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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문재인 정부는 교사 수 대폭 확충하라!
예비교사들이 신규 교사 확충과 함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도 지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교사 1만 5천 명을 충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교사 증원으로 청년들이 교단에 설 기회를 늘리겠다”는 문재인의 말에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기대는 커졌다.

그런데 임용고사 선발 예정 인원이 발표된 후, 전국의 임용고시생들은 예정보다 대폭 감축된 숫자에 "이럴 거면 애초에 증원한다고 말이나 말지"라며 허탈함,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2018학년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3천3백21명이다. 이는 지난해에 견줘 2천2백28명(40.2퍼센트)이나 감축한 것이다. 서울은 지난해 8백46명에서 올해 1백5명으로 8분의 1로 줄었고, 가장 많이 임용하는 경기도도 절반가량 줄었다

중등교사도 3천33명을 선발하겠다고 해, 지난해보다 4백92명 줄었다. 이번에 경북지역은 국어교사를 단 한 명 선발한다. 교육부의 '2018학년도 임용시험 사전예고' 결과에 따르면 내년 국어교사 채용은 전년(3백75명)대비 약 32퍼센트 감소한 2백56명, 수학교사는 전년(2백42명)보다 35퍼센트 가량 줄어든 2백42명을 뽑을 예정이다. 영어교사는 전년(3백22명)보다 45퍼센트 가량 줄어든 1백74명을 선발한다.

지금도 중등 임용 경쟁률은 10대 1 수준을 웃돌아서 3년 넘게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범대 약 4백 곳 외에도 교사 자격증을 수여하는 곳이 3천5백여 곳이 넘다 보니 수험생 숫자가 수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전보다 더 작아진 바늘구멍 앞에서 예비교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많은 사범대생들이 졸업을 늦추며 시험을 준비하고, 졸업을 하더라도 학교 도서관을 떠나지 못한다. 시험을 준비하다가 경제적 사정 때문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기간제로 생계를 겨우 유지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임용고시 선발 수 확충 요구가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까봐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절박한 요구이다. 이제까지 역대 정부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는 줄이고, 시간제 저질 일자리만 양산했다. 지난해 말,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IMF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8.3퍼센트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발표를 보면, 청년층 실질 실업률은 적어도 30.9퍼센트라고 한다. 그만큼 취업 경쟁이 심각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취업 경쟁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한다며 했던 약속을 번복하고 임용고시 선발 예정 인원을 감축했다. 청년들을 절망에 빠트리는 잘못된 정책에 맞서 우리는 정부가 책임지고 교사 수를 대폭 확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일각의 혼란들

그런데 일각에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사 임용 수를 줄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혼란도 존재한다. 물론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맞다. 2022년이 되면 고등학생 수가 2015년에 견줘 30퍼센트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니 교사 당 학생 수가 자연스럽게 OECD 평균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에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기존 공약과는 달리 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에 맞추겠다고 발표했는데 학령인구 감소를 기다리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OECD 평균이면 충분하다고 보면 안 된다. 또 이는 교사 수가 부족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한국의 학급 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꼴찌 수준이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려면 교사 6만 명이 필요하고, OECD 상위 수준에 맞추려면 교사 10만 명이 더 필요하다. 학령인구가 줄더라도 교육의 질이 진정으로 개선되려면 여전히 교사 수는 더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재정이 확충돼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군비 증강을 강조하며 임기 내로GDP대비 2.4퍼센트 수준의 국방비를 2.9퍼센트로 늘리겠다고 한다. 이 계획이 실행되려면 매년 10퍼센트가량 국방비를 증액해야 하고, 다른 데 쓰일 돈을 빼돌려야 가능하다. 이 돈이면 예비교사들을 대폭 교사로 충원하고, 비정규직 교사들을 정규직화하고도 남는다. 또 기업들의 탈세를 잡아내고, 부유세 등을 걷어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제국주의적 긴장을 고조시킬 군비 경쟁이나 기업들을 위하는 데 돈을 쓸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또 다른 혼란 중 하나는 바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요구와 관련한 것이다. 많은 예비교사, 그리고 정교사들 사이에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기간제 교사들 때문에 임용 선발 수가 줄었고, 기간제 교사들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예비교사들과 기간제 교사들을 교묘하게 이간질하며 이런 생각을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0) 시대’라더니 정규직화 대상에서 기간제, 학교 비정규직을 제외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죽음의 순간까지 차별받는 비정규직 교사들의 현실을 직면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시금 비정규직 교사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비정규직 교사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할 때 청년들과의 형평성을 핑계로 댔다. 정부가 교사 임용 수도 대폭 늘리고 비정규직 교사들도 정규직화하면 됐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취업 준비생들과 비정규직 교사들이 서로를 탓하게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를 따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현재 진행 중인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있다. ‘전국 중등 예비교사들의 외침’이라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 주도자들도 기간제 교사들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며 기간제 교사들을 “정유라”에 비유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현실과 맞지 않을뿐더러 이간질에 동조하는 해악적인 입장이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으면 교사의 전문성을 해칠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임용고시는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제도일까? 마치 전문성의 척도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임용고시는 전문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임용고시는 노태우 정권 때 법제화 됐다. 그 전까진 교육대, 사범대를 나오면 교사로 발령됐다는 뜻이다. 임용고시 도입 이후 경쟁이 더욱 강화됐고 교사 간 협력도 더 어려워졌다.

