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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교육감 4년:
진보 교육감이라 불릴 자격 없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하 직함 생략)은 2014년 6월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선출돼, 전교조, 학교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과 진보적 교육 단체의 지지를 받아 교육감에 당선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그의 거듭된 후퇴와 공격을 겪으며 노동자들의 기대감은 쓰디쓴 배신감으로 바뀌었고, 급기야 ‘이재정 OUT’을 외치는 분노로 바뀌었다. ‘진보 교육감’이라는 수식어가 가당찮다.

경기교육감은 교사와 지방 공무원, 학교 비정규직 등 16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사용자이다. 그런데 이재정은 임기 내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치 일회용품처럼 쓰다가 내팽개쳤다. 2015년에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 명을 해고했다.

또, 2014년까지 전일제로 일하던 다문화 언어 강사 126명을 전원 해고하고, 2015년 3월부터 주당 노동시간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며 공격했다. 경기도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밀집돼 있어 다문화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고, 다문화 언어 강사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일자리이기도 하다. 2015년 3월 11일 경기이주공대위가 주관한 경기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7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한 다문화 언어 강사는 “교육이 희망이고 학생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우선이라고 말씀하신 이재정 교육감님, 저희를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친 저희를 버리지 마세요” 하고 호소했다.

올해는 정규직 전환 심위위원회를 앞세워 상시·지속 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무더기 제외했고, 방과후코디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기간제 교사들과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비정규직 교·강사들도 해고했다. 또, 노동 강도를 늘리고 임금을 줄이는 등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으로 성취한 노동조건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대량해고 부른 경기도 교육청 규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가 1월 29일 오후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량해고 중단과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김승섭

이재정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보다 예산을 우선했다. 올해 4월 초 수원에서 한 학교 급식 노동자가 공조기와 후드 고장이 장기간 방치된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교육청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비극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이재정은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거스르지 않았다. 2016년에 전교조 경기지부 소속 미복귀 전임자 교사 4명을 직권 면직했다. 서울교육청을 포함해 10곳은 전교조의 항의 끝에 노조 전임을 인정했는데 말이다.

이재정은 여전히 보수 교육감들과 마찬가지로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 경기 지역의 교사 7244명이 이재정에게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재정은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했다. 결국 전교조 경기지부는 ‘가짜 진보 불통 교육감 이재정 교육감 OUT’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전교조 단체협약에는 교사들의 노동조건뿐 아니라 민주적 학교운영이나 학생들의 인권 보장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이재정이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학교 민주주의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도 그가 혁신 교육, 학생 인권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말만 그럴듯한

한편, 2014년 교육감 선거는 세월호 참사 직후에 치러졌다. 박근혜 정부는 집요하게 진실 규명을 가로막으며 정부에 항의하는 유가족들을 향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단원고가 경기도 안산에 있는 만큼 진보 교육감이라면 세월호 유가족들 편에 설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재정은 그러기는커녕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유가족들이 단원고 ‘기억교실’을 유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끝내 교실 이전을 추진했다. 단원고 교장이 경기교육청에 보낸 실종 학생 제적 처리 관련 협조 요청 공문도 승인했다. 이에 분노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원고에서 무기한 농성을 했고, 학교 곳곳에는 이재정 교육감을 규탄하는 팻말이 나붙었다.

이재정이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는 혁신학교도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질적으로는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경기도의 초중고 2342곳 중에서 541곳(23.1퍼센트)이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혁신학교가 확대될수록 일반 학교와 큰 차이가 없어지는 모순이 생기고 있다. 입시경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특히나 중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 실험은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재정은 특권교육 반대,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지만 경기교육청은 안산·시흥을 교육국제화 특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안산·시흥이 교육특구로 지정되면 고교서열화를 강화해 온 국제중, 국제고, 외고의 설립이 가능해진다.

이재정은 “학생 중심, 현장 중심”을 강조하면서 9시 등교, 야간자율학습 폐지 등을 추진했다. 9시 등교와 야자 폐지는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초등학생 저학년을 둔 맞벌이 부부가 일찍 출근하는 경우에 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제반 정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또한, 석식이 폐지되면서 오히려 학생들이 제대로 저녁밥도 먹지 못한 채 학원에 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개별 가정의 부담도 커지는 형편이다.

이재정은 지난해 야자 폐지 후속 대책으로 ‘경기 꿈의 대학’을 내놨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경기 지역 전체 고교생 중 4퍼센트만 참가한 데다가 참가 학생 중 80퍼센트가 “다음 학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경기도교육연구원). 학생 대부분은 학교생활기록부 경력 기록을 위해 거리가 먼 대학까지 통학하는 듯하다. 오히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재정은 자신에게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자신이 왜 ‘진보’ 교육감이 아니냐며 항변하더니 최근에는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진보 간판 달고 보수 교육감처럼 움직인 인물이 할 법한 변명이다. 그러나 진보 염원 대중은 진짜 진보답게 실천할 교육감을 원한다. 이재정을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런 진보 대중에 대한 모독이다.

2016년 8월 단원고 기억 교실을 이전한 유가족들. 당시 유가족들은 "기억교실을 지키기 위해 2년 동안 교육청에 호소하고 무릎 꿇고 부탁을 해 봤지만 결국 쫓겨나게 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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