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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운동 참가 관련 재판:
노동자 투쟁과 민주주의를 굳건히 방어하다

지난 4월 13일, 2011년 한진중공업 ‘4차 희망버스’ 집회에 참가했던 이원웅 씨(이하 존칭 생략)의 재판이 열렸다. 이원웅은 지난 6년간 민주주의와 노동자 투쟁의 대의를 옹호하며 법정 투쟁을 벌여 왔다.

일반도로교통방해죄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고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원웅은 승복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교통을 방해했다’는 원심 판결이 부족하다고 파기 환송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운동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 것에 항의한 정당한 운동이었다. 당시 회사의 적자는 전적으로 경영진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해외 투자에서 비롯한 차입금과 이자 비용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검찰은 매우 군색했다. 이전 재판에서 이원웅이 나오지도 않은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이번에도 추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의견서만 제출했다. 그러고도 뻔뻔하게 벌금 30만 원을 구형했다. 이원웅이 최후진술에서 지적했듯이, “우병우 같이 힘 있는 자들은 법 위에 군림하고, 저처럼 정당한 행동에 나선 사람들을 탄압”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을 잘 보여 준다.

이원웅은 지난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번 최후진술에서도 훌륭하게 투쟁의 대의를 방어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 경제 위기 시기에 누가 그 책임과 고통을 떠안게 될 것인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희망버스 운동은 그런 부당한 고통과 책임 전가에 맞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운동이었다.”

“2심 재판부는 차로를 모두 점거했으니 수단이 불비례하고, 긴급성과 보충성은 없어 보인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애초에 이 행위가 벌어진 맥락과 정당성에 대한 평가를 건너 뛴 채 불비례를 논할 수는 없다.”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고, 노조사무실도 폐쇄하고, 노조활동가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활동가를 죽음으로 내몬 역사가 있는 조남호 회장에 맞서서 달리 어떤 수단이 있었겠는가? 그런 자들을 비호하는 정부에 맞서 어떤 수단이 있었겠는가? 사실 민주주의가 진전하고, 이명박의 바통을 이어받아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지속하던 박근혜가 탄핵된 것도 도로를 점거하는 거대한 시위 덕분이었다.”

경제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데 맞선 투쟁과 사회적 연대는 정당하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이런 운동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다.

6년간 굳건히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원웅에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바란다.

선고는 4월 27일(목) 오전 11시이다.

최후진술문

"정당한 행동 탄압 말고 우병우나 구속하라"

이 사건의 발단이 된 희망버스 운동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회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는데, 정리해고 바로 다음날 170억원이 넘는 대규모 주식배당을 하고 그 해 초에는 임원 봉급을 50퍼센트 올렸습니다. 게다가 당시 회사의 적자는 전적으로, 경영진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해외 투자에서 비롯한 차입금, 그에 따른 이자 비용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조선소 노동자들은 피땀흘리며 회사에서 일을 하며 이윤을 벌어다 줬는데, 이제 와서 자신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밥줄이 끊기고 앞날이 캄캄해지게 된 것입니다.

저도 20년 넘게 중공업에 종사하진 아버지가 있습니다. 당신께서도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소위 ‘위기’라는 것 때문에 ‘희망퇴직’이라고 하는 강제퇴직을 당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이 “눈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과로에 시달리셨고, 약 없이는 잠을 주무시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고통받으셨습니다.

희망버스보다 2년 전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며 파업을 벌였고, 희망버스 이후에도, 예컨대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을 추진하며 경제 위기의 책임을 엉뚱한 사람들에게 돌렸습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단지 그곳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위기 시기에 누가 그 책임과 고통을 떠안게 될 것인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희망버스 운동은 그런 부당한 고통과 책임 전가에 맞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운동이었습니다.

제가 피고인석에서 이렇게 정당성을 주장하니 2심 재판부에서는 그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 답변인즉, 어떤 행위가 정당하려면 다섯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그 다섯 가지 조건이란: 1)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2) 수단이 불비례해서는 안되며, 3)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갖춰야 하고, 4) 긴급성이 있어야 하며, 5) 그 행위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는 보충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당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선 특별한 평가 없이 슬쩍 넘어간 다음, 차로를 모두 점거했으니 수단이 불비례하고, 긴급성과 보충성은 없어 보인다고 간단히 일축하면서, 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당성은 모르겠는데 다섯 가지 조건 중 세 가지는 안 되니까 정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말도 안되는 방정식을 풀기에 앞서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경찰이 주최 측에 금지 통고를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노동자의 ‘사익’과 교통질서라는 ‘공익’을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희망버스 운동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2년 만에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불법 행동 엄정 대처”를 운운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당 정치인들도 “불순 세력의 불법 행동”을 운운했습니다. 호황때는 돈잔치를 벌이다 위기가 오니 엉뚱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 경영진들을 비호하고 여기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억누른 것입니다.(참고로 2년 만에 열었다는 공안대책협의회, 그 2년 전에는 바로 쌍용차 파업 때 열렸습니다.) 누구에게는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해 벌인 절박한 투쟁이 정부에게는 “공안 대책”을 세워야 하는 “불순한 움직임”이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친기업 정부다운 친기업적인 대처였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금지 통고는 이러한 대처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 여당, 보수 언론, 경찰, 검찰이 모두 달려드는데 시위대가 도로 점거한 것이 결코 불비례한 수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이 행위가 벌어진 맥락과 정당성에 대한 평가를 건넌 뛴 채 불비례를 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긴급성과 보충성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고, 노조사무실도 폐쇄하고, 노조활동가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활동가를 죽음으로 내몬 적이 역사가 있는 조남호 회장에 맞서서 달리 어떤 수단이 있었겠습니까? 그런 자들을 비호하는 정부에 맞서 어떤 수단이 있었겠습니까?

사실 민주주의가 진전하고, 이명박의 바통을 이어받아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지속하던 박근혜가 탄핵된 것도 도로를 점거하는 거대한 시위 덕분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을 마구잡이로 소환하는 것도 이에 대한 탄압의 일부입니다. 사실 검찰은 교통을 얼마나 방해했는지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야밤에 주말에 도로를 잠깐 점거해서 교통이 방해가 됐으면 얼마나 됐는지, 제가 구체적으로 그 집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서 어떻게 교통을 방해했는지, 검찰은 밝혀낸 바가 없습니다.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에는 제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행진의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도 이 재판을 하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이 재판에서 벌어진 것은 아니나, 이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줬습니다.) 그렇다면 저와 같은 일반 시위 참가자들은 그런 세세한 논란과 공방을 모두 속속들이 알아야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이것은 명백히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저나, 희망버스 외에도 다른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저와 같은 죄목으로 마구잡이로 소환당하고 기소당하고 저보다도 더 부족한 증거로 더 큰 1백만 원, 2백만 원이라는 더 큰 액수의 벌금을 맞고 있습니다.

물론 30만 원도 실업자인 제 처지에서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거니와, 이것은 정당한 행동에 대한 탄압이기에 단 1원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재판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박근혜의 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우병우 같이 힘있는 자들은 법 위에 군림하고, 저처럼 정당한 행동에 나선 사람들을 탄압하는 현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가로막는 현실, 사법부가 진정 정의를 위한다면 이런 현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