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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이 사법 농단의 한 고리였음이 드러나다

2018년 12월 3일 발표한 기사 ‘사상 최초 김앤장 압수수색 ─ 사법 농단 연루, 기업·권력자 비호 “악마 같은 변호 기업”’을 최신 상황을 반영해 개정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사법 농단의 한 고리였음을 드러내는 물증이 발견됐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김앤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문건이 확보됐다. 여기에는 양승태가 김앤장 측과 만나 대법원에 계류된 소송의 대응을 함께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제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김앤장은 이 소송에서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의 소송대리인이었다. 쉽게 말해 판사와 피고인 측이 고소인 몰래 만나 재판에 관한 협의를 한 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전범기업 대리인을 맡은 변호사 한상호가 양승태를 독대한 일, 대법원과 상의해 세운 향후 재판 전략의 내용, 2015~2016년에 전 외교부 장관 유명환과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이 만나 소송에 대해 상의한 일 등이 모두 기록돼 있다고 한다.

김앤장은 전범 기업 대리인으로도 모자라 재판 거래에까지 가담해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짜내는 데 한몫한 것이다. 이 재판 거래에 연루된 전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당시 외교부 장관 윤병세는 장관 임명 전에 김앤장 고문이었다. 임종헌과 한상호의 만남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앤장 소속 변호사 곽상훈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2015년 2월~2016년 5월). 이 자들은 정부와 김앤장을 회전문 식으로 오가며 부패를 저질렀던 것이다.

김앤장은 이런 방식으로 부패한 행정·사법 관료들을 퇴직 후 채용해 로비와 재판에 써먹으면서, 기업 부패, 노동 탄압, 친제국주의 행보 등을 철저하게 옹호·변호해 왔다. 이것이 김앤장이 국내 최대 로펌이 된 ‘비결’ 중 하나다.

친기업·반노동 본색

그동안 김앤장은 철저히 체제 수호에 복무해 온 대표 로펌이다. 김앤장은 요즘 잘 나간다는 친기업 대형 로펌들의 ‘워너비’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법조계의 삼성”이라는 별칭이 말해 주는 바다.

2017년 10월 민주노총은 김앤장을 향해 “적폐 중의 적폐, 재벌의 호위무사”라며 김앤장에 대한 수사와 김앤장 해체를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앤장은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을 짓밟는 것을 도와 온 공범이다. 김앤장은 현대차,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낸 불법 파견 소송에서 모두 사측을 대리했다. 끝없는 해고 위협에 시달려 온 지엠노동자들은 최근에 한국지엠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앤장이 법인분리 등에 개입하고 있다며 규탄 행동을 벌였다.

김앤장은 대만 이잉크사가 하이디스를 인수할 당시부터 사측을 자문했는데, 사측은 인수 후 수차례 구조조정을 하고서 공장 폐쇄, 정리해고를 벌였다. 김앤장은 정리해고 소송에서도 사측을 대리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 모든 과정에 김앤장이 개입했을 것이라 보고 김앤장 사무실 앞 농성을 벌였다.

김앤장이 갑을오토텍 노조 파괴 공작과 이후 증거 인멸에 깊이 관여한 정황은 국회에서 폭로됐다. 김앤장은 대표적 노조 파괴 사업장인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아사히글라스, 보쉬전장 등에도 개입했다.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 대량 해고도 김앤장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서 재매각해 천문학적 돈을 챙긴 투기자본 론스타를 도운 것도 김앤장이었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합병 때 감원을 비롯해 노동자 1200여 명을 해고했다. 김앤장은 개별적인 해고무효 소송에서도 대기업들의 단골 파트너였다.

김앤장은 삼성전자 이재용의 고용 승계를 위한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방어하기에도 나섰다.

김앤장의 잔인한 면모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김앤장은 살균제를 만든 옥시를 변호하면서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옥시는 김앤장의 조언을 받아 ‘피해자들의 폐 손상은 황사꽃가루·담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피해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앤장은 선량한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악마 같은 변호 기업이다.”

부패의 고리

김앤장과 정치 권력과의 끈끈한 유착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역대 정권마다 장관, 국무총리 등 주요 고위직을 김앤장 출신자들이 차지했다.

박근혜 정권의 윤병세(외교통상부 장관), 조윤선(여성가족부 장관), 박한철(헌법재판소장) 등이 김앤장 출신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민정수석실의 27퍼센트가 김앤장 출신으로 채워져 청와대가 ‘김앤장 출장소’냐는 냉소가 나올 정도였다. 민정수석실은 검찰에 영향을 행사하고 관료들의 비위를 캐는 등 힘이 막강한 곳이다.

김앤장 대표 변호사 이재후는 이명박 후원회장 출신으로 청계재단 이사이기도 하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민주당 의원이 된 검사 출신 조응천(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도 김앤장의 변호사였다.

공직에 있다가 고문 등의 직함을 달고 김앤장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 검찰청장, 검사장, 지방경찰청장 출신들도 다수다.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이런 인물들이 고문으로 참가해 김앤장에 유리하도록 입김을 발휘해 왔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전관예우 같은 특권층 보호 관행(구조)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김앤장은 여러 재벌기업들과도 사외이사 직을 매개로 연결돼 각종 소송을 도맡아 왔다. 2007년 임종인 전 의원의 정책자료집 《한국사회의 성역 김&장 법률 사무소》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들 고문들의 영입과 활동에 대해 동종업계 변호사들도 … [고위관료 출신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것은] ‘사건 수임을 위한 브로커 역할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CEO로 불리는 로펌의 대표가 소속 고문에게 막대한 보수를 준다면 그 이유가 있는 것이고, 투자한 금액 이상으로 뽑아내기 때문에 고문들에게 고문료를 주는 것이다.”

업계 1위 김앤장의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을 훌쩍 넘긴 것은 사법 분야에서 벌인 체제 수호의 전위 노릇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비롯해 노동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피와 눈물로 이런 막대한 부를 만들어 온 것이다. 급기야 사법 농단에 직접 연루된 정황까지 나왔다.

이참에 김앤장이 이제까지 벌인 악행을 샅샅이 밝혀 내고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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