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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항의 시위 참가자들에게서 듣는다

5월 7일 다함께 편집부는 이건희 학위 수여 항의 시위를 조직한 ‘다함께’ 고대 모임 회원 서범진(철학과) 씨와 강영만(2004년 사범대 학생회장) 씨, 그리고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유지훈 씨를 인터뷰했다.

이번 이건희 학위 수여에 왜 반대했나요?

강영만 이건희 회장은 노조를 세우려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폭행·납치·감금·협박하며 탄압했습니다. 이 사람이 고대에 오는 자체가 고대의 수치인데 되레 학교 당국이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주는 것에 항의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시위가 폭력적, 비민주적이었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서범진 사실 관계부터 잘못됐습니다. 흔히 국제 시위에서 비폭력 저항이라고 불리는 행사장 봉쇄였습니다. 물리적 공격이 아니라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폭력이라고 하는 건 왜곡이죠. 삼성이 저지른 노동자 탄압 같은 진정한 폭력들은 은폐하면서 말이죠.

강영만 주요 언론은 셔터를 밀고 당기는 장면만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학생들은 이건희에게 좀더 가까이 가 항의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먼저 삼성 직원들이 학생들을 내치고 때렸고, 삼성 직원들이 셔터 위에 올라가 막 발길질하면서 꺼지라고 소리질렀습니다.

서범진 시위는 민주적이었어요. 그 시위 자체가 학생들의 자발적 제기와 참여로 이뤄졌구요. 비민주적인 쪽은 이 민주적 시위를 애초부터 탄압한 학교죠. 시위 진행 과정도 대단히 민주적이었어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나와서 발언할 수 있었고 서로가 지지하고 비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할지도 학생 대표자들이 모여 결정했어요. 심지어 학생처장이 발언 기회를 달라고 했을 때도 기회를 줬으니까요.

학내 우파들이 총학 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서범진 총학 퇴진 요구는 꼬리를 내렸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총학생회를 포함한 학내 진보적 학생들을 찌그러뜨리려고 한 건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주장하니까 지금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더는 총학 퇴진을 언급하지 않더라구요. 그들이 1인 시위하는 데서도 전혀 굴하지 않고, “폭력시위는 왜곡됐다. 우린 잘못한 게 없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어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곳에서 팻말 들고 구호 외치고, 스피치하며 구체적 사실 관계를 알렸고, 우리의 주장을 담은 리플릿을 뿌렸는데 진지하게 읽는 사람도 많아요. 6일 오후에 2천여 부를 뿌렸거든요. 거의 버려지지 않았어요.

강영만 시위의 정당성을 알리며 징계 반대 서명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5월 4일 〈다함께〉 특별호를 4천여 부 정도 배포했고, 6일엔 오후 1시경에 바닥나 더 나눠주고 싶어도 주질 못했어요.
총학이 몸싸움에 유감을 표명했고, 경영대 학생회장은 사과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서범진 그런 태도는 우파들의 기만 살려 준다고 봅니다. 실제로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사과와 유감표명이 올라오니까 우파들이 더 기세등등해져 ‘지금 그걸 사과라고 하는 거냐 더 납작 엎드려 빌어라’ 하며 난리쳤어요.
이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보낸 많은 사람들 가운데 우리 행동이, 그 날의 시위가 잘못됐다는 거냐며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생겼었죠. 총학의 유감 표명과 경영대 학생회장 사과는 완전히 잘못된 입장이었고 폭력을 빌미로 징계하려는 학교측의 논리를 강화해 주는 거였다고 봐요. 완전한 실수예요.

이번 5월 5일 개교 100주년 기념식 때 다른 좌파들이 침묵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서범진 집회 사실을 알고도 총학과 연대회의 경향의 단과대학생회들은 ‘그렇게 하면 학생회 다 망한다, 성균관대 꼴 날거다’라고 했습니다. ‘비권 대 운동권의 구도로 고착화 될 거다’, ‘사람들은 비권을 다 지지하게 될 거다’라고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비관론이죠.
분명하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그걸 지지해 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법인데 소극적으로만 대응한 거죠. 그 날 침묵시위는 매우 평화로웠는데도 우파들과 교직원들은 이 시위조차 가로막았습니다. 우리 시위의 정당성을 알리는 결정적 폭로 꺼리였는데 두 좌파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죠.

강영만 기념식에 참가하라는 학교측 제안에 총학생회장과 부총은 정장을 차려입고 참여했죠. 내빈소개 때 소개도 받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제가 볼 때는 평화시위조차 하지 말라는 족쇄로 학교가 이용한 거라고 봐요. 사실상 총학이 부담감 때문에 거기에 속아넘어간 거 아닐까요?

