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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문재인의 유치원법 개정 좌초:
13년 전 노무현의 사립학교 개혁 실패와 놀라운 일치율!

12월 12일에 냈던 기사를 12월 27일 국회 상황을 반영해 개정했다.

사립 유치원 비리에 대한 공분은 컸지만,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유치원 3법은 결국 좌초했다.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유치원 3법을 신속처리대상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이는 이름과 다르게 전혀 “신속”하지 않다. 패스트트랙은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330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다. 굴곡이 심한 한국 정치를 볼 때, 11개월 뒤에 법안 처리가 순탄하리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는 법안은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의 안으로 기존 안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다.

애초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그리 급진적인 개혁안은 아니었다. 지금의 사립 유치원 중심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회계 감시와 처벌을 부분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그 핵심 내용은 이제까지 사립 유치원에 ‘지원금’으로 주던 돈을 ‘보조금’으로 바꿔 부정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지원금’은 개인적으로 써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아이들에게 가야 할 돈을 제 돈처럼 써 왔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이런 사립 유치원의 관행을 정당화하는 법안을 만들어서 버티자 민주당은 여러 차례 후퇴했다. 결국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이 낸 수정안(‘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항목을 빼고, 처벌 수준을 크게 낮추고, 법 시행은 1년 유예하는 안)에 타협해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최근 노골적으로 우경화하며 ‘반노동’ 악법을 추진하면서도, 유치원법 개정으로 반동성을 희석시키고 싶어 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유치원법 개혁 과정을 보면 민주당에 기대서는 매우 온건한 개혁조차 이루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언제나 갈팡질팡

유치원법이 누더기가 되다가 이번 국회에서 좌초된 과정은 노무현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혁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사립학교들의 비리 실태에 대한 공분은 컸다. 비리 재단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당(당시 당명은 열린우리당)은 최대 20만 명이 참가한 노무현 탄핵 반대 대중 시위의 여파로 국회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민주노동당도 10석을 얻었다. 이 때문에 개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사립학교법 개혁 열망은 컸지만 민주당에 의존하는 태도는 결국 개혁 실패로 이어졌다 2004년 사학법 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안경주

그러나 사학재단들과 우파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맞서 매우 거세게 저항했다. 당시 사학재단들은, 지금 유치원 원장들과 마찬가지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중단하라며 학교 폐쇄 등을 협박했다. 사학재단들, 사학 운영에 이해관계가 있는 한기총 등 보수 종교계, 우파진영은 수만 명 규모의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런 우파들의 압력 속에 열린우리당은 후퇴와 양보를 거듭했다. 결국 2005년 12월 9일 진보진영이 요구하던 것보다 후퇴한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가 대표였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그조차 거부하며 장외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2006년 1월 30일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겠다고 한나라당과 약속했다. 이후 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재개정안이 발의돼 2007년 7월 통과됐다. 민주당의 후퇴와 배신으로 개혁은 좌초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노동자·대중의 개혁 염원보다 우파와의 타협을 중시할 것은 어찌 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민주당은 늘 갈팡질팡했다. 피억압 대중의 지지를 붙잡기 위해 개혁 제스처를 취하지만 자본가 계급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파와 다를 바 없는 정책을 추진했다.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그들은 노동자 계급을 달래는 말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자본가 계급의 편에 섰다.

악순환

진정한 개혁을 하려면 노동자 운동이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해 노동계급이 참가하는 대중 운동을 건설했어야 했다. 그러나 우파의 압력이 커질수록 노동자 운동 내에서도 민주당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대승적 협력”을 해야 한다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삼갔다.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도 독자적인 안을 중심으로 대중 운동을 건설하기보다는 민주당과 타협안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다가 민주당에게 뒤통수를 맞고, 효과적 행동을 건설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배신할수록 우파는 기가 살고, 그럴수록 노동자 운동이 민주당을 밀어 줘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면서, 공식 정치 지형이 우경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지금도 비슷한 동역학이 작동하는 것 같다. 비리 유치원 개혁을 바라는 여론은 높다. 이런 압력 속에 민주당은 몇 가지 개혁 조처를 내놨다. 그러나 이번 유치원 3법 처리 과정에서 보듯이, 우파의 압력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이런 후퇴를 비판하지 않고 바른미래당의 수정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낸 것은 유감이다. 법안의 국회 통과가 우선이고, 그러려면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결과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배신으로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고, 그 결과로 공식 정치가 우경화하는 악순환이 예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운동이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개혁을 위해 투쟁한다면 말이다.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은 대중 투쟁의 힘을 잘 보여 줬다.

유치원 비리 문제도 대다수가 노동계급 가정에 속하는 아이들에게 가야 할 교육비를 유치원장(소자본가)들이 가로채는 것에 맞선 싸움이다. 자본가 계급에게 기반을 가진 민주당은 유치원장들과 우파의 압력에 타협하기 십상이다. 유치원 개혁을 위한 진정한 이해관계는 노동계급에게 있다.

지난 10월 교육부는 여론의 압력 속에서 내년에 국공립 유치원 1000여 학급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된 예산이나 인력 확충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유치원법 처리 과정을 보면 교육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충 과정에서도 우파들의 압력이 만만치 않게 벌어질 것이다. 이에 맞서려면 노동자·대중의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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