 말하니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어서 방송차에서 ‘박근혜 날린 힘으로 황교안도 날리자’고 외치자 크게 환호했다.
종로 방면의 행진도 청와대 행진 못지 않게 대규모 행진이었다. 행진을 시작하자마자, 촛불들이 넓디넓은 도로를 점령했다. 종로를 향하는 세 번째 방송차가 막 광화문광장에서 종로로 접어들었을 때 첫 번째 방송차는 이미 종로2가를 한참 지나쳐 있었다. 그때 마지막 네 번째 방송차는 광장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상태였다.
종로에서 촛불들은 여유 있게 행진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행진 대열의 맨 끝에 대학생들이 많았는데, 그 대학생들이 활기차게 행진하고 방송차 위의 학생이 지나가던 사람들도 함께하자고 호소하자 인도에서 행인들이 도로로 나와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박근혜 구속’ 구호가 온 종로 거리에 울렸다. “1라운드 승리했다”, “적폐를 청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근혜 나가고 사드도 나가라” 구호도 목청껏 울려퍼졌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자신감으로 박근혜 정권의 유산을 일소하는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박근혜의 공범인 재벌 총수들을 구속하라는 구호도 인기가 좋았다.
방송차들에서는 종로와 을지로를 지나며 여러 노래를 틀었다. 그 중에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같은 노래도 있었다. 그런 노래에 맞춰 청년들이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흥겨워 보였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제곡인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도 감동적이었다. (이 노래는 청와대 방면의 행진 방송차들도 틀었다.) 2012년 대선 직후 박근혜 당선으로 상실감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혁명을 다룬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 그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받았는데, 2017년 3월 거리에서 사람들은 혁명을 기리는 노래를 들으며 환희를 만끽했다. 노래 가사처럼, 분노한 민중이 싸워 마침내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 여운을 즐기려고 사람들은 행진 후에도 본무대에서 콘서트를 보며, 광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술잔을 기울이며 밤늦게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본 대회
박근혜가 파면 당하고 봄이 온 밝은 날씨에 광화문 광장은 1부 행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환한 승리의 미소를 띄운 참가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박근혜 파면의 진정한 동력”이었던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치며 행사를 시작했고 광장 가득 승리의 기운이 흘러 넘쳤다. 그러나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광장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듭 울려 퍼졌고 큰 화답을 받았다.
12년 째 정부의 핵발전소 설립에 맞서 온 밀양 주민(부북면 평밭마을) 한옥순 할머니가 “민심은 천심이다. 우리는 해냈다! “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이 쌍수를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핵발전소는 없어져야 합니다. [한국전력과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 나라는 전기가 안 모자랍니다. 한전하고 박근혜는 전기 모자란다며 경찰 3천 명을, 할매 10명 잡으려고 경찰 3천 명을 동원”했다며 정부의 거짓과 탄압을 폭로하고 투쟁을 지속할 것을 결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에 당찬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던 유세은 청소년은 이번에도 날카로운 발언으로 호응을 받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도 명백한 탄핵 사유라며 "야당도 정신 차리고 적폐 청산을 위해 계속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근혜와 함께 반드시 사라져야 할 적폐 중 하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일 것이다. 2004년부터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워온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은 철도공사와 국가의 탄압을 절절하게 폭로하자, 참가자들도 진지하게 경청했다.
"대법원에서[는] 패소했습니다. 승소로 받았던 월급을 모두 철도공사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랑하는 내 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그러나 어제] 박근혜가 파면됐습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믿어보려 합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에 함께해 주십시오. 이제 5살이 된 그 딸아이에게, [너희] 엄마는 정당했다, 엄마는 옳은 일을 했다 [하고] 전해 주고 싶습니다."
그의 결의를 듣고 곳곳에서 ‘힘내라’고 소리쳐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1백 53일째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해 본관 점거를 이어온 서울대 점거 농성 학생의 발언했다. 분노스럽게도 학교 당국은 오늘 새벽 농성장을 침탈했다. 박근혜 파면으로 온 국민이 기쁨에 젖은 틈을 노린 것이다. 박근혜 파면에 대한 화풀이 반격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방승현 사회대 부학생회장은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서울대학교에도 있음을 폭로했다.