서범진 우리가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했기 때문에 언론들도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거고 외부에서도 지지와 연대를 표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초점의 불씨를 계속 가져가지 않았다면 과연 누가 우리에게 연대해 주고 누가 우리가 주장한 진실에 주목했겠습니까?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학교 내 여론도 반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좌파들이 보여 준 소극성은 우리 행동을 방어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제1의 재벌총수라서 부담스러웠을텐데요. 왜 이건희 학위 수여에 반대했나요?

유지훈 학교는 공로를 세운 사람이나 학문적 성과가 큰 사람에게 주는 명예박사학위를 4백80억 원 기부해 삼성관 지어줬다고 이건희한테 주는 거거든요.
왜 그것도 명예철학박사입니까? 경영철학 때문이라고 하지만 무노조 원칙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했던 경영철학입니다. 물론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건 인정하지만요.

학교나 언론이 시위가 폭력적이었고, 소수 학생들의 돌출행동이라고 공격했는데요.

유지훈 본질을 호도하고 있어요. 사실상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폭력 개념이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학생들의 행동을] 폭력이라고 매도하면서 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몰아간 게 가장 큰 문제죠. 학생들은 주먹을 치거나 발길질한 적이 없어요.
물론 학생들이 욕설을 하는 장면이 잡히긴 했어요. 명예박사학위를 반대한다고 외치는데 막으니까 마찰이 있었고, 먼저 그 쪽이 욕하니까 학생들도 욕을 한 거죠. 물론 저는 그래도 학생들이 욕설을 자제해야 했다고 봐요.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죠.

‘평화고대’는 주로 폭력성을 문제삼고 있는데요.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유지훈 100주년 기념식 때 ‘다함께’ 회원들이 마스크하고 선전전을 하는데, 그 분들이 막았어요. 그때 왜 막냐고 물으니까 ‘폭력을 반대하니까 막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침묵시위는 아무 얘기도 안 하는 건데, 근처에 있어도 아무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했죠. 그 때 말씀을 잘 못하고 ‘이번에도 폭력이 있을 수 있지 않나 해서’ 그랬다고 해요. 독심술가도 아니고 …. 아무튼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분들은 맹목적으로 총학생회를 반대해요. 총학생회가 1년 내내 잘하지 못하는 게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열심히 하면서 같이 만들어 가면 되는데 …. 저희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그 쪽의 오해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저지 시위 후 발표한 총학생회 성명에서 유감표명만을 부각해 보도했습니다. 어떤 점에 유감스럽다고 한 건가요?

유지훈 말 그대로 유감입니다. 사실상 그 집회하면서 물리적 마찰이 있었고, 조금씩 다치기도 했거든요. 앞쪽에서 철망을 부수려고 한 거나 그런 게 유감스러운 거죠. 교직원과 학생들이 대치해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막고 그런 게 유감스럽다는 겁니다.

총학은 학교 측의 100주년 기념식에 참여한 반면, ‘다함께’ 고대모임이 제안한 징계 논의를 중단하라는 침묵시위에는 왜 참가하지 않으셨나요?

유지훈 말 그대로 기념식이었기 때문에 참여했어요. 이건희 사건 전에 제안을 받았구요. 저희는 기념식 참석은 가능하다고 결정했고 그래서 간 거거든요. 그게 전부죠.

기념식에 노무현이 올지도 모른다며 노무현이 온다면 항의시위해야 한다는 ‘다함께’ 고대모임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유지훈 5월 5일에 온다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노무현이 온다는 얘기를 학교에 계속 물어봤지만 온다는 답변이 없었구요. 그게 거짓말이라면 학교는 믿을 놈이 못 되는 거니까 안 온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계획을 짜지 않았던 거죠.

이 쟁점을 지켜보고 있는 학내외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유지훈 이 시위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방향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이런 수준 낮은 얘기가 아니라 공개적 토론과 대화로 풀어가길 바랍니다. 물론 징계 얘기가 오가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요. 저는 전혀 처장단 사퇴에 동의하지 않고, 징계도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자는 지난 6일부터 나흘간 연대회의 경향 문과대 학생회장 이유미 씨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문과대 학생회장은 8일에 ‘어버이 날이라서 친척들을 만나야 할 것 같아 인터뷰가 곤란’하다는 문자메시지만 보내와 이미 한 차례 미뤘던 약속을 당일 또 취소했다. 추가 약속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 답변이 없어 아쉽게도 인터뷰를 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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