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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조각 완료, 개혁이라 하기엔 한참 불충분

문재인 정부의 조각이 완료됐다. 그런데 그 구성과 이제까지의 행보는 촛불 운동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정부인데도 그렇다.

인사 임명 때 종종 ‘파격’, ‘개혁’이란 표현들이 등장했지만 강경화, 홍종학을 비롯해 위장전입, 불법 증여 등의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자신이 제시한 인사 5대 원칙은 별 소용이 없었다.

촛불 운동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출처 청와대

송영무는 군 퇴임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자문료를 월 3000만 원씩 받았는데 송영무와 유관한 방산업체들이 율촌에 소송 의뢰를 한 것이 비리 의혹을 샀다. 탁현민은 자신의 책에서 여성차별적 표현을 쓴 것이 밝혀져 비판이 일었다. 민정비서관 박형철은 갑을오토텍의 노조 파괴 등을 변호한 공안검사 출신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이들에 대한 임명을 거두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이 국방장관에 송영무를 앉힌 것은 이 정부가 지배자들의 전통적 ‘안보’ 전략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었다. 송영무는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하고, “한국이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와도 미군이 절대 철수하지 않고 한미연합사령부도 해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송영무는 해군 참모총장 시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이것은 그가 한국 지배자들의 전통적인 전략인 한미동맹과 친제국주의 노선에 서 있음을 확인시켰다. 최근 전 국방장관 김관진이 구속적부심을 신청해 풀려나 노동자들의 분노가 치솟았는데, 송영무는 이를 두고 “다행”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가 어느 집단에 일체감을 느끼는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송영무가 군 문민화 운운하고 여성 대변인 임명 가능성을 흘리면서 개혁적 포장지를 두르려는 것은 참으로 위선적인 일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뿐 아니라 국가도 서로 경쟁하므로 지배자들에게 군사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 국가와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제 임무로 삼는 문재인은 군사 부문 국가기구와의 연속성을 더 중시할 뿐, 개혁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일부 여성 단체들의 적극적 방어를 받았던 강경화도 미국의 패권을 돕는 사드 배치 도입을 찬성하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희생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비판 제스처 이상을 취하지 않고 있다.

즉, 이것은 단지 속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방향이 촛불 운동의 염원과 완전히 어긋나 있는 것이다.

미온적이거나 후퇴하는

운동 내 일각의 기대를 샀던 인물들도 있었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진보 교육감 출신으로 문재인 개혁 인사의 대표 격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대는 예전만 못한 듯하다. 그는 전교조 인정이 “타당하다”는 말을 하고서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자고 한다. 교육부의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자사고, 특목고 등 특권학교에 대해서는 우선선발권 폐지만 발표했을 뿐 입학전형 실시 권한은 그대로 뒀을 뿐 아니라 이 학교들의 폐지로는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대학 입학금 폐지 공약은 단계적 폐지로 후퇴했다. 2022년까지 폐지한다는데 기존 입학금의 20퍼센트 정도를 등록금에 포함시키고, 지금 입학금 규모만큼을 정부 재정 지원으로 메우려 한다. 대학의 수익성 논리 자체에 도전하지 않으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참여연대 대표를 지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기대를 모았던 인사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장관이 조윤선이었던 것과 비교돼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행보는 미온적이다. 정현백 장관은 탁현민 경질 건의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방문 등으로 호감을 샀다. 그러나 최근 낙태죄 폐지를 두고서는, 여성건강권 보장이 우선이라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합법과 불법이라는 이분법적 논쟁은 안 된다고 말했다. 낙태 불법화가 진정한 쟁점인데도 에두르려는 것이다. 동성애 차별적 성평등교육 표준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우파들이 위례별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공격을 퍼부은 뒤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어 실망스럽다.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는 정의당 등의 적극적 방어를 받았다. 재벌 개혁을 위해서라며 말이다. 김상조는 재벌들에게 12월이 데드라인이라고 했지만 재벌들은 미적지근하다. 애초에 김상조는 “자정 노력”을 강조하고 “선험적 기준의 딱딱한 규제를 통해 마치 칼춤을 추는 듯 접근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급속한 개혁이 “실패의 첩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그의 정책과 결정에서 노동자들의 이익이 우선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재벌의 이윤을 공격하는 것에 비판적이고 재벌에 대한 협력적 태도를 중시해 온 기존의 입장 그대로다. 김상조의 공정거래는 자본가 간의 정의 추구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해수부 장관 김영춘은 최근 세월호 유해 은폐에 연루돼 공분을 샀다.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가장 중요한 쟁점이자 적폐 청산 1호로 꼽혔는데 지난 정권에서나 볼 법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해수부와 외교부는 제2의 세월호 참사라 불리는 스텔라데이지 호 침몰 사고의 실종 선원 가족들이 8개월 째 싸우는데도 사실상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개혁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런데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그나마의 개혁적 색채를 보이려는 노력이 계속될지도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첫 내각을 꾸리면서 한명숙, 지은희, 강금실 등 여성과 민주화 운동 출신, 젊은 인물들을 요직에 앉혀 개혁 정부라는 인상을 줬다. 당시 자유주의 성향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인사 돌풍”, “개혁 내각”이라고 기대감을 잔뜩 표했다. 그러나 이런 인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을 기점으로 지지자들의 환멸을 산 끝에 2005년 거국내각, 대연정 등을 박근혜가 대표로 있던 한나라당(지금의 자유한국당)에 제안했다.

민주당 친화적 언론들이나 인사들은 우파들의 반대를 중요 근거로 삼아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방어하거나 개혁적이라고 포장을 해 왔다. 안타깝게도 정의당과 진보진영 내 일각도 종종 그랬다. 그러나 제 아무리 개혁적 인물일지라도 국가 운영을 자신의 임무로 삼을수록 자본주의적 질서에 도전하기 어려워진다.

한편, 기존 지배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음도 봐야 한다.(김관진이 풀려난 일이나 사립대 총장들의 저항을 보라.) 개혁적 인물 몇몇으로 개혁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까지의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과 개혁 수준은 촛불 운동의 요구에 비춰 보면 너무나도 불충분하다. 전 정부에 대한 수사에 대중적 지지가 워낙 큰 덕분에 이 부분에서나 일부 진전이 있는 정도다. 따라서 노동·좌파 운동은 진정한 변화를 이루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지 않고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