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성소수자 혐오 조장:
자유한국당은 충남인권조례 폐지 시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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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자유한국당 충남도의원 23명, 국민의당 1명, 무소속 1명이 충남도의회에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폐지안은 29일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논의하고 2월 2일 본회의에서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성소수자 쟁점이 논란이 돼 조례안이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있지만, 이미 있는 조례를 도의회가 직접 나서 폐기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의 보수 기독교 세력들은 “동성애 조장 우려”를 말하며 충남인권조례를 계속 문제 삼아 왔다. 지난해 2월 충남의 보수 개신교 목사들이 안희정 도지사를 만나서 인권조례를 폐지하라고 압력을 넣었고, 인권조례 폐지 청구 주민 서명을 대대적으로 받았다.
우익들이 집요하게 문제 삼는 것은 이 인권조례를 바탕으로 만든 도민 인권선언 제1조의 문구다. 여기에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전과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런 선언적인 문구조차 못 참겠다는 것이다. 또 이 조례에 기반해 만든 충남 인권센터와 인권위원회 설립도 못마땅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여기에 편승해 아예 도의회에서 폐지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인권조례는 2012년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 도의원들(현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주도해서 만들었다. 자기들이 제정해 놓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파를 결집할 필요가 생기자 이제 와 폐지하려는 것이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파들과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EBS ‘까칠남녀’의 고정패널 은하선 씨와,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한 최현희 교사에 대한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자유한국당 그 자신도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일부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폐지안을 환영하면서 인권조례가 “동성애/동성혼을 조장”하고 “‘충절의 고향’인 충청도 지역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성명을 냈다. 다가올 지방선거의 사령관 역할을 할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위원장 성일종은 지독한 동성애 혐오자다. 그는 지난 12월,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며 혐오를 선동하는 우파 행사를 국회에서 주관했고 이 때문에 에이즈 감염인과 성소수자들이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우익들을 자극해 비슷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맞선 항의가 중요한 이유다.
1월 25일 오전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는 수십 명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서 김혜영 충청남도 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으니까 공천을 의식해서 자기 손으로 자기네가 만든 조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좌시하지 않겠다” 하고 규탄했다. 2월 2일 본회의 날에는 인권단체들과 성소수자 단체들이 충남도의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1월 29일엔 충남의 5개 진보·좌파 정당(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변혁당)이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규탄했다.
안타깝게도, 행정자치위원회와 본회의 모두 자유한국당이 다수여서, 폐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꽤 있다. 그러나 결론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본회의에서 폐지안이 통과되더라도 재의 요구와 대법원 제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의를 요구할 경우, 인권조례 폐지안을 본회의에서 재심의 해야 하고 가결 기준도 3분의 2로 높아진다. 비록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회에서 3분의 2에 가깝지만, 이번 폐지안 발의에도 자유한국당의 도의원이 모두 동참하진 않았다. 아마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엇이 유리할지 주판을 튕겨보는 듯하다. 도의회 밖에서의 항의의 목소리들이 높다면, 이런 분열이 더 심화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성소수자 혐오 선동을 멈추고, 충남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