“오늘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된, 학교 직원들의 본부 침탈에 대해 맞서다가 이 자리에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 서울대학교에도 박근혜 정권의 손길이 뻗쳐 있습니다.
"먼저, 현 서울대학교 총장 성낙인은 원래 구성원들[의] 투표에서 2등을 했던 2순위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친박 재단[이 소유한] 영남대[학교]에 오래 재직했던 ‘빽’이 너무나도 좋았던지, 박근혜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는 이사회가 제멋대로 역임했습니다.”
그는 서울대 학생들이 그동안 “친박, 친정권 인사로 가득한” 이사회에 맞서 싸워왔으며, 앞으로도 박근혜 비호 세력인 이사회와 박근혜의 대학 정책에도 맞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고 큰 박수를 받았다.
2부 첫 연사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인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었다. 그가 “1천6백만 촛불 시민 여러분, 마침내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하고 외치자 또다시 승리의 사자후가 광장을 흔들었다.
그는 박근혜를 지칭할 때마다 꼬박꼬박 그 앞에 “범죄자”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근혜의 여러 탄핵 사유들이 인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서 “어제 헌재의 판결문은 우리 촛불에게 준 큰 선물이었지만 아쉬움도 많”다며, “헌재가 아직 못한 것을 우리 촛불이 다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투쟁을 계속 하자고 당부했다.
퇴진행동의 공동대표인 그는 퇴진행동의 진로에 대해 결정한 것을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오는 3월 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4월 15일, 이곳 광화문에서 촛불을 다시 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대선 기간 국정원 등이 불법 선거개입과 황교안 세력의 편파적 개입이 발생할 시 다시 촛불[을] 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람들은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퇴진행동의 김광일 집회기획팀장이 황교안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제 황교안이 뭐라고 얘기했습니까? 우리보고 광장을 떠나랍니다. 우리의 대답은 이것입니다. 너나 총리 공관을 떠나라, 우리는 광장을 지킬 것이다.” 그는 박근혜 구속과 황교안 퇴진을 위해 3월 25일 다시 광장에 모이자고 호소했다.
박근혜가 파면 당하는 와중에도 트럼프와 황교안은 사드를 배치하려고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임순분 성주 소성리 부녀회장은 지금 성주는 ‘농사 지으러 갈 때도 신분증 들고 검문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드는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절대로 광화문의 촛불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끝까지 평화를 위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저희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해 주십시오.”
이 호소에 광장의 호응도 컸다. 그런데 사회자가 사드 철회를 요구한 발언 바로 뒤에 사드 재검토하라는 구호를 꼭 외쳐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마지막 발언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연단에 올랐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구호는 오늘 내내 울려 퍼졌지만 앞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 있자 마치 증폭기라도 단 것처럼 더 크게 울려 펴졌다.
“수진 아빠” 김종기 4.16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어제 저희 가족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과에 박근혜 정부가 끝장났다는 한편의 기쁨과 세월호 참사 7시간이 인용이 안 됐다는 허탈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서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기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더 행동할 것”이라며 “반드시 제2의 특검을 구성하고 박근혜를 조사해서 세월호 7시간의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 하겠다고 당부하며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열리는 4월 15일 촛불 집회에 많이 와 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민중가수들도 “우리는 박근혜 파면 그 이상을 원합니다” 하고 계속 투쟁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의 힘으로 되찾은 이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단 뿐 아니라 광장의 사람들이 함께 부를 때에는 대단한 장관이었다. 여기저기서 동영상으로 그 장면을 담았다.
