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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진보정당들의 전진을 바란다
정의당과 민중당의 입장과 실천 비교

248호 기사 ‘6·13 지방선거 : 정의당과 민중당의 실천과 공약’를 최신 상황을 반영해 일부 개정했다.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노총은 진보 정당 5곳(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변혁당)의 후보들을 포함해 민주노총 후보·지지후보 511명을 발표했다.

이번 선거에 진보 정당은 광역단체장, 비례의원만이 아니라 기초단위 의원으로도 상당수 출마했다.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들의 단일화 후보인 민중당 권오길 후보가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 중이다. 가능한 많은 민주노총 후보·지지후보들과 진보 정당 후보들이 당선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당 투표에서 진보 정당들이 얼마나 득표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선거구일지라도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각각 냈다.(울산시장은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들의 단일화로 민중당 김창현 씨가 후보로 나왔다.)

그래서인지 노동운동에서는 정의당과 민중당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가장 커 보인다. 두 당의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입장과 실천을 중심으로 비교했다.

노동당은 울산에서 민주노총 단일화 후보로 나와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반대를 주장하는 등 울산, 거제, 창원의 영남 노동자 밀집지구에서 기초의원 당선을 기대한다. 다만, 서울시에서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등 최근 어려움도 있다.(녹색당은 노동운동과의 연계를 탐탁해 하지 않고, 변혁당은 후보가 없다.)

정의당과 민중당 둘 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을 꽤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은 “노동이 당당한 ○○(지역명)”을 강조하고, 민중당은 “노동자 직접 정치”를 주장하는 식이다. 또한 선거운동을 활용해, 구조조정 반대, 최저임금 개악 반대 투쟁에도 지지 목소리를 보탰다. 노동운동이 박근혜 정부에 맞서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촛불의 도화선 구실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앞장서 저항하는 사회 세력이라는 사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에두른 정부 비판

두 당은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비판하며 그와 선명하게 다른 진보적 대안을 제공하는 일에는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흡하거나 배신적으로 행동한 일들을 숨김없이 들춰내고 과감히 맞서기를 꺼려 왔다. 비판을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하는 식이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 우파에 도움이 된다는 압박 탓일 것이다. 지지율이 높은 여권을 비판했다가는 자신들의 투표 기반 일부도 이반할 것이라는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도박 걸듯이 우파 결집용 강성 발언을 연일 내놓는 바람에 진보·개혁 염원층이 ‘민주당에 표 몰아줘 우파를 심판하자’는 정서에 계속 발목 잡히는 점을 보는 게 균형잡힌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왼쪽에서 문재인에 대한 비판과 도전을 하지 않으면 그런 추세에 도전할 수가 없음을 봐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위선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유화적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은 노동계 진보 정당으로서 책임 방기이기도 하다. 지금 최저임금 삭감법으로 노동자들 사이에 반감이 크게 이는데도 즉각적인 진보 정당 지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배경이다.

정의당의 핵심 선거 전략은 제1야당 교체다. ‘나라는 민주당에게 맡겼으니 지역은 정의당에 맡겨달라’고 호소한다. 향후 민주당과의 협치(더 나아가 연립정부 등)를 여전히 의식하는 듯 보인다. 문재인은 잘하고 있지만 국회와 민주당이 문제라는 식으로 애써 구분하려고도 한다.

2월 말에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악이나 최저임금 삭감법을 다 청와대가 받아들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당·정’ 구분은 헛될 따름이다.

정의당은 의회를 통한 개혁을 중시하다 보니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문재인 정부나 기성 기득권 정치에 대한 비판의 날은 무뎌진다.

반면 민중당은 현장성을 차별점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좀 불가피한 차별화로도 보인다.

민중당의 전통적인 전략은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즉 민주당)과의 민중전선 결성이다. 자민통 경향이 2010년에서 대략 2012년까지 민주노동당 내 주도권을 잡았던 시절에는 강령 삭감,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친노계와의 합당 등을 추진하며 아주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대선부터 민주당은 전국적 차원에서 민중당과 그런 연합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윤종오 의원의 의원직 상실 이후 현재 의석이 1석뿐이라 의회 중심으로만 활동하기도 어렵다.

