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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가》(데이비드 바인 지음, 갈마바람):
해외 미군기지의 해악을 낱낱이 폭로하다

이 책은 해외 미군기지 800여 곳의 민낯을 보여 주는 대작이다. 저자가 10년 넘게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를 직접 오가며 써낸 이 책은 실로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연대기”라 할 수 있겠다.

《기지국가-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어떻게 미국과 세계에 해를 끼치는가》 데이비드 바인 지음| 유강은 옮김| 갈마바람|2017| 572쪽| 30,000원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들은 “1940년 9월에 탄생했다.” 루즈벨트가 “영국 식민지에 있는 공군·해군 기지에 대한 통제권을 받는 대가로 파산 일보 직전인 동맹국에 제1차세계대전 시절의 구축함 50척을 제공”한 협정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 협정으로 카리브해의 영국령 기지들을 ‘인수’한 미국은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을 자신의 앞마당에 만든 뒤 99년간의 임대권을 손에 넣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월평균 11곳의 미군기지가 새롭게 생겼다.

미국은 1940년 이래 5년 만에 가장 거대하고도 호전적인 기지망 2000여 곳과 군사시설 3만여 곳을 관리하는 지위에 올랐다. “식민지를 두지 않고 세계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장래의 모든 군사적 호전성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냉전 시절에 미국은 소련을 겨냥해 주요 지역에 사령부를 배치했다. 독일에 미군 유럽사령부 소속 기지 241곳을 세웠다. 아시아에서 소련 및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아시아에서 군사시설 3800곳을 장악하고 태평양 섬들에 주요 공군기지를 세웠다. 맥아더 같은 태평양사령부 소속의 미군 지도부는 태평양을 “미국의 호수”로 만들려 했다. 베트남 전쟁 중에 다시 20퍼센트가 늘어난 미군기지는 1960년대 중반에 이르렀을 때 375곳에 육박했다. 대부분이 소련과 중국을 포위하는 지역에 배치됐다.

미국의 앞마당을 관리하는 아메리카 대륙의 북부 및 남부 사령부는 중남미에 자국에 고분고분한 정권 창출을 위해 미군기지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니카라과, 아이티, 온두라스,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등지에서 거의 1년에 한 번씩 군사 행동에 나섰다. 1954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과테말라 정부를 전복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미국이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된 기지 건설에 또 착수하게 된 계기는 1979년 이란혁명이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오만 등지에 신속배치군을 수용하는 미군기지를 세우고 급기야 이 거대한 지역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를 세웠다. 이는 냉전 시기 유럽의 요새화나 한국과 베트남에서의 전쟁을 위해 구축한 대규모 기지망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1991년 이라크 걸프전은 수천 명의 병력과 확대된 기지 기반 시설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요르단 등지에 정착시키게 하는 계기가 됐다(이스라엘에 세운 비밀기지 6곳은 논외). 중부사령부는 중동의 석유 공급을 감시하는 상비군 구실을 하게 했다.

저자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군기지가 결코 축소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에 크고 작은 미군기지들을 세워 아프리카 사령부를 신설했다. 아프리카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릴리패드(lily pad : 연꽃의 꽃말은 부활이다)에 주목한다.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소규모 기지이지만 유사시 단기간에 대규모로 변용할 수 있는 이 기지는 지부티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 있다.

중국 견제의 전진 기지인 오키나와와 괌의 공군기지들도 더 확대됐다. 오키나와 주둔 군대 규모는 1만9천 명으로 증원됐다. 저자는 확대 재편된 미군기지의 대표적 사례로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꼽는다. 미국 국방장관 매티스가 둘러보면서 “원더풀”을 수도 없이 외쳤다던 세계 최대 미군기지인 평택 험프리스 기지 말이다.

이 책은 현지 주민 내쫓기, 환경 파괴, 강간과 성매매 등 미군기지에서 어김없이 벌어지는 기지국가의 범죄를 낱낱이 폭로하기도 한다. 평택 대추리에서 쫓겨난 농민들의 인터뷰 내용도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미군기지가 세워지면서 고향과 일터에서 쫓겨난 괌의 차모르인, 오키나와의 주민, 평택 대추리 농민의 분노와 눈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주둔 비용도 문제다. 저자는 현대식 미군기지 1곳의 비용이 대학생 6만 3000명의 1년 장학금이고 저소득층 어린이 26만 명의 1년 의료보험 혜택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이 모든 지출에서 이득을 얻는 것은 누구인가?”

이쯤 되면 우리가 미군기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저자는 미군기지에 저항한 수많은 역사에 대해서도 말한다. 1992년 필리핀 미군기지 철수가 한 사례다(최근에 다시 들어서긴 했지만). 2007년 2월 이탈리아 비첸사에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도 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미국이 과연 언제 자진해서 기지를 폐쇄하고 전 세계에 파견한 병력 규모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쇠락하는 강대국이라는 불리한 입장에 놓여 어쩔 수 없이 기지를 포기한 영국의 길을 따를 것인지”를. 물론 이는 위험한 도박에 이끌리는 제국주의에 반기를 드는 평화운동의 힘에 달려 있다.

이 책은 미 제국주의에 대한 훌륭한 폭로를 담고 있다.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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