[사전 대회] ‘핵 없는 세상, 블랙리스트,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약속’
3월 11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벌어진 지 6년이 되는 날이다. 종로를 지나 광화문 북단까지 행진해 들어오는 수백 명의 퍼포먼스 대열이 주변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월성 1호기 폐쇄하라”, “핵 재처리 단지 중단”,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이주 대책 수용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커다란 핵발전소 모형, 끔찍한 재앙의 위험을 표현한 해골 바가지 소품들이 있었다. 또한 방독면과 방진복을 착용한 사람들, [‘월성 1호기 폐쇄 나비 행진’ 측에서 준비한] 날개 옷을 입은 아이들 그리고 월성 핵발전소 1호기 주변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도 있었다. 월성 지역 주민들이 소개되자 주변 사람들이 큰 소리로 응원과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광화문 본무대에서 공연이 시작됐을 때 이미 2천여 명이 자리에 앉아서 집회에 참가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로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이 올라왔다. 유흥희 분회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6주기인 오늘, 그 충격과 고통이 여전한데 일본과 한국 모두 핵발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그리고 핵발전소에서 위험한 업무들이 비정규직에게 떠넘겨지고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또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주의일 수 없다며, 4월 22일에 열릴 노동자·시민 대행진에 많이 참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대통령 얼굴만 바뀌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존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발언을 마치자, 이미 7천여 명 정도로 빠르게 늘어난 대열에서 박수가 나왔고 곳곳에서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적힌 세월호 풍선이 흔들렸다. 그 때 수십 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이 노란 깃발을 띄우고 대열 맨 앞으로 들어왔다.
무대 오른쪽 도로를 가득 채운 퍼포먼스 대열도 계속 늘어났고 다양한 탈을 쓰고 탬버린을 치는 사람들이 박근혜 파면의 기쁨을 나눴다. 헌법 조문들을 낭독하는 공연을 끝으로 사전대회가 마무리됐다. 따뜻한 날씨, 축제 같은 분위기에 “촛불 승리” 손팻말을 든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이밖에도 사전 행사들이 많았는데,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연 정의당의 정당연설회가 단연 주목을 받았다. 1천여 명이 계단과 그 주변을 채우고,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 등 정의당 정치인들의 연설을 경청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제 박근혜 파면 하나가 이뤄졌을 뿐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청산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대안도 필요하고, 촛불의 힘도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장의 목소리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퇴진행동을 대표해)
“1천6백만 촛불 시민 여러분! 마침내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무려 1백33일, 20주 동안 촛불 광장을 지켜온 촛불 시민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압도적 민심으로 박근혜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던 국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재의 만장일치 파면 선고를 이끌어 낸 것은 촛불 정치였고, 광장의 승리였습니다.
“범죄자 [박근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열다섯 글자에는 1천6백만 촛불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304명 억울한 희생자의 죽음과 가족들의 피눈물이 그대로 새겨져 있습니다. 물대포에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 지금도 감옥에 있는 한상균 위원장, 박근혜 정권에서 탄압과 고통을 받아왔던 수많은 노동자, 농민, 민중들의 고통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제 헌재의 판결문은 우리 촛불에게 준 큰 선물이었지만 아쉬움도 많습니다. 뇌물을 준 재벌들을, [헌재 판결문은] 재산권과 경영자율권을 침해 당한 피해자로 규정했습니다. 이것은 결코 [진실이] 아닙니다. 박근혜-김기춘이 언론[의] 자유[를] 농락한 범죄에 대해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가로막은 범죄에 대해서 박근혜의 책임을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끝낼 수 없습니다. 헌재가 아직 못한 것을 우리 촛불이 다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위대한 역사적 항쟁의 승리를 자축하는 큰 박수와 함성 부탁드립니다.
“박근혜를 지금 당장 청와대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박근혜를 구속하고, 범죄의 온상 청와대를 압수수색 해야 합니다. 재벌 총수들과 우병우도 구속해야 합니다. 범죄자를 끝까지 비호하는 황교안도 내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촛불이 꺼지는 순간 다시 저들만의 세상, 저들만의 정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달려 왔습니다. 조금 더 힘을 내서 더 달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57년 만에 대통령을 퇴출시킨 위대한 민중의 힘[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좀 더 갈 수 있겠습니까?