임용고시는 각 교과 필수 과목, 교육학 등을 얼마나 잘 '암기'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암기와 경쟁에 치중된 시험은 교사의 자질을 담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들은 임용고시를 위해 공부한 내용만으로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처하기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경험한다. 그래서 전교조는 임용고시를 도입할 때 반대했다. 잘못된 제도인 임용고시는 폐지되야 한다.

진정한 교육 전문성은 경쟁이 아니라 동료 교사들과의 협력과 교육 경험의 축적을 통해 발전시켜 갈 수 있다. 다양한 연수의 기회를 제공받아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다. (참고 기사 : 〈노동자 연대〉 194호 왜 정교사들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지지해야 할까?)

한편 기간제 교사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정교사가 발령 나지 않은 자리를 채우는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2016년에는 13.5퍼센트, 2017년에는 16.8퍼센트로 급증했다.

‘쪼개기 계약’도 많다. ‘기간제 오래 하면 정교사로 전환된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국립학교에선 없는 일이고, 사립학교에서 가끔 공개채용을 통해 경쟁시켜서 정교사를 뽑는 것이다.

이런 불안정한 처지 때문에 기간제 교사들은 연속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들이 한 교사의 휴직 기간에만 교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상당수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들을 전전하며 지속적으로 근무한다. 기간제 교사들도 경험을 축적하고 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교사가 이처럼 불안정한 교육 환경에서 일하는 건 교사에게도, 양질의 교육에도 도움되지 않는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는 교육의 질 향상과 직결될 것이다.

화살은 정부를 향해야 한다

지난 8월 11일, 전국 24개 사범대학 학생회들이 참가하는 ‘전국 사범대학 학생회 협의체’에서는 교사 수를 늘리라고 요구하며 기간제 교사와 예비교사들을 이간질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너무나 좁은 문이 낳은 극심한 경쟁은 … 우리에게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그저 당해 선발인원이 많기를 원하는 바람만 남기”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는 이전부터 이어져온 교원수급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또한 “기간제 교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정교사를 뽑지 않아서 기간제 교사가 된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졸속 정책들이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예비교사들로 하여금 좁은 문을 두고 서로 싸우게 만든”다고 옳게 지적했다. 큰 틀에서 올바른 방향인데, 물론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한다는 요구가 보다 분명히 담겼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안으로 화살을 돌리는 게 아니라 파이(교사 수)의 크기 자체를 키우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 있는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 예비교사의 연대가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예비교사들이 비정규직 교사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지지할 때 교사 신규 임용 수를 늘리라는 요구가 이기적이라는 식의 공격에도 더욱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교사 수를 대폭 확충하고 기간제 교사들을 차별 없이 정규직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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