노동자 불만 대변

정의당과 민중당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최근 최저임금 삭감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여러 노동자 시위 현장을 방문하며 지지를 표했다. 두 당의 후보들에게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쓴소리들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 초 근로기준법 개악안이 통과됐을 때에는 반대 주장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다. 당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아쉽고 부족하다면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단계적 조처라는 점을 들어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려 했다. 민중당은 이 합의안이 임금 삭감 꼼수법이라고 비판한 것은 더 나았으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지는 않았다.

지방선거 노동 공약에서는 두 정당이 노동 존중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모두 공약하고 있어 대동소이하다. 또, 마트 노조, 파리바게뜨 노조 건설과 투쟁에서도 각각 민중당과 정의당이 긴밀히 관여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키워 왔다. 뻥튀기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교조 인정 외면, 이영주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 구속 수감, 최저임금 인상 효과 무력화, 중형 조선소와 한국 GM 구조조정 등. 두 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의를 지지했다.

실천 면에서 두 당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에는 정치 전통적 맥락이 있다.

정의당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 고무보다는 의회 활동에 주력한다(사회민주주의적 정·경 분업 원리에 따라 정당은 주로 의회 정치를,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임금 등 ‘경제’ 문제를 다룬다).

(당이 운동을 지배한다는 스탈린주의 당 개념에 입각해) 민중당이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지도부가 공무원 노동기본권, 정규직 전환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후퇴하거나 요구 수준과 투쟁을 자제하는 타협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민중당과 그 당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언뜻 ‘현장성’을 중시하는 언사를 하지만, 실천이 꼭 그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

정의당은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 한반도 불안정의 주된 원인을 북한(핵무기)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적 조국 방위론 입장(북한을 비판하고 남한을 지지하는)을 자주 보인다. 최근 북미정상회담이 파투 났다가 다시 성사되는 과정에서 정의당은 양비론적 논평을 내기도 했다.

반면, 미국 제국주의에 비판적인 전통 덕분에 민중당은 미국 제국주의를 주되게 비판해 왔다. 예컨대, 지난해 트럼프 방한 당시 민중당은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 건설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올해 3월 한미군사연합훈련에 대해 민중당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정의당은 훈련 규모 축소에 의의를 두며 대화를 촉구했다.

두 당은 사드 배치 강행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민중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규탄 입장을 냈지만 정의당 중앙의 비판은 찾기 어려웠다.(그러나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가 공사 장비 반입 중단과 경찰 철수를 요구하고 사드 철수를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요란스레 비판하고서 정작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는 하지 않았을 때, 각각 아쉬움(정의당), 유감(민중당)을 밝혔다. 그런데 정의당은 “내용상 무효화 선언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며 정부 발표를 두둔하기도 했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남북 대화 국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의당은 독성 생리대 문제를 이슈화하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진보 대중 사이에서 호감과 지지를 샀다. A대위 처벌 반대 등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서도 진보 정당다운 목소리를 냈다. 이번 선거에서는 동반자 조례 제정 공약도 했다.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는 낙태죄 폐지 헌재 앞 1인 시위도 했다. 이런 점에서 (지자체가 입법까지 다루는 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이든 낙태죄 폐지를 공약에 반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민중당은 이번 지방 선거 공약에 낙태죄 폐지를 포함시켰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이 지났지만 실질적 개혁은 없어 많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촛불 정부냐?” 하는 실망과 불만이 자라고 있다. 6월 30일에는 최저임금법 개악에 항의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런 분노가 당장 투표로 표현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투쟁과 선거 투표 행태 사이에는 시차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므로 투표보다 소수라도 지금 문재인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선 투쟁을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저항이다.

진보 정당들이 이런 노동계급의 불만과 투쟁을 잘 대변하려 애쓰는 것이 노동자 투쟁에 이로울 것이고, 진보 정당들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