“어제 퇴진행동 대표자들은 앞으로 촛불 [운동의] 계획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 구속과 황교안 퇴진, 공범자 처벌 등 적폐 청산의 요구를 들고 국민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매주 촛불집회는 하지 않지만, 오는 3월 25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4월 15일, 이곳 광화문에서 촛불을 다시 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대선 기간 국정원 등이 불법 선거개입과 황교안 세력의 편파적 개입이 발생할 시 다시 촛불[을] 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시민 여러분, 퇴진행동의 결정, 동의해 주실 수 있습니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촛불은 개혁을 요구합니다. 최저임금 1만 원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 재벌의 독재를 끝내고 평등한 세상을 요구합니다. 끝까지 국민들과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김광일 퇴진행동 집회기획팀장
어제 우리가 촛불의 명령 제1호, 박근혜 탄핵, 파면을 이뤄냈습니다. 1라운드에서 우리가 완승한 것 아닙니까?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까? 10월 29일 첫 촛불 때부터 무려 134일, 1년 중 3분의 1일 촛불을 들고 눈비를 맞으며 계속 싸웠습니다. 그것이 원동력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그 어렵다던 1백만 시위를 다섯 차례나 이뤄 냈습니다. [박근혜 파면은] 연인원 1천6백만 명,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1년의 3분의 1 기간 동안 싸워서 이뤄낸 승리 아닙니까?
야당이 갈팡질팡 우왕좌왕 게걸음칠 때, 12월 3일, 2백만이 횃불 들고 거리에 나왔습니다. 우리가 국회에서 탄핵[하도록] 만든 것 아닙니까?
촛불 집회를 헤아려[돌이켜] 보니, 이곳 무대와 방송차에 거의 1천여 명이 올라와 발언했습니다. 우리가 참 할 말이 많았죠? 박근혜 4년 동안 켜켜이 쌓여 있었던 분노와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생존 학생들의 그 뜨거웠던, 그 안타까웠던 만남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절한 사연과 투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 청년, 노년 들이 [품은] 불만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런 정권의 적폐들을 깨끗이 청산해야 우리가 완전히 승리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 광화문은 축제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두 팔 걷어 부치고 무려 백여 팀이 이곳에서 공연하며 촛불을 응원했습니다. 그분들에게도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곳 광화문을 지키는 데, 드러나지 않지만 큰 기여를 하신 분들을 특별히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보실 수 없는 분들입니다. 무대를 쌓고, 음향을 담당하시는 50여 명의 무대팀원들에게도 뜨거운 박수 부탁 드리겠습니다.
광화문의 결론은 무엇입니까? 모이자, 싸우자, 그러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그것 아닙니까 여러분?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 광장을 지켜야 합니다. 박근혜가 지금 침묵 시위하며 농성하며 청와대에 있습니다. 박근혜가 있을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감옥 아닙니까? 어제 황교안이 뭐라고 얘기했습니까? 우리보고 광장을 떠나랍니다. 우리의 대답은 이것입니다. 너나 총리 공관을 떠나라, 우리는 광장을 지킬 것이다, 맞습니까?
3월 25일에 다시 이 곳 광장에 모입시다. 박근혜 구속과 황교안 퇴진을 위해 다시 모이실 수 있겠습니까?
이곳 광장에서 우리는 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광화문에서만 거인이어야 하겠습니까? 대학과 작업장과 지역에서 우리 모두 거인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곳곳을 광화문으로 만듭시다. 광화문처럼 싸워 승리합시다.
임순분 성주 소성리 부녀회장
“반갑습니다. 저는 사드가 배치된다는 성주 소성리 마을 주민입니다. 어제는 정말 주민들에게 있어서 정말 기쁜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을 주민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서 케이크도 자르고 만세도 불렀습니다. 그러나 그 만세는 팔이 절반만 올라갔습니다. 이 사드가 완전히, 온전히 물러난다는 그날, 저희 소성리 마을 주민들은 힘차게 팔을 높이 들 것입니다.
