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의 경사노위 참가가 부적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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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의 본격적인 친시장·반노동 선회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의가 지지율 하락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본지 11월 28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문재인 정부는 현 위기를 타개하려고 노동자 투쟁의 이완과 분열을 노리고 있다.
특히, 최근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고 노동 개악의 수용을 압박하는 수단임이 드러나고 있다. 경사노위의 우선적 안건은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이다.
전국여성노조(이하 여성노조)는 이 점을 비판해 놓고는, 정작 나지현 위원장이 여성을 ‘대표’한다며 경사노위에 참가하고 있다.(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역임한 박봉정숙 여성단체연합(여연) 성평등연구소장은 ‘공익위원’ 몫으로 경사노위에 참가하고 있다.)
여성노조는 여연 소속 단체로, 1999년 민주노총이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라며 그 바깥에서 별도로 결성된 여성 독자노조다. 학교 비정규직, 대학 청소, 가정관리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주력해 왔다.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변되지 못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 대화의 장에 올려 놓겠다”, “취약 계층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
그리고 ‘성별 임금격차 해소, 채용차별 근절, 직장 내 성희롱 근절, 모든 노동자 모·부성권 확보, 돌봄노동 재평가 및 감정노동자 보호’를 여성노조가 경사노위에서 요구할 정책과제로 발표했다.
그러나 경사노위 참여를 통해 위 과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지금 같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의 시기에, 강력한 노동자 투쟁 없이는 사소한 개혁조차 성취하기 어렵다. 지배자들은 기존에 성취한 개혁조차 빼앗으려 하거나 그렇게 하고 있다.
여성노조도 경사노위 출범일 기자회견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비판하지 않았던가.
이간질
정부는 여성노조의 경사노위 참가를 이용해 노동자 이간질을 시도할 수도 있다.
문재인은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분야의 대표들이 참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형 사회적대화 기구로서의 대표성을 갖췄다”고 했다. 불참한 민주노총과 참여한 ‘소외된 분야의 대표’를 대비시킨 것이다. 이간 의도가 엿보인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 조직된 남성·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시장 내 격차의 주범인 양 취급하며 경사노위를 이들의 양보를 압박하는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경사노위가 노동자들의 전반적 조건을 악화시킬 개악을 다루면서, 그 대신 일부 “취약 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미미한 개선을 약속해 전반적인 개악을 정당화할 우려마저 있다.
그런데 여성노조는 민주노총을 ‘대공장 남성 정규직 중심적 노조’로 보고 여성 노동자들과 남성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거나 서로 무관한 것인 양 여기는 경향이 있어 왔다. 또한 일부 쟁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 간부들은 문재인에 친화적인 여연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해관계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근본에서 결코 상충하지 않는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여성 노동자들의 해고나 조건 악화를 민주노총의 ‘가부장성’, 또는 남성 노동자들의 ‘특권’에서 비롯한 것처럼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국가와 기업주들이 자행한 구조조정으로 여성과 남성 노동자 모두 고통받았다.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는 경제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의 강화된 공세와 이에 대한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불충분한 대응 때문이었다. 노조 지도자들은 기층의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않고 불필요하거나 배신적 타협을 하곤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조건 개악도 남녀 불문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하향평준화 시킬 것이다. 이미 최저임금법 개악, 엉망이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성별 임금격차 해소 대책 부재 등이 그런 결과를 낳고 있다.
남성·정규직 등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노동자들의 양보는 자본가들의 배를 불릴 뿐,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바닥을 향한 경쟁만 심화할 뿐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불만을 진정으로 대변하고 노동계급 여성들의 조건을 개선하려면 경사노위 참가가 아니라 그 밖에서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이 동참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