“끝까지 버티던 박근혜가 결국 탄핵됐습니다. 이제 청와대에서 감옥으로 가면 됩니다, 그렇죠? 1년 전만 해도 제가 박근혜를 그다지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박근혜를 이렇게 미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착하고 평화롭게 살던 성주에서 제가 왜 박근혜를 미워하게 됐을까요? 바로 사드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탄핵된 것처럼 이제 사드가 탄핵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여 명 남짓 사는 저희 마을에 경찰과 군인 1천5백 명이 들어와 우리를 노려봅니다. 27일날 롯데가 사드 부지를 국방부에 넘겨 주던 그날, 다음날 새벽 4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군인들 4백여 명이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고 천 명이 넘는 경찰관들이 호스를 줄줄이 모조리 동원해서 저희 마을 앞길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밖에 가고 싶어도, 논에 가고 싶어도, 일을 하러 가야 되는데 경찰이 막아서서 그냥 보내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골프장 부지, 사드가 배치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거기에 농사지으러 들어 갈 때도 이들의 불심검문도 받아야 되고 신분증도 제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농민들이 농사지을 때[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들판으로 달려나가는데 언제 신분증을 지참하고 다녔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신분증을 들고 가서, 이제까지 마음 놓고 농사를 짓던 곳에서 일일이 경찰관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다녀야 한다는 게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드를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3개월 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저는 군사도 무기도 잘 모르는 시골 아낙입니다. 그렇지만 사드가 나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전세를 계약해도 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찍습니다. 그런데 사드를 성주 땅에 들어 오는데 아직까지도 계약서를 본 사람조차 없답니다. 그럼 원천 무효 아닌가요?
“예, 이제 대통령 선거를 발표한다는데 대통령이 되려면 불법적으로 강행되는 사드부터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을 탄핵해야 되죠? 국민 여러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6대 적폐 청산 중 하나도 제대로 해결된 게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광화문에서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촛불들을 광화문에서 밝혀 주시고 국방부를 압박하고 국회를 압박해서 국회의원들, 국방위원들 저희 소성리 마을에 내려와서 조사를 해야 됩니다. 정말 법대로 국방부에서 실천하고 있는지를, 이런 것들을 모두 와서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드는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절대로 광화문의 촛불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끝까지 평화를 위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저희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해 주십시오.
“그리고 광고 하나 하겠습니다. 3월 18일날 성주에서 ‘평화 발걸음’ 행사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 여러분들이 많이 많이 참석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제가 오늘까지 [촛불 집회를] 개근했습니다. 오늘 스무 번째로 광장에 나오려 하니까 … 대통령도 파면 됐는데 굳이 나갈 필요가 있나, 오늘 상황도 혼란스러울[수 있을]텐데 정치인이 괜히 [집회 나]가서 자극할 필요가 있나, 특히 대선 주자가 [나가면 안 되지 않겠나] 이런 말씀들을 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여기 왜 나오셨습니까?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내 삶이 달라져야 승리다 [하고] 외쳤던 [취지인], 그 새로운 삶, 새로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일궈 나갈 것인가[를] 누구와 상의해야 하겠습니까?
“새로운 삶, 새로운 대한민국은 정치인 몇 명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 바꾼다고 해서 그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누가 같이 만들어야 되겠습니까? 지난 5개월 동안 1천5백만 개 촛불을 들어서, 60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불의한 정권을 끌어 내리고, 부패한 정경유착을 [저지른] 재벌 총수를 구속시킨,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의 책임을 완수해 주신 여러분이 있어야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 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된 것 이외에는 [아직]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안 나오고 ‘밤새 청와대에 촛불이 켜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 그 동안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헌정 유린 세력들이 해 왔던 여러 행태를 볼 때, 밤새 청와대에 촛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나] … 저번에 압수수색[기회]도 봉쇄되지 않았습니까? 밤을 하얗게 새우며 어떤 서류가 파쇄되고 어떤 자료가 파기되는지 국민들은 상상했을 겁니다. 그런 상상을 하게 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 검찰에 요구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국금지 시키고, 그 동안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택사항처럼 돼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차질 없이 … 국민의 뜻 받들어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랍니다. …
“[박근혜의 악행에 대한] 진상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 해방 이후에도, 민주화 이후에도 친일의 역사, 독재의 역사를 한 번도 제대로 청산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눈 감아 주고 했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까지 온 것 아닙니까? 이번에야말로, 이 뿌리 깊은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분명히 책임을 물을 때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지 않습니까?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 광화문 네거리에[서 농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노동자들의 땀으로 일군 돈으로 정유라에게 말 사 주고 수십억 수백억씩 갖다 바친 재벌 총수들[에 대한] 수사도 다 되지 않았잖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먹고 살겠다고 고단한 몸 이끌고 일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 어떻게 나아지게 할 지 아직 시작도 못 하지 않았잖습니까?
“정치권의 힘만으로는 안 됩니다. 촛불의 힘이 필요합니다. … 이 촛불이 이제는 지역으로, 직장 안으로, 가정 안으로[도] 들어가야 합니다. 광장에 있을 때 우리는 주권자로서 비범한 힘을 확인했잖습니까?
“여러분들이 촛불을 켜야 합니다. 단결해야 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주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만드셔야 합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협동조합에도 가입하세요. 헌법이 시민들에게 보장한 … 무기들을 다 드셔야 합니다. 직장에서, 지역에서, 가정에서 … 촛불을 들고 시민권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저와 정의당은 촛불의 요구와 염원을 받아 안아 대한민국을 과감하게 개혁하는 새로운 정부[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
“청와대가 어떤 곳입니까? 민간인이 1분 1초도 있을 수 없는 곳입니다. [박근혜는]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형편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의왕시[서울구치소]가 있습니다. 방 한 칸 비워 두라고 얘기해 두겠습니다. 청와대 무단 점거로 퇴거불응죄라는 또 하나의 범죄가 성립하니, [박근혜는] 당장 방 빼라!
“박영수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 하려고 할 때 군사 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민간인이 군사 상 비밀 장소를 점거하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무단 점거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따라서 법을 준수해야 할 전 대통령과 권한대행이 또다시 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나라의 역사를 짓밟고 권력으로 국민을 탄압했던 세력들은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나쁜 정권, 국민을 배반한 정권, 끝내 끌어낼 때까지 우리는 촛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 끝날 때까지 한 마음으로 힘차게 싸웁시다.”
세월호 유가족 수진 아빠 김종기 씨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
“어제 탄핵 심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만드셨습니다.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권한을 줄 때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도 준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했습니까? 국민의 생명을 지켰습니까?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생명을 … 학살한 거 아닙니까?
“국민 여러분과 저희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건설]를 위해서 … 행동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참사의 진상을 축소하고 은폐하고 조작하고, 관제 데모를 지원하고,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으려고 여론 몰이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과 저희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의 끝장을 드디어 일군 것입니다.
“어제 저희 가족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과에 박근혜 정부가 끝장났다는 한편의 기쁨과 세월호 참사 7시간이 인용이 안 됐다는 허탈감과 분노를 [함께] 겪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이 … 어떻게 탄핵 사유가 아니겠습니까? 제일 첫 번째 탄핵 사유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권력에는 의무가 따릅니다.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면 당연히 탄핵 사유입니다. 저희 가족들과 국민들은 여기서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기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더 행동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진상 규명, 안전사회 건설, 우리 대한민국이 더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저희들은 앞장서서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 계신 민주주의 주권자 여러분, 함께 갑시다. 반드시 제2의 특검을 구성하고 박근혜를 조사해서 세월호 7시간의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희들이 … [천막을] 가질 수 있게 이 광화문에 민주주의 광장을 만들어 주신 박원순 서울시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4월 16일, 3주기가 됩니다. 4월 15일 범국민 촛불에 저희 3주기 추모 집회, 많은 참석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4월 16일 안산에서 3주기 기도식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여기 오신 시민 여러분도 기억과 관심을 가져주시고 16일 안산으로 와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방승현 서울대학교 사회대학생회 부학생회장
오늘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된, 학교 직원들의 본부 침탈에 대해 맞서다가 이 자리에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을 보니 [오늘은] 정말 아름다운 날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밝은 미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쌓아 왔던 적폐들을 청산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저희 서울대학교에 남아 있는 정권의 적폐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박근혜 퇴진 운동의 강한 불씨가 되었던 이화여대 못지 않게 저희 서울대학교에도 박근혜 정권의 손길이 뻗쳐 있습니다.
먼저, 현 서울대학교 총장 성낙인은 원래 구성원들[의] 투표에서 2등을 했던 2순위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친박 재단[이 소유한] 영남대[학교]에 오래 재직했던 ‘빽’이 너무나도 좋았던지, 박근혜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는 이사회가 제멋대로 역임했습니다. 이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에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성낙인을 총장으로 만든 이사회는 더 가관입니다. 국정교과서 선봉장이었던 이현 교육부차관,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범이었던 박명진,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새누리당의 예비 후보까지, 친박 친정권 인사로 가득합니다.
이들은 제 주인 박근혜를 닮았는지 올해 5월부터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사업을 비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사회자 분께서 소개해 주셨듯, 저희 학생들은 작년 10월 10일부터 1백53일 동안 본관을 점거 중입니다.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의 이름값을 팔아서 시흥시 땅값 올릴 투기자본으로 짓는 캠퍼스입니다. 학생들은 이를 계속 반대했고, 각종 계획이 불충분하다며 지적했지만, 학교는 일단 지어야 한다, 실시협약 체결해서 어쩔 수 없다, 말 잘 들어라, 이렇게만 답했습니다.
학생들이 해도 해도 안 되겠[다 싶]어서 작년 10월부터 본관을 점거 중입니다. 그런데, 계속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는 안 된다며 고집해 온 서울대학교가 오늘 새벽[에] 2백 명의 직원들을 모아 와서 본관에 있는 학생들을 강제로 끌어냈습니다. 박근혜도 광장의 시민들을 무력으로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대학이, 학생들을 그렇게 끌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방금 제가 이 자리에 오는 길에 연락 받기로는, 지금 현재 열 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본관 안에 남아 있는데, 그 학생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려던 학생들을, 소화전으로 물을 뿌려 가면서 막았다고 합니다. 광화문에도 안 뿌리는 물대포가, 대한민국에서 나름 이름 있는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에서 뿌려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물대포로 답하는 현실이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저희 서울대 학생들은 대학의 본분을 저버린 시흥캠퍼스 사업 저지에 끝까지 나설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인적 적폐인 성낙인 총장과 이사진들을 반드시 청산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도 저희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실 거죠?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지지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승무원으로 일하다 해고당한 김승하입니다.
KTX는 나의 첫 직장이었습니다. 지상의 스튜어디스라고 불렸습니다. 공무원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철도공사는] 1년만 기다리면 철도공사 정규직으로 고용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철도청이 한 말이기 때문에 거짓말일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가, 나라가 나에게 거짓말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싸웠습니다. 우리가 옳고 저들이 거짓말을 한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34명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국가는 힘이 셌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4천 일이 지났습니다. 우리에게는 빚이 생겼습니다. 1억 원을 철도공사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1심, 2심 법원에서 [저희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는] 패소했습니다. 승소로 받았던 월급을 모두 철도공사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랑하는 내 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친구가] 두고 간 세 살짜리 딸아이에게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내가 힘들어서, 함께 힘든 너의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 [하고] 말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3월 19일은 그 친구의 2주기입니다.
촛불이 이뤄냈습니다. 촛불이 이뤄냈습니다. 박근혜가 파면됐습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믿어보려 합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에 함께해 주십시오. 이제 5살이 된 그 딸아이에게, [너희] 엄마는 정당했다, 엄마는 옳은 일을 했다 [하고] 전해 주고 싶습니다.
한옥순 밀양 주민 (부북면 평밭마을 할머니)
“민심은 천심입니다. 우리는 해냈습니다! …
“핵발전소는 없어져야 합니다. [한국전력과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 나라는 전기가 안 모자랍니다. 한전하고 박근혜는 전기 모자란다며 경찰 3천 명을, 할매 10명 잡으려고 경찰 3천 명을 동원했습니다.
“우리[가 계속 싸우는 것은] 후손들한테 평화로운 나라를 물러주기 위해서입니다.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봄이 왔습니다!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 함께 합시다! 우리나라 아이들을, 후손들을 평화롭게 살아갈 나라를 만들어 주고 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